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에 올인, 중러와는 거리... 尹, 한반도 외교 ‘판’ 뒤집었다

정승임 2023. 5. 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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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이맘때를 생각하면 외교안보만큼 큰 변화가 이뤄진 분야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이렇게 자평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 일본이 도청이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나쁜 짓을 해도 좋게 해석하는 반면, 적대시하는 국가는 악의로 해석하는 진영 편향 외교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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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1년 '가치 외교' 표방하며
'전략적 모호성'→'전략적 선명성'
한미일에 편향된 '진영외교' 우려도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을 마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싱어송라이터 돈 맥클레인의 친필 사인이 담긴 통기타를 선물받고 있다. 뉴시스
“1년 전 이맘때를 생각하면 외교안보만큼 큰 변화가 이뤄진 분야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이렇게 자평했다. 취임 열흘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한미동맹을 재건하고,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는 12년 만에 한일 정상 셔틀외교를 복원했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이처럼 윤 대통령은 취임 후 1년간 우리 외교의 '판'을 180도 뒤집었다. 문재인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미일과 밀착하는 '전략적 선명성'을 택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를 오가는 ‘줄타기' 외교 대신 자유·민주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한 국가들과의 연대에 치중하며 한미·한일관계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자연히 중국, 러시아와는 거리를 뒀다. 그 결과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는 심화됐다. 전문가들은 미중 패권경쟁이 '제로섬 게임' 양상으로 흐르는 만큼 이 같은 기조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면서도 ‘편향' 외교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3국 미사일 경보 공유’에서 워싱턴 선언까지

윤 대통령의 대미·대일 드라이브는 어찌 보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위협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에서 중단한 대규모 한미연합 기동훈련이 부활했고, 폭격기를 비롯한 미국 전략자산이 부쩍 자주 한반도를 찾았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 핵 자산의 △정보공유 △공동기획 △공동실행을 담은 '핵협의그룹(NCG)' 창설로 발전했다.

우리 기업이 낸 돈으로 강제동원 피해배상에 나서기로 하면서 한미에 일본까지 적극 끌어들여 3국 안보협력에 속도를 냈다. 지난해 11월 한미일 정상이 합의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를 넘어 ‘한미일 확장억제 협의체’ 신설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중 간에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전략적 모호성에서 탈피해 전략적 명확성을 찾아가고 있다”며 “전임 정부와 비교해 한미동맹 수준이 올라가고 한일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중러 외교 공간도 남겨 둬야”

반면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치러야 할 비용은 부담으로 남았다. 윤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자 러시아는 한국을 ‘적대국가’로 못 박았고, 대만 문제를 거론하자 중국은 “불장난하면 불에 타 죽는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북한을 움직일 지렛대인 중러를 활용할 공간이 좁아진 것이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사는 “글로벌 정세를 감안할 때 한미일 밀착은 틀린 방향은 아니다”라면서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유지하는 목표를 위해선 중국과 러시아까지 아우르는 큰 그림이 있어야 하는데 외교 정책에 미국, 일본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 일본이 도청이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나쁜 짓을 해도 좋게 해석하는 반면, 적대시하는 국가는 악의로 해석하는 진영 편향 외교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박원곤 교수는 중러와의 마찰을 어차피 치러야 할 비용으로 봤다. 박 교수는 “과거 정부가 추구한 전략적 모호성은 위험비용을 안 내겠다는 것인데, 그런 시기가 지난 만큼 일종의 초기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우리가 일관된 정책을 추구할수록 비용은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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