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면 안 하면 참사 재발” vs 이상민 “예측 못한 사고”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 논란으로 탄핵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1차 변론기일을 마친 뒤 대심판정을 나서고 있다./뉴스1

헌법재판소가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을 이유로 탄핵 심판을 받게 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첫 번째 변론 기일을 열었다. 국무위원으로서는 처음으로 탄핵 소추 대상이 된 이 장관은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탄핵 심판을 청구한 국회 측은 “훼손된 헌법질서를 회복하고 헌법이 실현될 수 있도록 이 장관을 파면해야 한다”고 했다.

헌재는 9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1차 변론을 진행했다. 지난 2월 8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지 세 달 만이다. 이날 변론 기일에는 피청구인 이 장관과 소추위원인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참석했고, 정점식(국민의힘)‧진선미(더불어민주당) 등 몇몇 국회의원들도 참석해 방청했다.

청구인인 국회 측은 이날 탄핵 소추 사실 진술에서 이 장관이 헌법과 재난안전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난의 사전 예방 및 사후 대응 조치 의무를 저버렸다고 했다. 군중이 몰려 위험이 예상되는 핼러윈 축제와 관련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지 않았고, 사고 발생 후 중앙사고수습본부를 빠르게 설치‧운영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이 장관이 핼러윈 참사 사고 소식을 접한 뒤 3시간이 지나서야 이태원 현장에 도착해 늑장 대응을 했다고도 했다.

국회 측 노희범 변호사는 “국가의 재난 및 안전 관리를 책임지는 주무장관으로서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직무를 방임했다”며 “이 장관을 파면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이런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없을 것이고, 훼손된 헌법질서는 회복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 심판 사건 첫 변론 기일에 소추위원 자격으로 참석하며 발언하고 있다./뉴스1

이 장관 측은 핼러윈 참사의 예측 불가능성을 강조하며 탄핵을 당할 만한 헌법과 법률 위반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을 대리한 윤용섭 변호사는 “이 장관이 (압사 사고를) 미리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씀하시는데, 여기 있는 사람 중 예측한 사람이 있을까”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재난 이후 긴급 조치나 지시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 장관 측은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방어하기도 했다. 이 장관 측은 “세월호의 경험으로 대규모 재난에서의 긴급구조는 중앙행정기관의 관여나 간섭을 최대한 배제하고, 현장에서 지휘 통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이라는 교훈을 얻고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탄핵 심판에서 핼러윈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를 증인으로 채택할 것인지를 두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국회 측은 당사자들을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신청했지만 이 장관 측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 장관 측 변호사는 “(유족이) 이 장관의 책임 이행 문제에 대해 유의미한 진술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달 23일과 다음 달 13일 두 차례에 걸쳐 변론 기일을 열기로 결정했다. 헌재는 행안부‧소방청 등 관계자 4명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