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탄핵 심판 첫 변론..."탄핵 불가피"vs"기각해달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 심판이 9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회 측은 핵심 업무인 재난안전관리를 방임한 이 장관의 탄핵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고, 이 장관 측은 탄핵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헌법재판소는 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 장관 탄핵 심판 사건 첫 변론 절차를 진행했다.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이 장관이 각각 소추위원과 피청구인으로 출석했다.
양 측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사전 재난예방조치 의무 위반 △사후 재난대응조치 의무 위반 △참사 발생 이후 직무 위반 등 3가지 쟁점에서 팽팽히 맞섰다.
사전 예방 의무에 대해 국회 측은 "작년의 경우 코로나19 완화로 축제 열기가 고조되고 있었고 '핼러윈, 이태원' 검색량도 폭증하고 있었다"며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장관 측은 "이 사건 참사는 시민이 자발적으로 모여 폭 4미터, 길이 40미터 골목에 밀집해 군중 유체화 현상이 일어난 것"이라며 "군중이 밀집하는 자체는 개개인의 행복 추구권,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 형태로 특별히 문제삼을 수 없다. 지나친 군중 밀집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는 있지만 그런 우려만으로 국가가 개입해 강제적으로 조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후 대응 의무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국회 측은 "이 장관은 이 참사 사실을 대통령보다 늦게 인지했다. 지난해 10월 29일 23시 20분 처음으로 보고받았고, 다음날 밤 12시 45분에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라며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규정에 따라 지체 없이 중수본을 설치하고 조기 수습을 위한 업무를 총괄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 측은 "최초 사고 3시간 35분만에, 사망자 최초 확인 1시간 30여 분만에 재난을 관리할 주관기관이 정해졌고 그로부터 40분 후 중앙안전재난안전대책본부가 설치 및 운영됐다. (대응이) 늦었다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참사 이후 이 장관의 언행을 두고도 논쟁이 벌어졌다. 국회 측은 "이 장관은 자인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경찰이나 소방청에 책임을 전가하는 언행을 하는 등 참사 발생 직후부터 참사를 수습하고 애도하는 기간,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기간 전반에 걸쳐 부적절하고 섣부를 언행으로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 측은 "골든타임 발언의 경우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그 발언 직후 성급한 발언이었다고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며 "(이외에) 각 발언은 당시 기억한 대로 진술한 것이지 허위진술한 것은 아니다. 허위진술, 위증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국회 측은 이 장관의 탄핵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고, 이 장관 측은 탄핵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국회 측은 "국회는 이 장관에게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에 의해 부여된 직무를 태만하고 방임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이 사건 참사의 결과는 참혹하다. 이 장관을 파면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이런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이 장관 측은 "이 사건 참사 관련한 행위나 조치 중 형식적으로나마 법률에 위배된다고 볼 여지 있는 것이 설령 있다 하더라도 여러 사정에 비춰 볼 때 탄핵을 정당화할 만큼 중대한 법률 위반으로 평가할 수 없다"면서 "탄핵을 기각해달라"고 했다.
이날 재판부는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박용수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 엄준욱 소방청 119종합상황실장(현 인천소방본부장),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회 측은 이외에 이태원 참사 유족과 생존자를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이 장관 측은 "장관으로서 책임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의미한 진술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반대했다.
재판부는 이태원 참사 생존자와 유족을 증인으로 부를지는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2차 변론기일은 오는 23일, 3차 변론기일은 다음달 13일로 지정됐다. 2차 변론기일에는 김 본부장과 박 실장, 3차 변론기일에는 엄 실장 등의 증인신문이 이뤄진다.
김도읍 위원장은 "소추위원으로서 행안부 장관 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은 우려된다"며 "헌재가 집중심리로 신속한 결정을 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다영 기자 allze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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