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자금 끌어모은다' TDF 순자산 10조 돌파…"채권보다 높은 수익"
지난 2018~2023년 1분기 누적 수익률은 15.7%…해외주식보다 낮고 국내 채권보다 높아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지난 2016년 국내에 도입된 타깃데이타펀드(TDF)가 퇴직연금시장의 핵심 투자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TDF로 운용되는 연금자산은 10조원을 넘어섰고, 실적배당형 적립금의 20%가 TDF에 들어가있다.
TDF란 근로자의 은퇴시점을 타깃 데이트(Target Date)해 생애주기에 따라 자산배분을 조정하는 펀드다. 초기에는 위험자산의 비중이 높고 은퇴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안전자산의 비중을 확대하는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 방식을 활용한다.
9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TDF 운용 성과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문유성 금융투자협회 연금부장은 "TDF가 국내 최초로 출시된 2016년 이후 7년 만에 자산이 10조원을 넘겼다"면서 "TDF가 연금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연금 상품은 리테일에서 히트친 펀드가 연금 클래스로 바뀌는 식으로 운영됐다. 오직 연금만을 위한 상품은 없었던 셈이다. 그렇다 보니 투자 타이밍이 후행적일 수밖에 없어 성과가 좋지 못했다. 반면 TDF는 시황이나 글로벌 변동에 구애받지 않고, 은퇴시점에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에 초점을 둔 전용 상품이다.
문 부장은 "TDF 도입 당시에는 연금을 목적으로 한 상품이 될까하는 의구심이 많았다"면서 "운용사에 계신 분들도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지만, 현재는 TDF가 연금업계에 큰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 TDF 순자산 10조원 돌파…"제도개선 덕분"
올해 1분기 연금 클래스 TDF 순자산은 10조원을 돌파했다. 전체 순자산에서 연금 클래스의 비중이 90% 이상일 정도로 TDF는 연금 특화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연금에 들어간 10조1000억원 중 퇴직연금에 8조1000억원(73.7%), 개인연금에 2조원(18.6%)가 들어가있다.
문 부장은 "1분기 기준으로 전체 퇴직연금 시장(338조원)에서 실적배당형에 42조원이 들어가 있다"면서 "이 중 TDF에 들어간 돈이 8조원으로 전체 20%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실적배당상품 중 TDF 자금의 비중은 2019년까지 7%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0년부터 10%를 넘어서더니 올해 1분기에는 19.3%까지 비중이 늘었다. 이는 연금 계좌에 TDF를 100% 담을 수 있도록 한 감독 규정 개선 덕분이다.
문 부장은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투자 인구가 확대되고, 투자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영향을 끼쳤지만, 2018년 하반기 TDF 제도 개선이 자금 유입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TDF를 비롯한 연금특화 실적배당상품의 성장이 퇴직연금 적립금의 머니무브를 이끌어나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 TDF 인기 빈티지는 2025…"은퇴 시점보단 투자 성향"
TDF 뒤에는 2025, 2030 등 숫자가 붙는다. 해당 숫자는 '빈티지'라고 불리고, 예상 퇴직연도를 의미한다. 즉, 2025가 붙었다면 2025년에 퇴직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상품이라는 의미다.
올해 1분기 기준 TDF 2025, 2030이 각각 전체 순자산의 22.2%, 20.4%를 차지했고, TDF 2045가 16.8%를 기록했다.
빈티지 수요가 다양한 이유는 TDF가 은퇴 시점보다는 개개인의 투자 성향에 따라 선택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가령 2025년 은퇴자라도 좀 더 공격적인 운용을 원한다면 2045 빈티지 상품을 선택할 수 있고, 젊은 사람이라도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싶다면 2025 빈티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퇴직연금을 기준으로 지난 2018~2023년 1분기까지 TDF 누적 수익률은 15.7%로 집계됐다. 해당 기간 원리금보장상품 수익률은 9.1%였고, 누적 물가상승률(CPI)은 11.6%다.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수익을 냈다.
문 부장은 "운용성과 측면에서 TDF는 매년 해외주식형 펀드와 국내채권형 펀드 사이의 안정적인 운용 성과를 기록했다"면서 "증시 상승기에는 글로벌 주요지수와 동조화되어 수익을 시현하고, 증시 하락기에는 손실을 일부 방어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 "디폴트옵션 도입…TDF 시장 더 커진다"
올해 1분기 기준 총 19개 운용사가 TDF를 출시해 운용하고 있고, 매년 2~4개 사가 신규로 진입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연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오는 7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 제도 도입과 함께 TDF 시장은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둔 운용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문 부장은 "TDF는 장기적 관점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보였다"면서 "장기·적립식 투자에 부합하는 연금특화 상품으로서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와 연금자산 증식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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