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측 “뇌물 준 대가 뭐였냐” 질문에…유동규 “‘동생’ 칭호가 대가이자 혜택”
정 전 실장 측 “대장동 민간업자 요구 거절”
유 전 본부장 “김만배 주도하에 사업자 선정”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9일 법정에서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뇌물을 준 대가로 정 전 실장에게서 무엇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동생이라는 칭호를 받았다”고 했다. 또 정 전 실장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핵심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 심리로 이날 열린 정 전 실장의 뇌물 혐의 공판에선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정 전 실장 측 반대신문이 계속됐다. 지난 기일에 유 전 본부장이 정 전 실장에게 돈을 전달한 경위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던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이날은 대가관계가 없어 뇌물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정 전 실장 측은 우선 유 전 본부장이 정 전 실장에게 뇌물을 줬다면서도 그 대가로 받은 게 없다고 주장했다. 뇌물죄는 공무원의 직무와 금품수수 간 대가관계가 있어야 성립되는데 ‘대가’가 없었다는 것이다. 정 전 실장 측이 “정 전 실장이 증인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면 증인은 그 대가로 무슨 혜택을 받았냐”고 질문하자 유 전 본부장은 “정 전 실장은 이재명 대표만큼 힘 있는 사람이었다”면서 “저는 동생이란 칭호를 받았다. 그 자체가 혜택 아니겠냐”고 했다.
이와 관련, 정 전 실장 측은 오전 재판 후 기자들에게 “이 말이야말로 이 사건을 모두 설명해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이 본인 입으로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이 뇌물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도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는 것이다.
정 전 실장 측은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결탁한 적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정 전 실장이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요구한 ‘5대 요구사항’을 모두 거절했는데, 이들로부터 뇌물을 받았으면 과연 거절했을 수 있겠냐는 취지이다. 당시 민간업자들은 민간개발 허가, 1공단 공원화 사업과 대장동 개발 분리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은 민간개발을 원했지만 성남시가 안 들어주지 않았느냐”“민간업자들은 환지방식을 원했지만 (성남시는) 수용방식으로 하지 않았냐”는 정 전 실장 측 질문에 “맞다”고 대답했다. 이어 정 전 실장 측이 “뇌물은 대가성이 있는 돈이어야 하는데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은 민간업자들의 주요 5대 요구사항을 왜 하나도 안 들어준 것이냐”고 추궁하자 유 전 본부장은 “결국 김만배에게 주도권이 넘어가고 김만배 주도하에 사업자로 선정되지 않았냐”며 역정을 냈다.
정 전 실장 측이 “대장동 공모사업자 선정은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증인이 권한을 갖고 한 게 아니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저는 기획본부장일뿐, 이 대표 마음대로 다 했다”고 했다. “공모를 내는 건 성남시로부터 위탁받아 하는 일이고, 모든 과정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에게 보고하게 돼 있었다”고도 했다. 이에 정 전 실장 측이 “심사하고 사업자 선정하는 건 공사에서 하는 일 아니냐”고 재차 묻자 유 전 본부장은 “우리가 하는 일이 맞다”고 인정했다.
이날 유 전 본부장은 2014년 이후 이 대표에게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최 전 민정수석은 이른바 ‘50억 클럽’ 멤버로 거론되는 이들 중 하나다. 유 전 본부장은 2019년 정 전 실장에게 3000만원을 전달하기 위해 2000만원을 A씨에게 빌렸다고 하면서 “2016~2017년에 최 전 민정수석의 소개로 A씨를 알게 됐다”고 했다. 최 전 민정수석을 어떻게 알게 됐냐는 질문엔 “김만배가 소개해줬다”고 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씨 역시 지난해 9월 검찰 조사에서 최 전 민정수석을 유 전 본부장에게 소개해준 적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다만 김씨는 2019~2020년 둘을 소개해줬다고 해 유 전 본부장의 증언과 시점이 엇갈린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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