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슈거플레이션 공포 … 설탕은 억울해

최재원 기자(himiso4@mk.co.kr) 2023. 5. 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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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원가 팩트체크 해보니
빵·과자 등 제조원가에서
설탕 비중 10% 안팎 불과
설탕값 올라도 영향 미미

국제 설탕(원당) 가격이 올해 들어 27%나 급등하면서 설탕을 많이 쓰는 빵·과자·음료·아이스크림 등 식료품 가격이 덩달아 오르는 '슈거플레이션(Sugar+inflation)'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50% 넘게 급등했던 밀가루 가격은 안정세를 찾으면서 설탕이 최근 식품 가격을 상승시키는 주범으로 내몰리는 모양새다.

다만 빵이나 과자 등 식품 제조원가에서 설탕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이어서 설탕 가격이 30% 올랐다고 해도 식품 원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3%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설탕이 과자나 아이스크림 등 가격 상승의 주범이 아니며 앞으로 설탕 가격이 더 오르더라도 이 때문에 식품 가격이 급등할 것이란 염려는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9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안정적이던 최근 국제 설탕 가격은 2월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4월 한 달간 17%나 오르면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고온·폭우 등 기후변화로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를 생산하는 인도·브라질·태국 등에서 작황이 나빠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인 인도가 사탕수수를 활용한 에탄올을 최근 바이오 연료로 많이 쓰는 것도 설탕 수급 불안을 초래한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1년간 국내 설탕(1㎏ 기준)의 가격 상승률은 15% 수준으로 원당 가격 상승률에 비하면 덜 올랐다. CJ제일제당·대한제당·삼양사 등 원당을 수입해 설탕으로 정제해 판매하는 제당 업체들이 올해 들어 급등한 국제 원당 가격 상승분을 아직 설탕 판매가격에 반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높은 가격에 사들인 원당이 제품화되면 설탕 가격이 올라가고, 과자·음료·아이스크림 등 식품 가격이 도미노처럼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설탕이 많이 쓰이는 주요 식품의 원료별 원가 비중을 따져보면 설탕 가격이 인상되더라도 제품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매일경제가 한국평가데이터의 '식품산업 주요 업종별 제조원가 내 재료비 비중' 자료(2021년)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 원료소비 실태조사' 자료(2022년)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빵(5.1%), 커피(5.5%), 과자(12.0%), 음료(14.5%) 등 주요 식품 제조원가에서 설탕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이다. 올 들어 원당 가격 상승분 약 30%가 반영되더라도 빵·과자의 원가 상승 요인은 3%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최근 1년 사이 과자·아이스크림 등 가격이 10~20% 올라간 것도 설탕보다는 밀가루·우유 등 다른 원재료와 인건비, 전기료 등이 상승한 영향이 훨씬 크다고 지적한다. 빵과 과자의 제조원가에서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7.3%, 17.8%이고 커피의 제조원가에서 우유 비중은 32.6%로 설탕보다 훨씬 높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가공식품 가격 상승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같은 대외 환경 악화 및 인건비·전기가스 요금 상승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면서 "슈거플레이션에 대한 과도한 공포가 설탕 및 관련 제품 사재기와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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