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12억 넘던 경희궁자이, 10억에도 세입자 못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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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서 역전세난이 속출하는 것은 지난 2년간 급등한 전셋값이 단기간에 조정받고 있어서다.
세입자(임차인)들이 대출받아 전세금을 충당했던 상황이 2년 만에 집주인(임대인)이 대출받아 돌려주는 상황으로 180도 달라졌다.
강남권에선 송파구 '잠실엘스'가 이달 전용 84㎡ 전세가 9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2년 전 최고 거래가(14억원)에 비해 5억원 가까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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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전셋값 급등과 '정반대'
마래푸, 3.7억 내려 8억에 거래
강남도 신축 늘어 역전세 '위험'
내린만큼 집주인 '역월세' 지급
"전세금 반환대출 확대" 요구도
수도권에서 역전세난이 속출하는 것은 지난 2년간 급등한 전셋값이 단기간에 조정받고 있어서다. 세입자(임차인)들이 대출받아 전세금을 충당했던 상황이 2년 만에 집주인(임대인)이 대출받아 돌려주는 상황으로 180도 달라졌다.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된 부동산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이 과도하게 전셋값을 올리면서 최근 역전세난을 가중시켰다는 분석이다.
입주량 많은 강남권도 ‘비상’
역전세난은 전셋값 오름세가 두드러졌던 인기 주거지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홍파동 경희궁자이 2단지는 지난달 전용 84㎡ 전세가 9억원에 거래됐다. 2년 전인 2021년 5월 같은 크기가 최대 12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억원 하락했다.
강북 지역 대장 아파트로 통하는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지난달 전용 84㎡ 고층이 8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2021년에는 같은 크기가 최고 11억7000만원에 거래됐었다. 2년 새 전셋값이 3억7000만원 내렸다. 강남권에선 송파구 ‘잠실엘스’가 이달 전용 84㎡ 전세가 9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2년 전 최고 거래가(14억원)에 비해 5억원 가까이 내렸다. 강동구의 강동래미안힐스테이트 역시 이달 전용 84㎡ 전세가 6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2년 전(8억5000만원)보다 2억원 하락했다.
강남권은 2021년 당시 임대차 3법의 영향에 더해 주택 공급이 늦어지며 전셋값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했다. 반면 최근에는 강남권 신축 입주 물량이 늘었고, 전세 수요는 줄면서 역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신축 아파트의 입주가 이어지는 강남구 개포동에선 3개월 새 2년 전보다 가격을 낮춰 거래된 전세 계약이 226건에 달했다. 인근 대치동(204건)과 일원동(134건)도 하락 전세 거래가 늘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2021년 주택 공급난과 임대차 3법 논란이 겹치며 전셋값이 급격히 올랐고, 계약 기간이 끝나는 지금 역전세난으로 돌아온 것”이라며 “강남권은 신축 입주 물량이 많아 앞으로 역전세 현상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보증금 반환을 위해 규제 완화해야
역전세난과 전세 기피 현상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자금이 부족한 집주인은 속이 타는 상황이다. 일부 단지에선 기존 임차인을 붙잡기 위해 전세보증금 시세 하락분에 대해 연 4~5%대 이자를 지급하는 역월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셋값이 5000만원가량 떨어진 단지라면 2년간 총 500만원(5000만원×5%)을 역월세로 지급하는 식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1분기 ‘세입자 퇴거 조건부 대출’(전세 퇴거자금 대출) 잔액은 17조2962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말(15조3009억원)에 비해 2조원가량 불어난 수준이다.
집주인들은 보증금 반환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에 한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환 대출은 제한된 LTV와 DSR 범위 안에서만 실행할 수 있는데, 최대 금액을 빌려도 보증금을 상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DSR은 40%, LTV는 비규제지역 기준 무주택자 70%, 1주택자 이상 60%다.
DSR이 적용되지 않는 특례보금자리론도 대부분의 집주인에겐 ‘그림의 떡’이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만 이용할 수 있어서다. 다주택자가 실행할 수 있는 보증금 반환 용도 목적의 ‘생활안정자금대출’ 역시 기존 LTV·DSR 한도 안에서 받을 수 있다.
유오상/이인혁/이소현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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