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협력 기틀 마련 긍정적…북중러 관리·경제안보 과제” [尹정부 1년]
“워싱턴 선언으로 북핵 대응…담대한 구상으로 평화·번영”
잘한 점은 “한미 동맹 강화”…아쉬운 점은 “중러 외교 부재”
北에 압박·관여 균형…‘워싱턴 선언’ 실질적 후속조치 중요
향후 중러 관계 설정 숙제…과장하지 않은 메시지 관리 필요
[헤럴드경제=오상현·최은지·박상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1년간 외교안보 분야에 가장 주력해 왔다. 윤 대통령이 가장 자신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 평가하면서 경색된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지적했다.
북핵 문제를 실제적인 위협으로 인식하고 대응하고 있지만, 긴장상태인 남북관계의 해법을 모색해야 하는 점은 숙제로 꼽았다. 취임 2년차 중반을 지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미중 패권경쟁 사이에서 경제안보 분야에서 국익을 수호하고, 외교적 유연성을 발휘해 전략적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지난 1년간 한미일 협력과 북핵 문제에 대한 초석을 마련했다고 돌아봤다. 통일부 차관을 지낸 김형석 대진대 교수는 “‘워싱턴 선언’을 통해 북한의 위협을 약화시키고 평화와 번영을 위한 ‘담대한 구상’을 하겠다는 큰 방향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통일연구원장을 지낸 전성훈 K-정책플랫폼 국제전략위원장은 “북한의 핵위협을 실체적인 위협으로 인식하고 제대로 된 대응태세를 갖추기 시작한 첫 정부”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가장 잘한 점에 대해서는 한일관계 개선, 한미동맹 강화를 꼽았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일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것은 큰 성과”라고 말했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우리 외교의 축을 확실히 해서 한미동맹을 기축으로 한일관계를 정상화한다는 차원에서 상당히 노력했고 성과도 있었다"고 밝혔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미, 한일 관계와 또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의 틀이 한반도에서 좀 더 넓어졌다”고 봤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한일관계를 개선하려는 추진 동력과 의지는 지금까지 성과를 보고 있는 것”이라며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고 지지율을 깎아 먹으면서 인기 없는 대외 정책을 원칙에 따라 하겠다는 점은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한미일 3각 공조가 강화되는 반면 얼어붙은 한중·한러 관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성훈 전 원장은 “한미 간 핵 협력 자체가 중국의 핵문제이고, 러시아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중국과 러시아와 디커플링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며 “섬세한 외교야말로 균형이고 배려”라고 강조했다.
전영선 건국대 교수는 “동맹은 일종의 필연적 과정이고 모든 정부가 중요시하지만 동맹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설득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우리에게 어떤 이득이 되고, 어떤 이해관계가 있는지 설득이 있어야 하고, 동맹을 축으로 우리가 협상력을 높일 수 있었는데 명확하게 군사와 경제를 분리하다 보니 반대급부의 부담이 커졌다”고 짚었다.
박원곤 교수는 “전략성 모호성을 지나 명확성을 밝히는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이냐에 대해 포괄적인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 문제와 관련해서도 “수동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에 따라 능동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전이 없는 ‘담대한 구상’ 아쉬운 정책으로 꼽았다. 김영준 국방대 교수는 “지난 정권 때 북한 문제를 다뤘던 사람들을 수사하는데 이런 점이 북한에 대화가 아니라 싸우자는 것으로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대북 메시지를 국내외적으로 일관되게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형석 교수는 “당국 간 경색돼 있더라도 민간에서 끊임없이 북한과 접촉해 북한 주민들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과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남은 임기 동안 ‘담대한 구상’ 이행을 위한 대화의 모멘텀을 마련하고, 중러와의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조동호 교수는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나 일본, 유럽과의 관계가 강화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지정학적 위치로 볼 때 중러를 완전히 대결 관계로 가져가는 것은 우리 국익에 맞지 않을 것”이라며 “중러관계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가 4년 동안의 숙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한미정상회담 결과 채택된 ‘워싱턴 선언’의 후속조치도 필요하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실제 핵협의그룹(NCG)이나 미국이 약속한 전략자산의 정례적 배치가 실질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치들이 마련돼야 한다”며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로, 확장억제 정책과 함께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할 수 있는 노력으로 통일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복합 위기 시대에서 신중하고 정제된 메시지 발신과 전체를 보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신각수 전 대사는 “과장되거나 불필요한 요소를 배제하고 외교 방향 전환에 대한 국민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며 “초연결성 시대에 각국이 복합한 함수관계에 있는 만큼 전체 국면을 보면서 유연하게 우리의 전략적인 공간을 확대해 가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석주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독도에 대한 영토, 영해, 수호에 대한 정책을 재정비해야 실질적인 대비가 중요하다”고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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