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보기] 5성급 호텔 돌잔치 견적 내보니…1000만원 '훌쩍'

김영주 기자 2023. 5. 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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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과정이 결혼식과 다를 바 없어요. 그냥 두 번째 결혼식을 치르는 기분이에요."(돌잔치 앞둔 A씨)

오는 8월 자녀의 돌잔치를 앞두고 있는 A씨(36·경기 용인)가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연회장부터 스냅, 한복, 헤어·메이크업 등 준비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겁니다.

다른 부모도 비슷한 의견이었습니다. 지난 3월 자녀의 돌잔치를 치른 B씨(31·인천 중구)는 “개인적으로 돌잔치 준비가 결혼식 때보다 더 힘들었어요.”라고 취재진에게 털어놨습니다.

〈자료사진 제공=연합뉴스〉

요즘은 소규모 돌잔치가 많이 열립니다. 친인척과 가까운 지인만 초대해서 진행하는 거죠. 그런데 잔치 규모가 작아졌다고 해서, 준비 과정까지 간소해진 건 아닌가 봅니다.


■ 장소 대관부터 스냅까지…치열한 예약 경쟁

인기 돌잔치 연회장은 예약부터 쉽지 않습니다. 지난해 7월 자녀 돌잔치를 치른 C씨(31·경기 파주)는 연회장을 알아보던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돌잔치 6개월 전부터 알아봤는데, 원하는 곳은 이미 다 자리가 찼더라고요. 한창 코로나19가 유행할 때였는데도 경쟁이 치열해서 놀랐어요. 겨우 급하게 다른 곳을 예약했죠. 코로나19 전에는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돌잔치) 식장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더라고요.”

서울의 한 호텔 식당은 돌잔치 장소로 인기가 많습니다. 워낙 예약 경쟁이 치열해 부모들 사이에서는 식당 이름을 따서 '○○고시'라고도 불립니다.

이 고시를 통과하기 위해서 부모는 물론이고, 조부모와 지인들까지 예약에 동원 되기도 합니다. 예약이 열리는 날이면 사이트와 유선 전화 모두 예약하려는 사람들이 빗발치기 때문이죠.

해당 호텔 관계자는 “예약이 금방 마감되기 때문에, 한 가족이 한 타임만 예약할 수 있도록 해서 중복 예약은 막고 있다. 취소 자리를 기다리려고 대기를 걸어두는 분들도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예약 경쟁은 연회장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잔치 당일 사진을 찍을 사진촬영 업체를 섭외하는 게 또 하나의 과제입니다.

오는 6월 자녀의 돌잔치를 앞둔 D씨(36·경기 성남)는 사진촬영 업체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고 합니다.

“연회장을 잡고 나서 스냅을 알아봤는데, 원하는 곳은 다 예약이 차있더라고요. 10곳 이상 전화를 돌렸는데 받아주는 업체가 없어서 결국 개인 작가를 알아봤습니다.”

C씨 또한 “인기 업체는 거의 다 예약이 마감 된 상태였어요.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을 계속 뒤져서 겨우 업체 하나를 찾아 예약했어요.”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자료사진 제공=연합뉴스〉

■ 예산도 천차만별…많으면 1000만원 훌쩍 넘기도

결혼식과 마찬가지로, 돌잔치 역시 예산에 적정선이 따로 있는 건 아닙니다. 어느 장소에서, 어떻게 잔치를 하느냐에 따라 예산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6년 육아정책연구소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첫째 자녀 돌잔치에 쓰는 비용은 평균 260만원이었습니다. 요즘은 어떨까요?

D씨는 "주변을 보면 500만원 넘게 예산을 잡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저도 아이에게 좋은 것을 해주고 싶다보니 금액대가 엄청 올라가더라고요. '돌잔치에 이렇게 거금을 쓰는게 맞나?' 싶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취재진도 한번 돌잔치 견적을 내봤습니다. 30명 규모로 잔치를 연다는 가정 하에, 가격대별로 총 3곳의 연회장에 견적을 문의했습니다.

먼저 경기도의 한 연회장은 대관료, 식대, 돌상 등이 175만원이었습니다. 여기에 연회장과 제휴된 헤어·메이크업, 한복, 스냅사진 등의 업체 이용료는 최소 84만원 정도였습니다. 잘하면 200만원대에서 돌잔치가 해결 가능한 겁니다.

다음은 서울 강남의 연회장을 알아봤습니다. 대관료, 식대, 돌상 등이 339만5000원입니다. 제휴된 헤어·메이크업, 한복, 스냅사진 등의 업체 이용료는 최소 258만원 정도였습니다. 거의 600만원까지 견적이 올라갔습니다.

마지막은 서울의 5성급 호텔이었습니다. 대관료, 식대, 돌상 등이 990만원입니다. 여기에 헤어·메이크업, 한복, 스냅사진 등을 따로 준비하면 예산이 1000만원을 훌쩍 넘게 됩니다. 참고로 해당 호텔 연회장은 9월까지 예약이 꽉찬 상태였습니다.

전문가들은 돌잔치를 비롯한 육아시장이 앞으로 고급화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출산이다 보니 아이 한 명에게 쓰는 비용이 과거보다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서비스의 가격은 최저점이 어느정도 정해져있지만, 최고점은 정해져 있지 않아요. 무한정 늘이날 수 있는 겁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SNS로 정보 교류가 활발하다보니까 화려한 돌잔치 사진도 공유가 잘 됩니다. 그래서 소비자의 눈높이도 많이 올라갔어요. 그러다보면 좀 더 좋은 것을 하고 싶어서 잔치에 쓰는 비용이 커지겠죠. 업체 입장에서도 고급화 전략을 써야 바이럴이 잘 되기 때문에 더 이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 "아이의 첫 생일, 예쁘게 남겨주고 싶어"

치열한 예약 경쟁과 적지 않은 비용을 감당하면서 돌잔치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씨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집에서 돌잔치 하는 것도 생각해봤는데, 보통 일이 아닐 것 같더라고요. 음식 준비하고, 돌상 대여해서 꾸미고, 아기 돌 사진 따로 찍고 하려면 말이죠. 연회장에서 돌잔치를 하면 그런 수고를 덜 수 있으니까 그나마 나을 것 같았습니다. 집에서는 좋은 분위기 내기도 어렵고요.”

C씨는 아이의 기록을 남기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제가 둘째로 태어나서 돌 사진이 없어요. 크고 나니 그게 서운하더라고요. 그래서 제 아이는 첫 생일의 모습을 예쁘게 잘 남겨주고 싶었습니다. 평생 남는 기록이니까요.”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돌잔치도 '편리미엄(편리함+프리미엄)' 트렌드를 따르고 있다고 봤습니다.

“과거에 가정 안에서 이뤄졌던 활동들이 요즘은 외주화가 많이 됐습니다. 맞벌이 부부가 많으니까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기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외주 서비스를 이용하면 본인이 직접 준비하는 것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프리미엄의 특성까지 결합하면 지출이 더 커지는 거고요. 돌잔치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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