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스파이 색출"…외국기업 벌벌
컨설팅사 캡비전 압수수색
중국에서 외국 기업이나 기관을 대상으로 국가 기밀을 유출하는 스파이 색출 작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중 간 경제·안보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자국 정보에 대한 해외의 접근 자체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영 채널 중국중앙(CC)TV는 8일 중국 보안당국이 컨설팅 기업 캡비전의 쑤저우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캡비전이 중국의 민감한 산업 정보를 캐내려는 외국 정부·군·정보기관과 연관이 있는 기업에서 컨설팅 프로젝트를 대거 수주했다는 것이다. CCTV는 "2017~2020년 캡비전이 수집한 정보를 해외 기업 등에 제공하고 받은 금액이 7000만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특히 CCTV는 이례적으로 보안당국의 조사 영상을 공개하면서 "중국 당국은 외국 기관이 중국의 국가 기밀과 핵심 분야 정보를 훔치기 위해 자국 컨설팅 회사를 이용한 것을 발견했다"며 강력하게 경고했다.
캡비전은 CCTV 보도 직후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위챗에 올린 성명에서 중국의 국가 안보 규정을 확실히 준수하고 컨설팅 업계가 규정을 따르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캡비전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회사는 뉴욕, 상하이, 베이징, 쑤저우, 선전, 홍콩, 싱가포르 등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지난달 간첩 행위 범위를 대폭 넓히는 방향으로 관련법을 개정한 중국은 최근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단속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기업실사 업체 민츠그룹의 베이징 사무소에 중국 공안이 들이닥쳤고, 4월에는 미국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 상하이 사무소가 조사를 받았다. 이처럼 중국 당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기업을 향해 전방위적 압박에 나서면서 중국 내 외국 기업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마이클 하트 주중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우리 기업계가 겁에 질려 있으며 다음은 누가 될 것인지 묻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스파이 색출 강화 움직임을 두고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올해 3월 취임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개혁개방, 친기업을 강조했지만 중국이 실제 취한 행동은 공개된 메시지와 전혀 다르다"고 전했다.
[베이징 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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