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여름 이적시장...'사우디 NO' 메시, 'EPL이냐, 라리가냐' 이강인·김민재는?
유럽 축구 리그가 시즌 막바지를 향하는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여름 이적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6·파리생제르맹)의 거취부터 이번 시즌 최고의 기량으로 유럽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김민재(27·나폴리)와 이강인(22·마요르카)의 이적 여부도 화두다.
스페인 스포츠매체 문도 데포르티보는 9일(한국시간) 메시가 스포츠계의 아카데미로 불리는 '라우레우스 스포츠 어워드'에서 올해의 남자 스포츠인으로 선정됐다고 밝히며 그의 수상 소감을 조명했다. 메시가 소감을 통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조국 아르헨티나에 우승 트로피를 안긴 것과 FC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한 이력을 얘기했지만 파리생제르맹(PSG)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는 것이다.
메시는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해 올해의 남자 스포츠인으로 호명된 뒤 "이런 방식으로 인정받는 건 언제나 좋은 일이지만 스포츠는 팀 스포츠라는 점에서 올해는 내가 가졌던 가장 큰 꿈을 이뤘다. 우리 팀(아르헨티나)과 함께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는 바르셀로나에서 많은 행복을 느꼈고, 국가대표팀과 함께 많은 슬픔을 겪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역경도 극복했다. 꿈을 성취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나에게 일어난 일 중 단연 최고였다"고 덧붙였다.
메시의 소감을 두고 스페인 등 일부 매체들은 "이적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2021년 8월 FC바르셀로나를 떠나 PSG에 새 둥지를 튼 메시는 '2년+1년 연장' 계약을 맺으며 파리에 짐을 풀었다. 하지만 PSG와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 1년 연장 등 계약을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그의 거취에 전 세계 언론과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더군다나 메시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으로 PSG와 각을 세우며 대립했다. 메시는 지난 1일 로리앙과 홈경기에서 1-3 충격패를 당해 팀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가족들과 함께 사우디행 비행기를 탔다. 사우디 관광청 홍보대사인 그는 광고 촬영을 위해 리야드로 향했지만 PSG는 그의 여행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메시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우디 방문 사진을 게재해 그의 사우디 여행이 알려졌다. 그러자 PSG는 메시에게 2주간 출전정지 등 처분을 내리며 둘 사이의 계약은 물 건너갔음을 시사했다.
팬들은 구단의 승인 없이 여행을 떠났을 뿐만 아니라 시즌 중에 일탈을 저질렀다며 질타했다. 심지어 구단 앞에서 시위하는 팬들도 있었다. 그러자 메시는 말끔한 수트 차림으로 사과 영상을 올려 "팀 동료와 구단에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구단의 동의를 받았지만 갑작스럽게 스케줄이 변경돼 훈련에 나서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PSG도 이날 구단 SNS에 메시가 팀 훈련에 복귀한 모습을 공개하며 화해의 분위기를 전했다.
메시가 수트를 입고 사과한 건 유럽 시장에 남고 싶다는 강한 메시지로 보인다. 문도 데포르티보는 최근 메시가 중동과 미국 등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유럽 리그에서 뛰고 싶은 메시의 의중을 전했다. 매체는 "메시가 사우디행 협의를 했다는 보도(사우디 언론)는 오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바르셀로나로의 복귀에는 어느 정도 힘이 실리고 있다. 라파엘 유스트 바르셀로나 부회장이 지난 3월 현지 언론에 대놓고 메시의 복귀를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어서다. 메시 측도 바르셀로나로 돌아가는 것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메시의 천문학적인 몸값이 문제라면 문제다. 메시는 2년 전 PSG와 주급 65만 파운드(약 10억8,000만 원)의 최고 대우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AFP 통신은 이날 오후 메시가 사우디아라비아 클럽과 역대급 계약을 맺었다고 정통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해당 관계자는 AFP에 "메시의 계약이 완료됐다. 다음 시즌부터 메시는 사우디 리그에서 뛴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 규모가 엄청나다. 세부 사항을 조율하는 일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AFP에 따르면 PSG는 사실상 결별을 인정했다. PSG관계자는 AFP에 "만약 우리가 메시와 재계약할 것이었다면 진작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강인·김민재 "EPL or 라리가 or 세리에A"
요새 가장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을 선수는 다름 아닌 이강인과 김민재다. 이강인은 스페인의 공신력 있는 매체들에 의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의 이적설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현재 스페인 라리가에서 수준 높은 기량과 피지컬을 보여주면서 대세임을 증명하고 있다.
스페인 매체 스포르트도 라리가가 주목하는 이적시장 대어로 메시와 주드 벨링엄(도르트문트), 그리고 이강인을 꼽았다. 라리가의 3대 구단인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주시하고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일단 스페인 언론들은 최근 일제히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이 이강인을 원한다며 구단에 통보했다는 보도들을 쏟아냈다. 감독까지 이강인을 들이는 데 발 벗고 나선 마당에 구단이 이를 마다할 리가 없다. 이강인의 바이아웃 금액은 1,700만 유로(약 240억 원)로 알려진 가운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그 이상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보도가 줄잇고 있다.
특히 이강인은 현재 마요르카의 경기를 조율하는 핵심으로 떠올랐다. 드리블과 정확한 패스, 탈압박 등 화려한 발 기술로 라리가의 구단과 팬들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하비에르 아기레 마요르카 감독 지도 아래 부족하다고 지적됐던 수비력과 경합 능력 등을 보완해 미드필더로서의 화력도 쌓았다. 라리가에서 6골 5도움으로 맹활약 중인 그는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한 시즌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올려 절정의 시기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들의 러브콜도 심상치 않다. 이미 애스턴빌라, 뉴캐슬, 울버햄프턴 등이 그를 원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는 데다 최근엔 손흥민의 토트넘이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결론적으로 라리가냐, EPL이냐를 놓고 선택만이 남아 있는 셈이다.
이탈리아 세리에A 최고 수비수로 불리는 김민재 역시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등 EPL뿐만 아니라 레알 마드리드, PSG 등 유럽 빅클럽들이 그를 눈독 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구단은 맨유다. 이탈리아 매체 코리에레 델로 스포르트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맨유가 여름 이적시장에서 김민재를 위해 그의 바이아웃 금액인 6,000만 유로(약 870억 원)를 기꺼이 지불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맨유는 현재 센터백인 해리 매과이어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날 것으로 보이기에 김민재를 강하게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 나폴리로 이적한 김민재는 반년 만에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고, 탄탄한 수비를 앞세워 팀의 리그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또한 나폴리 창단 이후 97년 만에 첫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함께 썼다. 몸값이 치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폴리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루치아노 스팔레티 나폴리 감독은 김민재 등 몇몇 선수의 잔류 없이 팀에 남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김민재의 바이아웃이 발동되는 시기는 오는 7월 1일부터 15일까지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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