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봉책에…'전세 런' 전국확산
빌라전세 시장 거래 급감
정책표류 속 역전세난 심화
하반기 서민주거 시한폭탄
◆ 표류하는 정책현안 ◆
"2주째 전세계약을 한 건도 못했어요. 분위기가 을씨년스럽기까지 해요." 9일 오후에 찾은 서울 화곡동의 공인중개업소에서는 고객들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공인중개업소에 앉아 있던 사람들도 "옆 가게 사람인데 그냥 놀러온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전세사기 공포로 빌라 전세시장이 붕괴되고 있다. '빌라 전세 런'이라는 신조어까지 나타났을 정도다. 부도 난 은행에서 예적금을 빼가듯,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걱정하는 세입자들이 빌라 전세시장을 떠난다는 것이다. 역전세난으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 대란이 자칫 아파트 시장으로 옮아붙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서민층 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보증금 반환을 둘러싼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지만, 선제적인 전세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정부가 사실상 관망하고 있는 셈이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도 "하반기에 정점에 도달할 역전세난을 해결할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달 내놓은 전세사기 특별법도 '선별된' 피해자 구제에만 집중했을 뿐 전세 문제의 근본 원인에는 손도 못 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마저 보증금에 대한 채권 매입을 둘러싸고 여야 입장이 엇갈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빌라 시장에서 전세계약은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3월 서울의 빌라(다세대·연립주택) 전세거래는 1만620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2만2881건)보다 30%가량 줄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하반기로 갈수록 역전세가 심해지면서 빌라 임대시장이 더 나빠질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빌라보다 상대적으로 상황이 낫다는 아파트도 2년 전 전셋값이 고점인 경우가 많아 역전세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 위험은 큰 상태"라고 말했다.
[손동우 부동산·도시계획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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