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 입대' 규정 해석 미스테리…병무청이 뒤흔든 K엔터 산업[TEN초점]

윤준호 2023. 5. 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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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윤준호 기자]

엑소 카이 / 사진=텐아시아DB



엑소 카이의 갑작스러운 입대에 국내 엔터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병무청의 갑작스런 규정 해석 변경으로 인해 엔터사들이 중장기 아티스트 활동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병무청이 K엔터 산업에 관련된 만큼 좀 더 시간적 여유를 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많다. 

9일 K엔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병무청의 입영 연기 규정 해석 변경을 놓고 업계가 비상에 걸려있다. 인기 그룹 엑소 멤버 카이가 오는 11일 입대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의 파장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병무청의 갑작스런 규정 변경으로 인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왜 카이는 예정에 없던 군 입대를 갑작스레 하게 됐을까. 현행 입영 규정상 2년 동안 총 5회의 연기가 가능하다. 질병, 천재지변, 취업(24세 이하), 창업, 부득이한 사유 등 다양한 사유로 입영 연기가 가능하다. 그동안 병무청은 '부득이한 사유' 또는 '취업'등으로 연예 활동에 대한 입영 연기를 인정해왔다. 실무적으로는 5회까지 인정해줬다. 입영 연기의 규정 취지가 각 개인 사정에 따른 입영 연기를 최대한 인정하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무청은 통상 5회까지 가능하던 입영 연기 '2회'로 제한했다. 법 규정에 대한 해석이 달라졌다는 게 주요 이유다. 병무청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입영연기 관련 안내를 보면 기타 부득이한 사유의 경우 3개월의 기간내에서 연기가 가능하다고 돼있다. 괄호안에는 '연기 사유 계속시 3개월 추가'라고 적혀있다. 병무청은 이를 최대 2회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총 5회의 입영연기 사유 중 기타 부득이한 사유에 대한 것은 중복해서 적용할 수 없고, 한번 적용한 상태에서 3개월을 추가하면 총 2회 연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했단 얘기다. 



한편으로는 규정 자체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타 부득이한 사유가 다른 형태로 발생했을 때에는 이를 달리 적용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 가능하다. 규정 자체가 입영 연기를 위한 23개 방법을 나열한 '포지티브 규제'다. 이런 제한 규정의 경우 해석을 더욱 엄격하고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만일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것이라면, 피규제자에게 유리하도록 해석하는 게 통상적인 규정 해석이다. 

병무청이 공시한 입영일자의 연기사유를 보면 입영일자 연기 횟수는 5회를 초과할 수 없다고만 공지했을 뿐, 각 항을 한번씩만 적용한다는 '제한 규정'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그동안 병무청 내부에서도 해석이 달랐던 이유다. 



병무청이 이처럼 입영연기 사유를 엄격한 제한 규정으로 재해석한 배경에는 '연예인의 병역'에 대한 부정적 사회 인식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최근 래퍼 라비가 '병역 면탈' 혐의로 지난달 11일 징역 2년을 구형 받았다. 병역 브로커 구 씨, 소속사 대표 김 씨와 공모해 허위 뇌전증 진단서를 제출, 병역 면탈을 시도했다는 혐의다

병무청은 군 복무를 앞둔 아이돌에게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기존 규정에 따른 것이 원칙"이라며 "향후에도 해당 규정에 맞게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기식 병무청장> 

문제는 병무청의 이 같은 해석 변경이 너무 갑작스럽고, 실익이 없다는 점이다. 홈페이지에 공지된 내용만 보더라도 '기타 부득이한 사유'는 최대 2번으로 제한된다는 명확한 규정을 찾기 어렵다. 실무적으로 적용되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관련 규정으로 명문화되지 않았다는 얘기는 그만큼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병무청이 공익적 이유로 규정을 명확하게 바꿨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기간은 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도 K-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육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입영연기의 총 기간인 2년 정도는 유예를 두고 규정에 대한 명확한 공지와 적응 기간을 거칠 필요가 있었다. 

4대 엔터사들의 시가총액은 20조원에 달한다. 이들은 이미 매출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나온다. 엄연한 문화 수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소속 아티스트들은 외화를 벌어오는 일등 공신이다. 병무청이 '병역 의무 이행'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동시에 한국의 주요 산업을 지켜줄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있었다.  

입영 연기를 한 연예인들이 입영을 안하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병무청이 행정적 안정성도 흔들면서 내세운 해석 논리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고민되는 지점이다. 처음부터 규정 해석을 모호하게 만든 건 병무청이다. 실익도 없는데 규정 해석을 급작스럽게 바꾼 병무청과 그로 인해 흔들리는 K엔터 산업의 현실이 안타깝다. 지금이라도 실익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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