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없는 종상향" 요구에 목동 재건축 진통
재건축 사업성 걸린 주민들
"2종 지정 무효" 권익위 진정
市는 다른곳과 형평성 강조
"공공기여 없이 종상향 불가"
'원래 3종인데 조건이 웬 말이냐! 20년 고통 외면 말고 즉각 이행하라!'
9일 서울 양천구 목동1~3단지 곳곳에는 이 같은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목동3단지 주민 노 모씨(57)는 "다른 단지와 다를 게 없는데 과거 서울시가 일처리를 편히 하자고 우리 단지를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했다"며 "이제 와서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가는) 종상향 대가를 운운하는 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에 대한 재건축 밑그림이 담긴 '지구단위계획'이 서울시 심의 문턱을 넘은 지 이날로 6개월이 됐지만 법적 효력을 갖는 '확정 고시'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서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지난해 11월 9일 목동 택지지구에 대한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을 통과시켰다. 계획안에는 1980년대 건설된 목동1~14단지(약 437만㎡ 규모)를 미니 신도시급인 약 5만3000가구로 탈바꿈하는 내용이 담겼다.
심의 문턱을 넘어선 후 반년이 지났지만 확정 고시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정비업계에선 서울시와 목동1~3단지 주민들 간 이견이 상당하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문제의 시작은 서울시가 일반주거지역을 1·2·3종으로 나누는 작업을 했던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양천구는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전체를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결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다른 자치구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를 조정했다. 양천구만 3종 비중을 많이 줄 수 없다는 취지였다. 그 결과 용왕산에 인접한 목동1~3단지는 2종 일반주거지역, 목동4~14단지는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결정됐다. 대신 목동1~3단지는 향후 지구단위계획을 세울 때 종상향을 검토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실제 서울시는 2019년 목동1~3단지에 대한 용도지역 변경 심의 결과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을 결정했다. 다만 용도가 오르는 만큼 허용 용적률의 20% 이상을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건립하는 걸 새로운 조건으로 명시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종합부동산세 세율이 크게 높아져 민간임대사업자들의 참여가 저조할 수밖에 없게 됐다.
목동1~3단지조건없는3종환원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애초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해둔 것부터 잘못됐다"며 "형평성을 어긴 건데 또 다른 조건을 주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냐"고 비판했다. 이어 "과거 행정처분에 대한 원상 복구를 해달라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서울시는 현행법상 용도를 올려주면 반드시 공공기여를 받게 돼 있다는 입장이다. 조건 없이 종상향을 해 준 선례가 없다는 것이다. 목동1~3단지와 마찬가지로 3종 일반주거지역에 적합한 조건을 갖췄음에도 2004년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하향 결정된 단지가 82곳에 달하기도 한다.
양천구청이 임대주택이 아닌 다른 공공시설로 기부채납을 받는 것은 어떠냐는 중재안을 내놨지만 여전히 간극은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조건 없는 종상향이 됐을 때 재건축 사업성이 크게 좋아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목동에서 재건축 속도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정보현 NH투자증권 택스(Tax)센터 부동산 수석연구원은 "이주 문제 때문에 10개가 넘는 단지가 한 번에 다 재건축에 속도를 낼 수는 없다"며 "먼저 재건축에 속도를 내는 단지와 나중에 시작되는 단지 사이의 입주 시점이 10년 넘게 차이가 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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