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법치주의' 앞세운 노동개혁, '주69시간' 논란에 급제동
[편집자주] 편주: 노동개혁, 연금개혁, 교육개혁. 윤석열 대통령이 미래세대를 위해 약속한 3가지 개혁이다. 노조 개혁 등 일부 성과는 냈지만, 상당부분은 국회에 발목이 잡혀있다.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3대 개혁의 현 주소와 실현 가능성을 짚어본다.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과제 가운데 가장 크게 주목받은 게 노동개혁이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노동개혁 관련 주요 입법 과제는 △ '노조회계 투명화법' △노조원 자녀의 고용세습 등을 막기 위한 '공정채용법' △상습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 등이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노동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해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 지도부와 정책위원회가 이슈를 띄우면 이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법안을 마련하는 수순이다. 여당은 이달 초 노동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하기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3월 취임 후 첫 당정협의 안건으로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다뤘다. 노조의 회계 공시 의무를 강화해 이른바 '깜깜이 회계'를 방지하고 노조원의 권리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와 관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와 거대 노조 괴롭힘 방지를 위한 '노동조합과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이하 노조회계 투명화법)을 대표 발의했다. 노조와 산하조직이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을 활용해 규약, 조합원 수, 결산서류 등을 자율적으로 공시토록 하는 내용이다. 또 조합원들이 언제라도 재정 장부와 서류를 열람할 수 있도록 조합원 열람권을 강화하고 회계 서류보존 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야당이 반대 취지의 법안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발목이 잡혔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은 현행 노조법에서 규정된 노조의 행정관청에 대한 결산결과와 운영상황 보고 의무를 삭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여당은 노동시장에 만연한 부조리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노동개혁 특위에서는 1호 입법안으로 공정채용법(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마련하고 당론으로 세운다는 방침이다. 부정채용 시 채용 취소가 가능하도록 근거조항을 마련하고 채용 비리 강요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은 '상습 임금 체불' 문제도 제도 정비를 통해 근절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임금채권보장법 자체를 전면적으로 보완해 상습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형사 처벌 강화하고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드라이브는 노동개혁의 또 다른 큰 축인 근로시간제도 개편이 '주69시간제'라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실근로시간 단축과 근로형태 유연화라는 취지와는 정반대로 '69시간제'라는 프레임에 갇힌 것이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여론 수렴과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고, 특위는 고용노동부가 현재 진행 중인 설문조사 등을 마친 뒤 논의를 해보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담겼던 포괄임금제 오남용 방지, 휴가 보장 등 현장에서 공감을 얻은 정책에 대해서는 시행령 개정이나 포인트 입법 방식으로 추진해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에 내실을 채운다는 방침이다.
야당이 국회에서 강행 처리를 예고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문제로 정국이 급랭하면서 또 다시 노동개혁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사용자의 범위를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자'로 확대하고 노조의 쟁의행위로 인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 권리를 일부 제한하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노동계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노동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국민적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많은 정권에서 노동개혁을 부르짖어왔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 노사 법치주의 확립이라는 분명한 아젠다를 제시했다는 점은 의미있는 성과"라며 "지난해 말 화물연대 파업 등에 엄정 대응하며 추진 의지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줬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중구조 개혁과제에 대한 공론화가 부족했고 노사정 간 사회적 대화와 국민적 지지를 얻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여소야대 정치 환경에서 법·제도 개선은 정부 주도로 추진하기에 쉽지 않는 만큼 공론화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노사 법치주의를 개혁해서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의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그것을 통해 노동개혁에 대한 지지여론과 추진 동력을 만드는 게 과제"라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kjyo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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