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간호대학 “간호법 왜곡, 더이상 묵과안해”

9일 학생·교수·교직원 등 230여명
간호법 제정 촉구하는 성명서 발표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협회 차원을 넘어 일반 대학으로 확산되고 있다. 보건복지의료연대가 간호법의 본회의 통과를 문제삼으면서 단체 행동에 돌입하자 이를 지켜보던 간호대학생들이 ‘간호법을 더 이상 왜곡하지 말라’며 목소리를 낸 것이다.

연세대학교 간호대학생들은 9일 오전 11시30분 간호대학 건물 1층 진리관에서 “간호사가 의료인으로서 국민 곁에서 돌봄의 가치를 성실히 수행하고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간호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날 자리에는 230여명의 학생들과 교수, 교직원 등이 모였다.

연세대학교 간호대학생들과 교수, 교직원 등 230여명이 9일 오전 간호대학 건물에서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제공=연세대학교 간호대학>

신민재 연세대 간호대학 학부생 대표는 “간호법은 전 세계 90여개국에 존재하는 보편적인 법으로 우수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숙련된 간호사가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 골자”라며 “우리나라가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데다 앞으로 감염병 유행이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간호법을 통해 체계적인 돌봄시스템을 미리 구축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법안 거부권을 거론하는 것은 국민 건강복지의 확대를 반대하는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행 의료법이 70여년간 급변한 시대적 상황과 의료 수요 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지수 연세대 간호대학 일반대학원생 대표는 “전국 200여개 대학에서 학부와 석·박사 과정을 마친 간호 인력은 의료기관뿐 아니라 학교, 보건소, 산업장, 장기요양기관 등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1951년에 제정된 현행 의료법에는 오늘날 간호사들이 행하고 있는 업무 중 상당부분이 명시돼있지 않아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의 간호사 역할을 보다 분명히 하고 법적·제도적 보호 하에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간호법이 속히 제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간호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데 대해선 전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혜민 연세대 간호대학 간호대학원생 대표는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이 통과된 건 수준 높은 간호 인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의미 있는 진일보”라며 “적법한 절차를 거쳤음에도 간호법에 대해 정치공학적 잣대를 들이댄다거나 거짓 선동을 이어간다면 더 이상 이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일각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을 촉구하고 있는데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라며 “대통령과 정치권이 어떤 경우에라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외면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간호사의 근무 환경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인력 이탈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신규 간호사가 1년내 사직하는 비율은 50%다. 전체 간호사의 평균 근속연수는 7년 6개월에 불과하다. 현재로선 숙련된 간호사가 양성될 수 없는 구조인데 최근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남아있던 인력마저 상당수 사직한 상태다. 오의금 연세대 간호대학장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세대 간호대학은 미래 간호 인재들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데 본분을 다해왔다”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간호법 공포를 위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