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판결문] 법원 "출입기자 성희롱한 경찰 간부 징계 정당"

서울경찰청 간부, 성희롱 정직 3개월 불복
"여성의 반전은 성기" "내 기쁨은 여성탐구"
법원 "성적 굴욕감 느끼게 할 성희롱에 해당"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출입 기자를 성희롱한 경찰 간부가 정직 3개월이 부당하다며 경찰청장을 상대로 징계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김순열)는 지난달 6일 서울경찰청 과장으로 근무한 A씨가 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정직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는 판단이다.

1988년 경위로 임용된 A씨는 2011년 12월 총경으로 승진했고 2017년 12월부터 서울경찰청 과장으로 근무했으며, 2021년 6월에는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3년 전 경찰 출입 기자를 성희롱했다는 사유(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 위반)다.

판결문에 적시된 징계 사유를 보면, 서울경찰청 과장 A씨는 출입기자인 B씨를 처음 대면한 날인 2018년 6월26일 오후 서울경찰청 인근 횟집에서 “나는 여성 최대의 반전이 거기라고 생각한다. 거기. 성기. 여자들은 다른 데는 다 예쁜데, 거기가 반전이다”, “내 가장 큰 기쁨은 여성을 탐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경찰청.

A씨가 섹스 치료 한의사 이야기를 하면서 B씨에게 “나도 거기 참가하고 싶다. 나도 여성들을 ○○로 치료해주고 싶다”, “여기자가 나한테 문자하고 전화하는 게 너무 좋다”, “아내랑 사실상 별거 상태다”, “근처에 내 별장이 있다”, “내 애인할래요?”라고 한 발언 등도 징계 사유인 언어적 성희롱 사례로 적시됐다.

A씨 발언에 당황한 B씨가 A씨에게 악수를 청하며 '감사합니다'라고 하자 A씨가 B씨 손을 잡은 채 “손이 왜 이렇게 차갑냐. 혈액순환이 안 돼서 그렇다”고 한 것도 신체적 성희롱으로 징계 사유가 됐다.

A씨 측은 재판에서 “징계 사유는 원고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에 관해 한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경찰청장)는 객관적 증거 없이 신빙성이 부족한 피해자 진술에 근거해 정직 3개월 처분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B씨는 사건 발생 다음날 선임 기자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고 선임 기자는 A씨에게 항의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A씨는 B씨에게 “부적절한 대화로 흐르게 된 맥락은 기억한다”, “내가 실없는 이야기, 부적절하고 불편한 얘기가 된 거라고 생각한다”, “중간에 기자님이 또래 남성과는 얘기도 안 되고 사귈 마음도 없다고 하셨고 그 말에 오버하는 얘기를 취해서 떠벌렸던 것 같은데”, “결혼과 남녀 사이 관계를 얘기했고 내가 겪는 고민도 말씀드린 것 같고”, “용서를 구하고 양해를 부탁드린다”는 내용을 담은 사과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는 상호 업무적으로만 연관이 돼 있을 뿐 서로 편하게 농담할 정도로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 △A씨는 유부남이었고 B씨는 미혼의 여성이었다는 점 △B씨는 당시 당혹스럽고 수치스러웠다고 진술했다는 점 △B씨가 피해 당일 직장 동료들에게 A씨에 대한 불쾌함을 표현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 행위는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여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신체적 성희롱에 관해 A씨에게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으나 재판부는 “강체추행이라는 형사상 책임에 대한 검사의 판단일 뿐”이라며 “정직 처분의 징계 사유가 되는 행위를 반드시 형사상 범죄 행위와 동일시할 수는 없고 형사상 강제추행에 이르지 않아도 성희롱이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지난달 24일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