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탈원전·이념에 매몰된 공무원, 과감히 인사조처하라"(종합)
文정권 실책 조목조목 비판…"거야에 막혀 어려웠다" 토로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앞둔 9일 "탈원전, 이념적 환경 정책에 매몰돼서 새로운 국정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태도)를 취한다면 과감하게 인사조처하라"라며 장관들에게 고강도 '공무원 기강 개혁'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이같이 지시하며 "장관들은 더 확실하고 더 단호하게 자신감을 갖고 업무에 임하라"라고 당부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정권이 바뀌었다고 관료 사회에 무작정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되지만, 잘못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김 수석은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출발점은 과거 정부에 대한 평가에서 출발한다"며 취임 1주년의 키워드(핵심어)로 '변화'를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사에서 무너진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토대로 재건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며 "성과를 계량적으로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거 정부가 어떻게 했고 우리가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정확하게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실정으로 오늘날 대규모 전세사기와 청소년까지 파고든 마약범죄, 가상자산 범죄 등이 만연한 현실도 재차 꼬집었다.
윤 대통령은 "금융투자사기로 인해 청년과 서민들이 엄청난 피해를 봤다"며 "파급력 있는 금융분야 리스크가 발생하면 적기에 조치해야 하는데 시장교란, 반칙 행위자 감시 체계가 무력화됐다"고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마약을 중고등학생이 피자값으로 사는 세상이다. 법을 지키는 사람은 힘들고 어기는 사람이 활개치면 어떻게 자유민주주의 국가인가"라며 "무너지는 데는 한 순간이지만, 다시 세우는데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국민 담화문' 형식으로 12분간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도 문재인 정부와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수차례 언급하며 전임 정권의 실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임 정부에서 이념에 치우친 정책을 밀어붙인 탓에 최근 전세·주식·가상자산 관련 사기 발생의 원인이 됐고, 이를 바로잡을 정책을 세우려 해도 거대 야당의 벽에 막혀 어렵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건물과 제도를 무너뜨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순간이다"라며 전임 정권의 실책을 일일이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 비정상적 정책이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됐다"고 말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때 도입한 '임대차 3법'이 부동산 시장을 왜곡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또 "증권합수단 해체로 상징되는 금융시장 반칙행위와 감시체계의 무력화는 이러한 가상자산 범죄와 금융투자사기가 활개 치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는 최근 김남국 민주당 의원의 가상자산(코인) 보유 의혹이 논란이 된 가운데 나온 언급이어서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마약 조직과 유통에 관한 법 집행력이 현격히 위축된 결과가 어땠는지 국민 여러분께서 모두 목격하셨다"며 "우리 정부는 출범 후 중요 마약범죄에 대한 법 집행력을 회복하고 검경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하는 등 마약 청정 국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거야(巨野) 입법에 가로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던 점도 솔직히 있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는 개혁과제가 외교·안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던 속사정을 고백하는 동시에,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당을 얻어야만 제도의 정상화와 개혁 추진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장관들에게 '과감한 인사 조처'를 당부한 배경에 대해 "국민에게 보여드리는, 국민과 함께 이뤄나가는 그 변화에 대해 명확하게 과거 정부의 잘못된 점 무엇인지 인식하고 그거 토대로 앞으로 국무위원으로 임해달라는 입장을 당연한 원칙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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