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태영호 중징계 관측 더 공고해졌다···태영호 자진사퇴 고심 중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결정을 10일로 미루면서 두 사람에게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란 당내 전망은 더 공고해졌다. 두 사람이 중징계에 불복하고 소송을 걸 것에 대비해 윤리위가 회의를 한 번 더 열어 절차적 정당성을 갖췄다는 것이다. 태 최고위원은 징계를 앞두고 최고위원직 자진 사퇴를 고민 중이다.
국민의힘 윤리위원인 김기윤 변호사는 9일 TV조선에 출연해 윤리위가 전날 회의에서 징계를 결정하지 않고 오는 10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한 데 대해 “당사자의 주장에 대한 입증 자료를 받지 않고 진행하면 나중에 소송에 들어올 경우 절차적 하자가 있어 징계취소 사유가 발생할 수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가장 빠른 날짜(10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법관 출신인 황정근 윤리위원장과 전주혜 부위원장이 징계 취소 가처분 소송이 제기될 것에 대비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 변호사는 “5·18 민주화운동과 제주 4·3 사건 유족과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준 말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유족의 입장을 공감하면서 징계 수위에 반영할 것”이라고 중징계를 시사했다.
당 지도부에서도 중징계 전망이 나왔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빠르게 결정을 내려주는 게 정무적으로 조금 더 나은 방향이란 아쉬움은 있다”면서 “중징계를 내리기 위해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야 하니 추가적인 해명 자료나 한 번 더 검토하는 시간을 갖춰서 징계 결정 후 당사자 반발이 있더라도 완벽하게 대비하기 위함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태 최고위원은 자진사퇴를 고심하고 있다. 황 위원장이 전날 브리핑에서 “‘정치적 해법’(자진 사퇴)이 등장한다면 징계 수위는 여러분이 예상하는 바와 같을 것”이라면서 최고위원을 사퇴하면 징계 수위를 낮출 수 있음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태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원들이 저를 선출해서 지도부에 보냈는데 가볍게, 쉽게 던질 수 있는지 충분히 결심이 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도무지 어느 것이 저를 뽑아준 책임당원에 대한 도리인지 가늠되지 않는다”면서 “여론조사를 통해서라도 책임당원에게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당내에선 벌써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열릴지 관심이 모인다. 국민의힘 당헌엔 선출직 최고위원이 궐위되면 30일 안에 전국위원회에서 새로 뽑게 돼 있다. 두 사람이 자진사퇴하거나 제명·탈당권유 등 최고 수위 징계가 나오면 궐위가 돼 보궐선거가 열린다. 당원권 정지 2년 이상이 나오면 최고위원 임기(2년)보다 징계 기간이 길어 사실상의 궐위로 해석될 수 있다. 친윤석열계에선 보궐선거에 대해 내년 총선에 적합한 새 지도부를 뽑을 기회로 보는 시선과 선거 과정에서 후보간, 계파간 갈등이 노출되는 데 대한 걱정이 교차한다.김기현 대표가 보궐선거를 열지 않고 공석으로 둔 채 최고위를 운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 지도부에선 정무적으로 ‘당원권 정지 1년’ 징계가 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내년 공천을 받을 수 없게 돼 큰 징계로 인식되면서도, 최고위원 궐위가 아니라 보궐선거의 혼란을 겪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 낮은 징계는 공천 가능성을 살려둬 봐주기로 비판받을 수 있다. 반대로 제명·탈당권유는 회복 불능 조치로 판단돼 징계 취소 가처분 인용의 근거가 될 수 있다. 태 최고위원은 현역 의원이어서 제명·탈당하려면 정당법상 동료 의원들의 동의가 필요하고,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줄어드는 문제도 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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