금값이 `금값`인데도… "지금은 살때"
'SG사태' 등 증시 불안도 원인
개미, 일주일동안 150억 순매수
美 기관·세계 중앙은행도 매입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가파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올해도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자 실물자산으로 헤지(위험 회피)를 하려는 투자 수요가 늘었다.
올해 들어 금 가격은 10% 넘게 뛰었지만, 투자자들은 금 현물을 비롯해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등에도 눈길을 돌렸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간(5월 2일~9일) KRX금시장에서 개인의 순매수액은 149억6571만원이었다. 개인 투자자들은 직전 주에 5억3879만원을 순매도했다가 한 주 만에 순매수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미국 은행 파산과 SG증권발 하한가 사태, 루나-테라 폭락 사태 등 자본시장의 불안이 극도에 달하자 투자자들은 리스크가 낮은 금 투자를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금 가격은 10% 넘게 뛰어 온스당 2000달러선을 돌파했다. 한국 시각 9일 오후 4시 20분 기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올해 6월물 금 선물 가격은 전일대비 3.25달러(0.16%) 하락한 온스당 2029.65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 10.57% 오른 가격이다. 이달 들어서 7거래일 동안 2% 상승했다.
제러드 우다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ETF 전략가는 앞서 보고서를 통해 "금융 자산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일 때는 금을 보유하기 좋은 시점"이라며 "인플레이션 상승기에 금은 주식시장과 상관관계가 없는 몇 안 되는 자산이며,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경기침체)에 대항하기도 좋다"고 금 ETF에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금값이 많이 올랐는 지적에 대해서도 "기업 실적이 둔화하고, 채권 가격이 비싸며, 현금은 인플레이션으로 가치가 하락할 때, 주식과 채권 투자를 하지 않는 것보다 금에 투자하지 않았을 때의 잃는 비용이 더 크다"고 말했다.
미국 기관투자자들도 전략적으로 금 선물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JP모건에 따르면 지난 3월 초부터 이달 초까지 약 2개월 동안 미국 기관투자자들은 금 선물시장에서 약 200억달러어치 금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동안 금 관련 ETF(상장지수펀드) 자금 유입도 증가했다.
국내에 상장된 금 현물 ETF의 유입되는 자금도 빠르게 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금현물' 순자산액은 70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초 600억원을 넘어선 지 한 달 만에 100억원을 더 끌어모았다.
지난 2021년 12월 상장한 해당 ETF의 올해 초 이후 수익률은 16.26%, 최근 6개월과 1년 누적 수익률은 각각 14.44%, 12.07%다.
이 상품은 거래소가 산출·발표하는 'KRX 금현물지수'를 추종한다. 원화 대비 달러 환율의 성과가 반영되기 때문에 달러에 투자하는 효과도 있다. 금 현물에 투자하는 만큼 롤오버(월물 교체) 비용을 회피할 수 있고, 금 ETF 가운데 국내에서 유일하게 퇴직연금 내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 유효했던 것으로 운용사 측은 해석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미중 갈등을 비롯한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가 자금 유입에 유효하게 작용했다"며 "경기 불확실성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져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추세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등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올해 1분기에 대규모로 금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들은 지난해 한 해 동안 금 1135.7t을 매입,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50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어 올해 1분기 동안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고에 228톤의 금을 추가 매입했다. 이 또한 1분기 매입 규모로는 자료 집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싱가포르 중앙은행인 싱가포르통화청(MAS)은 1분기에 69톤의 금을 사들였다. 중국 인민은행은 58톤의 금을 매수해 총 금보유고는 2068톤으로 늘었다. 터키 중앙은행도 1분기에 30톤의 금을 매입했고 인도는 같은 기간 7톤의 금을 매집했다.다. 금 매입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은 중앙은행들도 상당량의 금을 사들인 것으로 예상된다.
남 본부장은 "올해는 실질금리 하락과 달러 약세가 전망되는 만큼 금 가격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는 현 시점에 금은 인플레이션 헤지용으로 적절한 투자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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