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문화분야 잘했다…대통령실 정비-野협치 필요” [尹정부1년]

2023. 5. 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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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안보 전문가 20인 설문
‘신냉전·신블록’ 정세 대응에는 호평
“실리, 경제외교 놓지 않아야” 조언
꽉 막힌 국내정치 “야당과 협치 우선”
“尹-기시다 맥주 만찬 인상적”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군사대비태세 보고를 받은 뒤 경례를 받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승환·이세진·김진·신현주 기자] “제가 대통령직에 취임한 1년 전 이맘때를 생각하면 외교 안보만큼 큰 변화가 이뤄진 분야도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국무회의에서 취임 1년 소회를 밝히면서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헤럴드경제가 국내 정치·외교안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평가와 같은 문맥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헤럴드경제는 국내 정치 전문가 10인과 외교·안보 전문가 10인에게 현 정부 1년에 대한 평가를 묻고 향후 고쳐야 할 점, 제언 등의 의견을 받았다. 전문가 성향은 진보·보수·중도를 아우르게끔 구성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진행됐다. 질문은 외교·국방·사회·경제·정치·문화 등 분야에서 잘한 분야와 못한 분야를 복수로 꼽아달라고 한 뒤 점수를 부여하고 그 점수를 매긴 이유를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 취임 1년 동안 가장 큰 성과를 보인 분야로 ‘국방’을 꼽았다. 신냉전과 글로벌 블록화로 세계 질서가 변화하는 시기에 한·미·일을 묶어 안보협력 강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문화정책 역시 호평을 받았다. K-컬처와 K-콘텐츠의 글로벌 무대 확장을 윤석열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 분야도 현 정부의 성과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내치 부분에서는 취약점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많았다. 윤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대북관계 문제는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과거 북한과 대화를 했던 인사들에 대해 고강도 수사를 벌이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대북 대결’ 태세를 취했다고 볼 여지가 넓어졌다는 취지다.

▶국방·문화 ‘고득점’, 국내정치 ‘과락’=국내 정치 전문가 10인을 상대로 한 심층 설문조사에서 보수·진보 성향 응답자를 가리지 않고 ‘국방’을 국정운영 성과로 꼽은 것이 두드러졌다. ‘신냉전’ 경고음이 울리고 북핵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미 안보 공조를 확고히 했다는 긍정적 평가다.

다만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 등 대일관계와 미·중 갈등에서 미국으로 쏠리고 있는 상황에 있어 ‘실리외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본지 설문에 응한 전문가들은 학계의 평가에 바탕을 둬 보수·중도·진보 성향을 비슷한 비율로 배분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정부 ‘외교국방’ 분야에 8점을 줬다. 그는 “전 세계가 신냉전, 신블록화로 접어드는 등 국제질서가 변하고 있다”면서 “북핵 위협이 커지는데 미국과의 관계를 손 놓고 있을 수 있겠는가. 우리가 한쪽(미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도 국방 분야에 7점을 줬다. 그는 “북핵 위협을 위협이 아니라고 하던 정권보다는, 북핵 위협을 인정하고 원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부분 때문에 국방 분야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방 분야에 6점을 매기면서 “낮은 단계의 협의체이긴 하나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한 것이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 안보동맹이 한발 진화된 것을 높게 평가한다”고 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한미일 안보 협력체계를 공고히 했다는 것은 가장 잘한 일”이라며 9.5점을 줬다.

문화 분야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K-콘텐츠를 장려하는 방향성이 뚜렷하고, 외교·경제적으로 투자를 유치하려는 노력이 나왔다”면서 윤 대통령 방미 당시 넷플릭스로부터 25억달러(3조3000억원) 투자유치 약속받는 것을 꼽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문화 분야에 7점을 줬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인사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

반면 국내 정치 분야에서는 다소 아쉬운 평가가 많았다. 전예현 시사평론가는 “집권 첫 1년간의 과제인 정부의 철학과 비전 정립에 실패했다. 야당과의 협치는 노력도 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대치 국면만 악화됐다”라면서 2점을 줬다. 박상병 평론가는 “국회에서 정치가 실종된 전적인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4점을, 신율 교수는 “대통령실과 여당의 ‘말실수’가 잦았다”며 4.5점을 매겼다. 배종찬 소장도 “야당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면서 4점으로 평가했다.

