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언론실천재단 "한상혁위원장 면직 검토, 방송 장악 폭거"

김성후 기자 2023. 5. 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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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의 정치 도구화 기도 즉각 중단하라"

자유언론실천재단(이사장 조성호)은 9일 윤석열 정부가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면직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검찰 기소만으로 면직 조치를 취하는 것은 그 자체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한 법률위반이며 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자유언론실천재단은 이날 성명에서 “방통위법(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8조는 ‘법률에 따른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경우 외에는 면직되지 않는다’고 규정해 방통위원에 대한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며 “윤 정부가 방통위원장의 면직을 밀어붙이는 것은 방송을 장악 통제하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 말고는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연합뉴스

검찰은 지난 2일 한상혁 위원장을 위계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한 위원장이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를 고의로 낮추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법원은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의 정도,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피의자의 자기 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검찰의 불구속 기소 이후 정부가 한 위원장을 면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한 위원장의 임기는 7월31일까지다.

자유언론실천재단은 성명에서 윤 정부의 한 위원장 면직 검토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언론실천재단은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에 대한 실질적 임명권한을 가진 방통위원장을 교체해 방송을 장악한 후 내년 총선에서 정부여당에 유리한 보도를 생산해내려는 것”이라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2008년 감사를 통해 있지도 않은 배임 혐의를 적용해 KBS 정연주 사장을 축출했던 당시와 판박이로 닮았다”고 했다. 이어 “윤 정부의 방통위원장 면직은 단순히 그를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며 “정권도 함께 몰락의 길로 들어서는 운명에 처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면직은 방송 장악을 위한 반복되는 폭거이다
- 정부는 방송의 정치 도구화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

검찰이 지난 2일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기소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조만간 한 위원장의 면직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자유언론실천재단(이사장, 조성호)은 결코 그런 몰지각한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만에 하나 그것이 현실화될 경우 윤 정권의 몰락을 재촉하는 단초가 될 것임을 경고하고자 한다.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사퇴를 집요하게 종용해왔다. 집권 초인 지난해 6월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임 정부 사람이라는 이유로 한상혁 위원장을 향해 ‘정치도의’ 운운 하면서 ‘후안무치’, ‘자리욕심’ 등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고, 엽관제까지 들먹이며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이는 2008년 이명박 정권 당시 박재완 전 국정기획수석이 정연주 KBS 사장을 향해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기조를 적극적으로 구현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과 다르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도어스테핑에서 한 위원장에 대해 “굳이 올 필요 없는 사람”이라며 국무회의에서 배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불과 3년 전인 2020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국정감사에서 “임기는 ‘국민과의 약속’이므로 어떤 압력이 있어도 소임을 다 하겠다”고 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아전인수식 논리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전방위 압박에도 굴하지 않은 한상혁 위원장에 대해, 감사원, 검찰 등 사법기관을 앞세워 수개월에 걸친 감사, 대대적인 압수수색 등을 감행했다. 그리고 검찰은 2일 2020년 TV조선에 대한 방통위의 ‘조건부 승인’과정에 ‘점수조작’이라는 악의적 프레임을 씌웠고, 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한 위원장을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검찰이 주장하는 이러한 혐의사실을 신뢰하기 어려울뿐더러, 그것이 설령 형식적인 기소 요건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검찰 기소만으로 면직 조치를 취하는 것은 그 자체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한 법률위반이며 권력 남용이라고 판단한다. ‘의혹’만으로 면직되어야 한다면 똑같은 잣대로 국민의힘 대표 선출 과정에서 공천개입 등 공무원의 정치중립 의무를 위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윤 대통령도 권좌에서 내려와야 할 것이다.

더구나 방통위법(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8조는 “법률에 따른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경우 외에는 면직되지 않는다”고 규정해 방통위원에 대한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 이처럼 신분보장을 법으로 명문화한 이유는 독립성을 담보해야 할 방송을 관리·감독하는 규제기구로써 방통위가 여타의 정부 부처와 달리 독립적 합의제 기구이기 때문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윤석열 정부가 방통위 수장인 방통위원장의 면직을 밀어붙이는 것은 방송을 장악 통제하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 말고는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

임기가 채 3개월도 남지 않은 위원장을 쫓아내려는 의도는 명백하다. 공영방송의 이사와 사장에 대한 실질적 임명권한을 가진 방통위원장을 교체해 방송을 장악한 후 내년 총선에서 정부여당에 유리한 보도를 생산해내려는 정치적 의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불행히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2008년 감사를 통해 있지도 않은 배임 혐의를 적용해 KBS 정연주 사장을 축출했던 당시와 판박이로 닮았다. 향후 재판에서 무죄로 판명이 나오더라도 우선 자리에서 배제해 방송을 정치 도구화 하려는 기도였음은 온 국민이 지켜본 바다.

우리는 과거 방송을 장악 통제해 왔던 군부독재 시절, 아니 불과 5~6년 전 이명박·박근혜의 말로가 어떠했는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방송이 정치도구로 전락하는 순간, 정권 또한 몰락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없었음을 똑똑히 보았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언론을 장악해 국민여론을 제 입맛대로 좌우하고자 한 정부는 흑역사의 길을 걸어왔음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윤 정부의 방통위원장 면직은 단순히 그를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정권도 함께 몰락의 길로 들어서는 운명에 처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23년 5월 9일
자유언론실천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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