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北 4대 세습이 가능한 이유
민중이 아니라 엘리트의 동요
北 엘리트는 남한 주도 통일 때
실업자 되거나 감옥 갈 운명
김씨 체제 결사옹위가 당연
최근에 김정은은 그의 딸 김주애와 같이 공식석상에 많이 등장하고 있다. 현 단계에서 10대 초의 소녀를 후계자로 보기는 어렵지만, 통치자 후보로 정치 수업을 받기 시작한 공주로 볼 수 있다는 점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2040~2050년대에 북한에서 4대 세습이 정말 가능할까? 북한 정권의 생존 및 지속가능성은 이만큼 높을까?
아마도 그럴 것 같다. 현황을 감안하면 김씨 일가가 예측 가능한 미래에 정치 권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북한 엘리트층은 세계의 흐름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교묘하게 활용할 뿐 아니라 자신들의 내부 단결을 유지할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역사가 잘 보여주듯이 독재정권에 치명적 위기를 초래하는 것은 민중의 자발적인 항의가 아니다. 엘리트층 내부에서 갈등이 생겨야만 혁명이 가능하다.
북한 엘리트층 안에서 갈등이 없는 이유는, 충성심보다 기득권에 더 가깝다. 보통 어느 나라에서 권위주의 정권이 무너질 때도 통치자 및 그의 극소수 측근들은 교체되지만, '최고 1%'는 권력과 특권을 여전히 유지한다. 대부분의 혁명 때 기존 엘리트가 대체되지 않은 이유가 있다. 사업가나 전문직은 물론 공무원까지 필요한 경험, 교육, 자본, 인맥 등을 거의 독점적으로 보유해왔기 때문에 정권 붕괴 이후에도 그들이 했던 일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북한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북한에서 김씨 일가 체제가 무너진다면, 분단국가였던 독일처럼 서울 주도하에 흡수 통일이 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된다면 북한 간부들은 미래가 없을 것이다. 낙후하고 고립된 사회에서 활동해온 그들은 현대세계에서 가치가 있는 경험과 지식이 거의 없다. 소련이나 동유럽에서 공산당 붕괴 이후에 공산당 중앙 직원은 대기업 사장이나 부사장이 되었지만, 북한에서 노동당 중앙 지도원은 택시기사가 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운전할 줄 몰라서 그렇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 간부들은 향후 '통일 한국'이 올 생각을 하면 보다 더 무서워질 이유가 충분히 있다. 북한은 인권침해가 정말로 매우 심한 나라다. 쇄국정치 때문에 북한의 인권침해 상황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만일 체제가 무너진다면 북한 체제의 잔혹성이 세계와 남한 사회를 일대 충격에 빠뜨릴 것이다. 결국 비밀경찰인 보위원들뿐만 아니라 일반 북한 간부들도 김씨 일가 시대의 인권침해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북한 엘리트는 권력을 잃을 뿐만 아니라 감옥으로 갈 공포가 있다.
자신의 상황을 잘 아는 북한 엘리트층은 김정은 정권에 도전할 생각이 없다. 내부 다툼이나 쿠데타 시도는 체제 위기와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강경파든 온건파든 모든 북한 엘리트는 국가와 같이 무너질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가만히 있는 것은 제일 안전하며 합리주의적인 선택이다.
국제 상황도 북한 엘리트에게 유익해졌다. 미·중, 미·러 갈등은 그들에게 하늘에서 준 선물이다. 신냉전시대의 중국 지도부에게 완충지대 북한의 전략적인 가치가 급등했기 때문에, 중국은 북핵에 눈을 감고 북한 국가가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원조를 충분히 제공하기 시작했다.
엘리트의 단결이 유지되며 쇄국정치를 잘하고 인민들에게 공포정치를 엄격하게 실시하며 중국에서 지원을 받는 북한 국가는 오랫동안 지속할 것이다. 그래서 40년 후인 2063년에 '주체의 별'인 '김주애 원수'는 자신의 딸을 차기 후계자로 소개하고 5대 세습 준비를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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