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단순시찰 우려에 … 민간 전문가들 4일간 꼼꼼히 검증
원자력·방사능전문가 10여명
"정화·방류 시설 집중 점검"
조사 범위 놓고 양국 온도차
日관료 "안전성평가 안할 듯"
방류 명분쌓기 들러리 우려도
◆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방한으로 급물살을 탔던 한일 외교관계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로 다시 시험대에 섰다. 오는 23일 시작될 예정인 시찰단의 일본 방문 결과에 따라 한일관계가 다시 한번 급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시찰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 명분 쌓기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는 국민 안심을 위해 최대한 정밀하게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9일 정부는 10개 부처로 구성된 후쿠시마 원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오는 23일부터 일본에 파견될 시찰단 규모와 시찰 범위 등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TF는 국무조정실 총괄로 외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참여한다.
일본과의 대외 협상은 외교부, 오염수 영향평가는 원안위, 수입 수산물 점검은 식약처, 국내 생산 수산물 점검은 해수부, 국내 호수 및 강에 대한 대응은 환경부가 각각 담당하는 식으로 업무를 나눴다. 시찰단 세부 일정으로는 경제산업성 및 도쿄전력 관계자 면담,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는 시설인 해저터널 시찰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찰단은 특히 원자력·방사능과 관련한 민간 전문가도 상당수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TF 관계자는 "시찰단은 원안위나 원안위 산하 기관 전문가 위주로 구성할 예정"이라며 "정부 관계자도 참여하지만 주축은 민간 원자력 전문가들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생산 수산물 영향평가를 담당하는 해수부는 산하 기관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등 내부 전문가 시찰단 파견을 검토 중이다.
시찰단은 지난해 3월 후쿠시마를 찾은 대만 시찰단 사례를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비회원국인 대만은 IAEA 다국적 조사단에 참가하지 못하자 지난해 전문가 8명으로 된 조사단을 파견해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 문제를 조사했다. 대만 조사단은 도쿄전력 관계자와 만나 오염수 배출 과정을 듣고 오염수 방사능 측정 탱크와 오염수 방류 시설 등을 둘러봤다. 태평양 섬나라 18개국이 모인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사무국도 지난해 유사한 시찰을 진행했다.
다만 이 같은 형식의 시찰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수준의 정밀한 검증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한국 시찰단 방문에 대해 "한국 측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한 대응"이라며 "시찰단이 안전성에 대한 평가나 확인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해양 방류 안전성에 대한 한국의 이해가 깊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 고위 관계자는 "물을 직접 떠서 오염 여부를 따지는 과학적 검증은 우리나라가 소속된 IAEA에서 진행해왔다"며 "이번에 우리 측 전문가들이 일본에 가면 정화 시설 운영 능력, 오염수가 방류되는 과정에서 설비 시설이 제대로 작동되는지를 현장에서 꼼꼼하게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래야 귀국해서 후속 대응책도 세울 수 있다. 만약 시설이 미흡하면 당연히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시찰을 계기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 논의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IAEA가 아닌 한국 정부 실사단이 현지에서 조사 결과를 들고 와 소상히 알린다면 더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일본이 수입 금지조치 해제 요구를 하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파견 일정은 당초 오는 23~24일 1박2일간으로 보도됐지만, 실제로는 최소 3박4일 일정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23~24일은 실제 시찰단이 현장에 파견되는 일정만을 말하는 것으로 실제 현지 도착 준비 등 시간을 모두 포함하면 3박4일은 될 것이라는 게 외교부의 예상이다. 또 시찰단 파견 논의를 위한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 시찰단 파견 인원과 범위 등이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시찰단은 오는 6월로 예정된 IAEA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전문가들의 검증 결과를 공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오염수 안전성 검토에 필요한 정보를 일본 측에 요청해 제공받아 분석해 왔는데, 이번에 우리 정부 전문가들이 현장을 직접 방문, 시찰하고 확인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원전 오염수 방류가 임박하면서 정치권도 TF를 꾸리고 대응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TF'를 꾸리고 첫 회의를 열었다. TF 위원장은 직전 정책위의장을 지낸 재선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태안)이 맡았다.
일본은 올여름부터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한 후 이 터널을 이용해 원전에서 1㎞ 떨어진 바다에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홍혜진 기자 / 한예경 기자 / 이지용 기자 / 박동환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젠장”…영부인이 내놓은 음식에 바이든 ‘버럭’, 무슨 요리길래 - 매일경제
- 호프집도 음식점도 사라졌다...요즘 자영업 이게 대세라는데 - 매일경제
- 첫 데이트에 오마카세 가자고 하면?…男 “더치페이 할 것” - 매일경제
- “아빠는 청렴한 논리주의자”라던 딸 조민…조국의 답변은 - 매일경제
- 우편함 뒤지는 순간 소름…다세대주택 드나드는 이들의 정체 - 매일경제
- “청소년들 이상한 짓 못하겠네”...룸카페 벽면·출입문, 이렇게 바뀐다 - 매일경제
- “어떻게 이런 못된 병 숨기고 결혼”…막말 논란 ‘닥터 차정숙’ - 매일경제
- 폭탄인줄 알았는데 대박 났네…반년만에 효자된 이 상품 [금융 라운지] - 매일경제
- “어머, 이건 사야해”...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난리인 제품 - 매일경제
- 김연경·김수지가 같이 뛰는 흥국생명 V5 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