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목소리 지우는 정부…사회적 논의기구에 ‘양대 노총’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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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최근 양대 노총을 정부 쪽 위원회에서 잇달아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조합의 회계장부 미제출 등을 빌미로 노동계를 압박해온 정부가 정책을 논의·심의하는 과정에서 노동 쪽 인사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노동계 패싱'을 노골화하는 양상이다.
사실상 정부가 회계 장부 미제출을 문제 삼은 양대 노총 쪽 인사들을 특정해 정부위원회 위원에서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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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최근 양대 노총을 정부 쪽 위원회에서 잇달아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조합의 회계장부 미제출 등을 빌미로 노동계를 압박해온 정부가 정책을 논의·심의하는 과정에서 노동 쪽 인사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노동계 패싱’을 노골화하는 양상이다.
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교육 정책을 수립하는 경제교육관리위원회 위원을 최종 임명하는 과정에서 한국노총 몫이던 민간위원을 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재부는 지난 2월 한국노총에 노동계를 대표할 민간위원 추천을 요청했고, 한국노총은 대상자를 선정한 뒤 추천 위원 관련 자료를 제출했는데 최종 명단에서 해당 인사가 빠진 것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한겨레>에 “정부위원회 구성 관련 초반엔 문제가 없었다. 정부가 노조 회계 공개를 압박한 이후 기류가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일은 올해 초부터 반복됐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건강보험 재정 관련 심의·의결 기구인 건강보험재정운영위원회에서 양대 노총이 모두 배제된 게 대표적이다. 건강보험은 해마다 진료·조제료 등 수가(가격)를 정하는데, 이때 가입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건강보험재정운영위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지난 3일 건강보험재정운영위 위원을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보내면서, 직장가입자로서 대표성을 지닌 민주노총·한국노총 등을 뺀 130여개 개별 노조에만 보냈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직장가입자 대표 위원 10명 가운데 노동자 대표 5명을 선정할 때 양대 노총을 포함한 산별노조·연맹 등 5개 노조에서 추천을 받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에 (노동자단체 추천 위원) 다양성을 넓혀보자는 취지”라며 “고용노동부가 장부 미제출 등 회계 관련 노조법 위반으로 과태료 등을 부과한 노조들을 제외하다 보니, (양대 노총이)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정부가 회계 장부 미제출을 문제 삼은 양대 노총 쪽 인사들을 특정해 정부위원회 위원에서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양대 노총 배제는 교육 분야에서도 진행 중이다. 양대 노총은 최근 교육부 자격정책심의회 노동계 몫으로 각각 위원 1명을 추천했지만, 노동부가 이를 두차례나 반려했다. 총연맹 소속이 아닌 ‘전문가’를 추천하라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오랜 기간 자격정책심의회에서 활동해온 인사를 추천했는데도 전문성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사실상 정부 입맛에 맞는 사람을 선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월엔 유아교육과 어린이집 보육의 통합을 위한 민관 논의 기구인 ‘유보통합 추진위원회’ 위원에 민주노총 소속 인사가 위촉됐다가 최종 명단에서 돌연 빠져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노동계 쪽을 뺀 자리에 대학교수 등 전문가로 채우는 정부의 행태가 결국 위원회 운용 과정에서 가입자단체의 목소리를 축소하고 정부의 의지만 관철되는 구조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건강보험료는 직장인이 낸다. 직장인이 바로 노동자고, 이들을 상당수 조직하고 있는 양대 노총이 직장인을 대표해 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양대 노총을 배제하면 결국 직장인, 노동자를 (위원회 논의 구조에서) 배제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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