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김앤장·구글 출신 변호사… "마이데이터, 금융의 내비같은 역할이죠"

이미선 2023. 5. 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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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캠퍼스서 스타트업 자문하다 인연
김태훈 대표 '동행'요청에 2020년 합류
시스템부터 법까지 아우르는 전문가
금융 넘어서 건강분야로도 확장
"데이터로 더 나은 삶이 목표죠"
이정운 뱅크샐러드 정책협력그룹 법무이사(CLO). 뱅크샐러드 제공
이정운 뱅크샐러드 정책협력그룹 법무이사(CLO). 뱅크샐러드 제공

이정운 뱅크샐러드 정책협력그룹 법무이사(CLO)

"내비가 없던 시절 어떻게 길을 찾아갔을까요? 기억 나세요? 마이데이터가 없이 어떻게 돈을 관리했을까요? 이런 질문을 하는 날이 올 겁니다."

2017년 설립된 뱅크샐러드는 핫한 마이데이터 전문기업이다. 이정운(43) 변호사는 이 회사에서 CLO(최고법무책임자)를 맡고 있다. 이 CLO는 기자에게 대뜸 이같은 질문을 던졌다. 마이데이터가 일반인에게 아직은 익숙하지 않지만 곧 차량 내비게이션처럼 없어서는 안될 필수 아이템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 사업은 개인이 직접 자신의 정보를 관리·통제해 신용관리, 자산관리, 건강관리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도록 돕는 서비스를 말한다. 흔히 '내 손안의 금융비서'로 불리기도 한다.

마이데이터는 금융을 비롯해 의료, 통신 등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이를 통해 건강검진 결과를 스마트폰으로 내려 받아 건강관리에 쓰거나, 통신사 음성·데이터 사용량을 다운로드해 맞춤형 요금제를 추천 받는 것이 가능해진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가 가장 중요한 핵심 자원으로 꼽히는 만큼, 마이데이터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금융 분야에서는 마이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이 CLO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 CLO는 김앤장 변호사 출신이다. 2010년부터 김앤장 TMT(Technology, Media & Telecommunications) 팀에서 근무하며 IT와 데이터 분야 자문 업무를 담당해왔다.

김앤장에서 구글을 담당했던 인연으로 2018년에는 구글코리아 사내변호사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구글은 한국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구글 캠퍼스를 만들었다. 그는 구글 캠퍼스에 입주한 스타트업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과 변호사를 1:1로 매칭해서 자문해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했다. 이것이 인연이 돼 뱅크샐러드로부터 이직 제안을 받았다. 그는 "금융 분야는 규제가 복잡하고, 기술 기반 사업자들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고 들어왔던 터라 뱅크샐러드 입사가 조심스럽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던 도중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를 만나 마이데이터의 가치에 대해 듣게 됐고, "데이터로 사람들을 이롭게 하기 위해 달려나가고 있는 여정에 함께 해달라"는 김 대표의 설득에 2020년 7월 뱅크샐러드에 합류하게 됐다.

이 CLO는 현재 뱅크샐러드에서 정책협력그룹을 총괄하며 마이데이터 사업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정책협력그룹 내에는 준법지원팀과 대외협력홍보팀이 있다. 준법지원팀에서는 사업 수행과 관련된 규제 준수·내부통제·계약 등 업무를, 대외협력홍보팀에서는 대외 기관과의 협력과 기업홍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CLO는 시스템부터 법까지 마이데이터 전반을 아우르는 전문가다. 개인정보와 정보보호 분야에서 오랜 기간 변호사로 일해왔던 만큼, 금융 규제 환경을 이해하고 나아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외부 환경을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CLO는 "소비자들이 금융 거래를 할 때 금융기관들이 그 사람의 신용을 알고 거기에 맞는 금융상품을 제공하도록 신용평가가 이뤄졌는데, 정보주체가 그 정보를 직접 통제 또는 활용하는 데에는 제한이 있었다"며 "개인정보보호법 등 일반법과 비교해 금융 규제가 더 합리적인 부분들은 전산업분야로 확대하고, 반대로 불합리하게 엄격한 부분은 개선해서 데이터가 전산업분야로 활용되는데 차이를 두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금융데이터 산업의 발전 뿐 아니라 전산업분야의 데이터 활용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본격 시행된 지 1년이 넘었다. 일각에서는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성과에 대해 아쉬움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그는 "데이터를 연결하고 다루는 것이 어느 정도 안정됐고, 이용자가 그동안 쉽게 얻지 못했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자부했다. 뱅크샐러드의 경우 이용자들의 자산 내역을 단순히 보여주는 것이 아닌 전체 마이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산의 변경 추이를 보여주거나, 또래 중 내 자산 순위, 노는 돈 비율, 공격형 자산 비율, 투자 수익률 등 자산 내역을 분석 및 비교한 결과를 이용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대출과 저축을 진단해서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쉽게 자산을 증식할 수 있는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더 나아가 뱅크샐러드는 마이데이터를 금융을 넘어 건강 분야로도 확장하고 있다. 유전자 검사와 미생물 검사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CLO는 "뱅크샐러드가 금융으로 시작했지만, 회사의 명확한 목표는 '데이터로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건강은 과거 금융만큼이나 국민들이 자신의 정보를 자신의 것이라고 인지하지 못하고, 스스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나 방법이 제한된 분야"라며 "금융에서 그랬듯 흩어진 자신의 건강 정보를 결합하고 분석함으로써 사람들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신의 건강을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질병을 예방하며 위험을 대비할 수 있도록 한다면 분명히 데이터로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됨에 따라 2024년부터 모든 산업분야에 마이데이터 제도가 도입된다. 사람들은 이제 산업분야에 상관없이 흩어진 자신의 정보를 이동시키고, 통합할 수 있게 된다.

뱅크샐러드도 더욱 발빠르게 움직인다는 계획이다. 이 CLO는 "앞으로 통신·유통·교육·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로 사람들의 삶이 더 낫게 만드는 기회가 생길 것이고, 뱅크샐러드는 금융과 건강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분야에서 조력자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에 어떻게 처음 가는 장소에 운전을 해서 갔을까'하고 생각하는 것처럼 '마이데이터가 없던 시절에는 대출이나 예적금, 신용카드 같은 금융상품을 어떻게 선택하고 관리했지'라는 생각이 들도록 삶에 있어서 금융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풀어나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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