경제 분야도 고평가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이준한 교수는 “대통령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기 개선 효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전세사기 문제도 풀어내지 못했다”면서 0점을 줬다.

장성철 소장은 4.9점을 매기면서 “경제에 대한 두려움이 내년 총선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칠 것 같다. 보수가 경제 이슈를 선점하지 못하는 것은 무능력하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장수 소장도 “지금 정부는 경제 위기를 애써 부인하고 있다. 여러 요인이 총체적으로 밀어닥치고 있는데, 위기가 아니라고 하는 것이 더 큰 위기”라면서 경제 분야에 3점을 줬다.

외교를 지적한 전문가들도 있었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동맹에 대해서는 ‘선의’로 접근, 동맹 아닌 국가에 대해서는 완전한 적대시가 경제 문제로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고, 전예현 평론가도 “3·1 기념사와 대일외교 과정에서 보여준 대통령의 모습에서 역사인식과 철학의 부재가 드러났다”고 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축사에 앞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

▶“협치 우선”…“실리외교” “대통령실 정비 필요성” 조언도=전문가들은 공통으로 취임 2년차로 접어드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야당과의 협치로 국정운영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병 평론가는 “야당은 대통령의 가장 충실한 국정운영 파트너다. 대통령이 야당과 쟁점법안을 풀어내면서 정치를 복원시키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고 말했고, 장성철 소장은 “야당 대표를 하루빨리 만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리외교를 추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준한 교수는 “현재는 너무나 ‘퍼주기식’ 외교를 하는 듯하다”며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독일의 슐츠 총리,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도 중국에 갔다.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경제적 실리를 취하는 정책을 하는 것이 현재의 사조”라고 말했다. 박상병 평론가는 “지나칠 정도의 친일·친미 정책은 앞으로의 30년을 빚지는 일이다. 최소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신율 교수는 “대통령실 각 파트와 홍보수석실 간 긴밀한 소통과 유기적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며 “그래야만 말실수로 야기되는 혼란을 줄이고 국민 신뢰를 얻어 정책 추동력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배종찬 소장은 “최고의 국민소통수석을 영입하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성철 평론가는 “대통령이 참모들과 쌍방토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전예현 평론가는 “참모가 대통령에게 직언, 쓴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국빈 만찬 도중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싱어송라이터 돈 매클린의 친필 서명이 담긴 기타를 들고 있다. [연합]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은=정치권 안팎이 다사다난했던 지난 1년 임기에서 가장 전문가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된 한 장면을 꼽아달라고 했다. 각인 장면은 긍정·부정 장면을 가리지 않고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 한 컷을 부탁했다.

신율 교수는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기치로 노조에 ‘원칙적 대응’을 천명한 것을 꼽았다. 신 교수는 “노조에 대한 국민 불만을 짚어줬다는 점에서 지지율 상승효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배종찬 소장과 황태순 평론가는 윤 대통령이 국빈만찬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장면을 꼽았다. “미국과 한국 동맹이 가까워지는 순간”이었다는 평가다.

황장수 평론가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꼽으면서 “(최근 한일정상회담 만찬에서의) 윤 대통령, 기시다 총리가 함께 술을 마시고 얼굴이 벌개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다른 부분도 이렇게 호쾌하게 하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아쉬웠던 장면들과 관련해서는, 박상병 평론가가 4·3 추념식에 불참한 윤 대통령이 대구 서문시장을 향한 것, 이준한 교수는 지난해 여름 수해 현장을 찾은 모습을, 엄기홍 교수는 이태원 참사 대응과 일본 강제동원 피해보상 문제, 3·1절 기념사 등을 꼽았다.

김수민 평론가는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장면을 꼽으면서 “소통을 어떤 때는 굉장히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분위기가 안 좋거나 본인에게 불리한 주제가 나오면 회피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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