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동반 호텔에 목줄 묶인 개가?…호텔 측 “멧돼지 감시견”

서울 5성급 호텔 정원에 묶인 개.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 북한산 국립공원에 있는 5성급 호텔인 파라스파라 서울의 외부에서 목줄 묶인 개를 봤다는 목격담이 올라오자 호텔 측이 ‘야생동물 감시용’ 개라는 해명을 내놨다. 비판이 이어지자 호텔 측은 개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줬다.

지난 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5성급 호텔에서 키우는 강아지 관리가 이게 맞나요?’라는 제목의 글에는 이런 사연이 담겼다.

글쓴이 A씨는 “(호텔) 주변을 산책하던 중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호텔에서 키우는 강아지라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이상했다”며 “누군가 (강아지) 집 안에 사료를 잔뜩 쌓아둔 탓에 강아지는 비가 와도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문밖에서만 밥을 먹고 있더라. 온몸이 다 젖어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고 했다.

A씨가 함께 올린 사진을 보면 개가 목줄에 묶여 있으며, 개집 안엔 사료가 잔뜩 쌓여 있었고, 물통엔 흙탕물이 차 있었다. 개는 산으로 둘러싸이고 울타리가 쳐진 호텔 외곽에 묶여 있었다고 한다.

서울 5성급 호텔 정원에 놓인 개집과 물그릇.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씨는 호텔 프런트 직원에게 개와 관련해 문의했고 돌아온 답변은 “멧돼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호텔에서 키우는 개”라는 말이었다. 그는 “5성급 호텔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이렇게 관리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꼬리는 내려가서 풀 죽어있고, 30분 동안 지켜봤는데 중간중간 체크하는 직원도 없었다”고 했다.

이렇게 호텔 정원에 묶여 있던 개는 한 마리가 아니었다. 이 글을 접한 네티즌들이 “이 호텔에서 묶여있는 백구도 목격했다”며 긴 목줄을 한 백구가 찍힌 사진을 올렸다.

네티즌들은 “호텔에 개가 저렇게 묶여 있는 것은 처음 봤다” “시골 동네에서 어르신들이 밭지킴이 개를 묶어놔도 학대라고 손가락질 받는 세상인데” “관리가 안 되고 방치하는 게 문제”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 네티즌들은 호텔 측에 전화를 걸어 문의를 하거나 민원을 넣었다고 밝혔다.

한 네티즌은 이 호텔이 반려동물과 함께 머무를 수 있는 ‘펫 객실’을 운영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적어도 반려견 동반 가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 기본적인 동물보호법이나 동물에 대한 감수성을 길렀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 5성급 호텔 정원에 묶여 있는 또 다른 개. /온라인 커뮤니티

현행 동물보호법 제8조 등에 따르면 동물학대에 포함되는 행위는 ▷도구, 약물 등으로 상해하는 행위 ▷오락 등의 목적으로 상해하는 행위 ▷사료, 물을 주지 않아 죽게 하는 행위 ▷이외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해 방치하는 행위 등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육·관리·보호 의무에 따라 동물을 실외에서 기르는 경우 추위나 비를 피할 수 있는 휴식공간을 제공해야 하며, 줄로 묶어서 사육하는 경우 줄의 길이가 2m 이상으로 하도록 하고, 동물의 사육공간이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 건강상태 등을 정기적으로 관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해 동물을 다치게 하거나 병에 걸리게 하면 동물 학대로 볼 수 있다.

최정아 한국동물보호협회 대표는 “현행법상 개를 야외에서 목줄로 제약해 키우더라도 밥과 물을 잘 주고 충분한 휴식 공간이 있으며 혹서, 혹한에 노출시키지 않는 한 학대로 해석하지 않는다”며 “외국에서는 목줄을 매서 개를 키우는 것을 학대로 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법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일이 논란이 되자 파라스파라 호텔은 지난 7일 SNS에 입장문을 내고 “야생동물 감시견과 관련해 많은 분들께서 질책해주신 모든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호텔 측은 “국립공원 내 위치한 특성상 겨울철 야생동물의 출현을 감시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바로 옆 민가에서 키우는 감시견의 위치를 리조트와 가까운 곳으로 이동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리 환경이 충분치 않았던 부분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7일 오전 감시견은 견주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다시 이동 조치했다. 병원 검진을 통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강북구청 관계자는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최근 관련 민원이 몇 건이 들어와 현장에 방문해 9일 개의 상태를 확인한 결과 외상은 전혀 없고, 사람을 매우 잘 따르고 있었다. 호텔 측에서 개를 근처에 살던 견주에게 다시 돌려보내 보통 마당개처럼 지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