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트래블 룰

'트래블 룰(travel rule).' 언뜻 보면 여행 규칙인가 싶다. 하지만 뜻밖에도 금융 용어다. 1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거래할 때 주고받은 이들의 정보 기록을 의무화하는 제도다. 탈세와 자금세탁을 예방하기 위한 '코인판' 금융실명제다. 트래블 룰은 원래 미국 은행 보안법에서 유래한 자금세탁 방지를 목적으로 만든 제도다. 2019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가 트래블 룰 대상에 가상자산을 추가하면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해당 내용이 포함됐고, 2022년 3월부터 전면 시행됐다.

시행 1년이 된 트래블 룰에 관심이 쏟아진 건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60억원 코인 투자 의혹 때문이다. 의혹의 내용은 김 의원이 2022년 1~2월 위믹스 코인 80만여 개를 자신의 가상화폐 지갑에 보유하다가 트래블 룰이 시행되기 직전인 그해 2월 전량 처분했다는 것이다. 타이밍이 묘하다. 그는 8일 "2021년 1월 LG디스플레이 주식 전량을 매도한 대금 9억8574만원을 가상화폐 초기 투자금으로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2021년 말 재산신고에서 주식을 판 돈만큼인 9억7000만원의 예금이 증가해 가상화폐 투자금은 어디서 난 건지 여전히 미스터리다. 논란이 일자 김 의원은 9일 주식 매각대금으로 산 코인이 올라 원금을 회수했다고 말을 바꿨는데 그간 "(코인을) 현금화한 게 아니라 다른 거래소로 옮겼다"고 했던 것과 상충된다.

문제는 의혹의 핵심인 위믹스 코인을 취득한 시점과 구입 규모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위믹스 코인은 발행사인 게임회사 위메이드의 부실 회계처리로 논란에 휩싸인 투기성 김치코인이다. 뭘 믿고 투자한 것인지 의문이다. 김 의원은 업비트에서 코인 거래를 했는데, 종잣돈을 넣었다는 2021년 1월에는 업비트에 위믹스가 상장되지 않아 의혹은 더 증폭되고 있다. 이런 꼼수와 위법 때문에 트래블 룰이 도입된 것이다. 김 의원은 "하늘에서 떨어진 돈이 없다"고 했는데 떳떳하다면 위믹스 투자 경위, 이체 내역 등 '코인의 여행'에 대해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심윤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