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탄소중립과 금융의 역할

2023. 5. 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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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산불로 인한 피해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다.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이 속출해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한 것은 이른 봄부터 이상고온 현상과 건조한 대기가 지속된 탓이다. 물론 이상기후 현상이 어제오늘 일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세계적으로 점차 그 강도와 빈도가 고조되면서 이제는 지구가 자체 복원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점차 심화되면서 이제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아닌 '기후 리스크'라고 말하고 있다.

이 같은 위기의 기후가 반복되자 이에 대한 대응을 위해 세계는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등 협조체계를 구축해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2015년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의결된 파리협정은 회원국에 '2050 탄소중립'을 위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설정하고 이행되고 있는지를 점검받도록 했다. 회원국인 우리나라도 2021년 9월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하고 탄소중립을 법제화했으며,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2018년 배출량 대비 40%로 설정했다. 선진국에 비해 탄소중립 기술력이 부족하고 준비 기간도 짧은 우리나라의 상황을 감안할 때 이는 분명 도전적인 목표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자 시대정신이다. 이에 발맞추지 못한다면 국제적 신뢰도 하락은 물론, 환경 규제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라는 이중고에 빠질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과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관련 기술과 설비에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며 산업구조 전환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여기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금융'이다. IPCC가 지난 3월 승인한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까지 온도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연간 평균 투자비를 현재보다 6배 정도 더 투입해야 한다.

과거 산업혁명도 기술과 설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기에 가능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 역시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에 금융의 역할이 필수적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다. 녹색분류체계는 친환경 사업 투자에 대한 기준이 되며, 기업들의 그린워싱(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행위)을 방지함으로써 금융을 통한 녹색사업 활성화를 견인한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주택금융공사도 친환경 주택을 건설할 때 건설자금보증을 우대하고 있으며, ESG 채권을 발행하는 등 주택금융에서 녹색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을 강구해 나가며 투자와 지원에 전심전력을 다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 공사는 탄소중립 전환으로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포용금융 지원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최준우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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