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新외감법'은 왜 만들어졌을까
"옛날엔 상장사 회계감사를 수임하기 위한 경쟁이 말도 못하게 치열했습니다. 가격을 후려치는 것만으로 경쟁이 되지 않으니, 이런저런 관련 서비스까지 한데 묶어 회계법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업무를 도맡아 한다는 식으로 제안을 했죠. 회계비리까지 이어지는 게 다반사였습니다."
자본시장 분야에서도 워낙 전문적이라 쉽지 않다는 회계업계를 맡게 됐을 때 '신외부감사법'을 두고 재계와 회계업계가 왜 이렇게 대척점에 서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감사보수의 급격한 증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 기업 부담을 또 늘리는 족쇄 등 비판을 듣다 보면 대체 이런 법을 왜 만들었을까. 법 제정 당시에 회계사 출신 의원이 많아서였을까. 아니면 기업 프렌들리와는 거리가 먼 당시 정권인 탓이었을까. 이런 의문에 대한 대답은 회계 분야를 오랫동안 봐온 한 공직자가 들려줬다.
결론은 과거에는 감사 시간, 보수 수준, 다른 회계업무 등에 대한 선택권이 모두 기업에 있었지만, 신외감법의 도입으로 더 이상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회계가 기업에 매여 있다 보니, 시간에 맞춰 감사보고서를 내야 하고, 회계감사 업무와 별개인 업무도 추가 비용 없이 하는 것으로 계약할 수 있었다. 외부감사인의 역할을 했다고 보긴 어려웠다. 그러다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도 벌어지게 됐다.
그런 면에서 신외감법 도입 과정에서 가장 타격을 입었던 곳이 회계업계라고 할 수 있다. 회계감사 시간의 표준화, 독립적인 외부감사인, 내부 통제에 대한 포괄적 감사 등 주된 개혁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회계개혁 평가·개선 추진단'이 꾸려졌다. 평행선을 달리는 양측의 접점을 찾아야 하는 쉽지 않은 업무가 주어졌다. 주기적 지정제 완화 혹은 폐지를 주장하던 재계는 이제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유예까지 요구한다고 한다. 이들 주장에는 분명히 일리가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회계 투명성의 근본이 후퇴해선 안 된다. 신외감법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다시 새겨볼 때다.
[김명환 증권부 tero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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