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영칼럼] 진격의 현대차 … 도전과 응전의 역사
'불굴의 스피릿'이 이룬 쾌거
디자인·미래모빌리티 강화
정의선 매직, 성과로 나타나
'진격의 거인'
최근 현대차·기아의 거침없는 기세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총 685만대를 팔아 도요타, 폭스바겐에 이은 판매량 3위를 기록했다. 2010년 포드를 제치고 5위가 됐는데 12년 만에 톱3에 진입한 것이다.
올해 1분기에는 도요타를 뛰어넘는 약 6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테슬라를 제외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높은 10.5%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과거 내 경험을 떠올리면 상전벽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나는 대학교 4학년인 1993년 여름방학을 이용해 인턴사원으로 현대차 울산2공장 생산라인에서 엘란트라를 조립했다.
당시 공장 벽면에는 GT 10(글로벌 톱10)으로 도약하자는 문구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글로벌 10위권 중후반인 변방의 기업의 염원이 담긴 표어였다. 그런데 그 기업이 30년 만에 기라성 같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톱3로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이는 세계 산업사에서 보기 드문 경이적인 일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수십 차례 큰 도전에 직면했고, 그때마다 예상을 뛰어넘는 응전으로 이겨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기아를 인수해 자동차 전문그룹으로 출범시켰다. 미국 시장에서 10년간 10만마일 보증을 내걸고 품질경영을 증명했으며 글로벌 생산체계도 구축했다. 정의선 회장은 디자인경영과 제네시스 브랜드를 출범시켜 고급화에 박차를 가했다. 국적을 따지지 않고 유능한 디자인 전문가와 고위직 임원을 적극 채용했다. 기존 내연기관에 안주하지 않고 전기차를 비롯해 미래 모빌리티(로봇, UAM 등)로의 변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 같은 큰 변화뿐 아니라 시장 변화에 맞춘 기민한 대응으로 유명하다. 코로나가 창궐하자 자동차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확보 전쟁이 벌어졌다. 그러자 현대차는 협력업체들과 함께 해외 차량 반도체 제조업체들을 찾아가 최대로 많은 반도체를 확보했다.
이처럼 현대차 임직원들은 궁지에 몰리면 현장으로 들어가서 해법을 모색해왔다. 부품 조달현장이나 생산현장, 판매현장 등 현장에서 해결책을 찾고 새로운 기회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일본 미쓰비시 엔진을 받아쓰던 회사가 글로벌 톱3로 퀀텀점프를 한 배경에는 이 같은 특유의 '현대차 스피릿'이 있었다. 물론 여기까지는 과거의 성공 스토리다.
현대차 앞에는 다양한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기술력의 차이가 내연차량에 비해 크지 않은 전기차 시장에서 쟁탈전이 치열하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성공 열매를 향유하느라 순수 전기차를 미뤄둔 도요타가 최근 CEO를 전격 교체하고 3만대에 미달한 전기차 생산량을 2026년까지 150만대로 늘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밝혔다. 기존 자동차 생산방식을 혁신하고 고가 브랜드 전략을 펴는 테슬라도 위협적인 존재다. 폭스바겐과 도요타가 수백만 대씩 팔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가 어떤 전략으로 응수할지도 해결 과제다.
현대차 내부적인 약점이 미래로 나아가는 데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현대차는 생산할 자동차의 종류 등을 바꿀 때도 노조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현대차는 이 같은 제약조건 속에서 타사와 경쟁을 해야 한다.
이제는 현대차가 타도해야 할 대상들이 하나둘씩 사라졌고, 벤치마킹할 기업도 거의 없는 상황이 됐다. 스스로와 경쟁하며 오롯이 현대차의 오리지널 제품과 기술로 글로벌 시장에서 평가받아야 한다. 이제부터 진짜 실력이 드러날 것이다. 현대차 임직원들이 앞으로 어떤 '현대차 스피릿'을 발휘할지 기대된다.
[김대영 부국장(산업부장 겸 지식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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