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조제 둘러싸고 24년째 대립각···비대면 진료도 평행선

임지훈 기자 2023. 5. 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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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약사는 2000년 의약 분업이후 지금까지 줄곧 대체조제 허용 여부를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갈등은 약사 출신 의원 등이 관련 약사법 개정안 법안을 발의했을 때나 정부 관계자가 관련 발언을 했을 때 증폭되는 양상을 보였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약사 단체가 성분명 처방 도입을 비대면 진료 제도화 조건으로 내걸면 의사 단체는 결코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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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역 갈등에 멍드는 보건의료] <3>의사 vs 약사
관련 법 발의나 정부 인사 발언 때마다
처방권 vs 약 선택권 둘러싼 갈등 증폭
"비대면진료 위해선 성분명 처방 필요"
약사단체 주장에 의사단체 "결코 안돼"
서울시약사회 관계자들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강행 복지부 규탄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항의 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시약사회
[서울경제]

“성분명 처방을 도입하자는 얘기는 2000년 의약분업의 대원칙을 깨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전문성을 토대로 한 의사의 처방권은 보장돼야 합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

“성분명 처방을 관철하기 위해 대한약사회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보건 의료 환경과 정무적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각적 방안을 강구 중입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

의사와 약사는 2000년 의약 분업이후 지금까지 줄곧 대체조제 허용 여부를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갈등은 약사 출신 의원 등이 관련 약사법 개정안 법안을 발의했을 때나 정부 관계자가 관련 발언을 했을 때 증폭되는 양상을 보였다. 최근에는 약사 단체가 비대면 진료 도입을 계기로 성분명 처방도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면서 대립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서울시약사회는 지난 2일 규탄대회를 열고 비대면진료 시범 사업을 준비 중인 보건복지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약사회는 성명서에서 “온갖 편법과 불법이 난무하는 의료 쇼핑몰에 대한 어떠한 제재도 없이 구경만 하다가 시범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비상식적인 행정을 어느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약사회는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즉각 종료하고 성분명 처방 등을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가 약을 처방을 할 때 약효를 나타내는 성분의 명칭으로 처방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감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 타이레놀을 처방하면 상품명 처방, 타이레놀의 주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을 처방하면 성분명 처방이다. 약 선택권을 상품명 처방을 할 때는 의사, 성분명 처방을 할 때는 약사가 갖게 되는 셈이다. 동일 성분 처방, 대체 조제 등이 유사 개념 용어로 쓰이기도 한다.

의약정은 2000년 대체 조제와 임의 조제를 기본적으로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현행법은 의사 및 환자 사전 동의 확보와 의사에게 사후 통보 등의 요건을 충족할 때 대체 조제를 허용하고 있다. 일부 약은 두 가지 조건 모두, 일부 약은 사후 통보 요건만을 총족하면 대체 조제가 허용된다. 하지만 두가지 모두 전부 요건을 충족하기 쉽지 않아 현실적으로 대체 조제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약사 출신의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0년 대체조제 명칭을 동일성분조제로 바꾸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에는 국정감사에서 오유경 식약처장에게 성분명 처방과 관련한 입장을 묻기도 했다. 당시 오 처장은 논의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법안 발의 때는 물론 오 처장의 답변 내용이 알려졌을 때 모두 의사 단체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약사 단체는 공간을 뛰어넘는 비대면 진료가 이뤄지려면 대체 조제 간소화 논의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쉽게 말해 비대면 진료로 먼 곳에 있는 의사에게 상품명 처방을 받을 경우 환자가 있는 인근 약국에서는 그 약을 구하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약사 단체가 성분명 처방 도입을 비대면 진료 제도화 조건으로 내걸면 의사 단체는 결코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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