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AI디지털교과서, 공교육 ‘게임체인저’
수학·영어·정보 우선 적용, 개인 맞춤 진도 설정
발행사-에듀테크 컨소시엄으로 독과점 우려 극복
서책-디지털 구분해 업체 선택, 독립 검정심사 도입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학교 교육에 혁신을 일으킬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2025년 AI 디지털교과서가 학교에 도입된다. 2025년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공통·일반 선택과목부터 적용된다. 2026년에는 초등학교 5·6학년, 중학교 2학년, 2027년 중학교 3학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AI 기반 교과서 서비스가 공교육에 전면 도입되는 것은 세계 최초다. 2000년대 초반 교육 정보화 사업 이후 가장 큰 혁신이 될 전망이다.
◇핵심은 개인별 진단·학습=AI 디지털교과서는 AI 보조교사가 돼 학생 개인별 맞춤학습을 지원하게 된다. 우선 수학, 영어, 정보 3개 교과에 우선 적용된다.
일각에서는 사회, 과학 등 교과 제안도 있었지만 교육부에서는 국어 교과를 추가로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 적용 과목은 5월 중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AI 디지털교과서의 기본 틀은 학생 맞춤형 학습이다. 그동안 똑같은 난이도의 문제, 학습서비스를 제공받았던 학생들이 개별 평가·진단을 통해 수준별 맞춤 학습을 제공받는 것이다.
우리 교실은 ‘평균’ 학생을 기준으로 학습을 제공해왔다. 학습 진도가 평균 대비 빠르거나 혹은 느린 학생을 대상으로 예·복습을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동안 서책형 교과서와 함께 제공된 디지털교과서는 사실상 멀티미디어 전자책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교육용 소프트웨어다. AI 기술 기반 진단과 평가를 바탕으로 메타버스, 확장현실(XR), 음성인식 등의 다양한 에듀테크 적용 서비스로 맞춤 학습을 제공받을 수 있다.
학생 진단평가 등이 사라진 이후 개별 학생 수준을 파악하기 힘든 상황에서 AI가 이른바 ‘일제고사’식 줄세우기 평가가 아닌 학생 맞춤형 평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 콘텐츠 질은 발행사와 에듀테크 기업 역량과 직결
AI 디지털교과서 콘텐츠 질은 교과서 편찬 발행사의 에듀테크 역량과 직결된다. 방대한 교과 콘텐츠와 AI 기술 기반 에듀테크 서비스 역량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부는 교과서 편찬 경험을 가진 발행사를 중심으로 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의 기술 역량을 가진 에듀테크 기업이 협력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을 위한 ‘2인3각’ 경기를 요구하는 셈이다.
실제로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지난달 3차례에 걸쳐 열었던 AI 디지털교과서 매칭데이는 발행사와 에듀테크 기업간 협업을 유도하기 위해 열렸다.
기존 교과서 발행사 중에 서책 편찬부터 AI 디지털교과서 개발까지 단독 수행할 수 있는 기업 숫자는 교육부에서는 10개 미만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보다 훨씬 적다고 판단한다. 천재교육·천재교과서와 아이스크림미디어, 비상교육 등 일부의 발행사만이 교과서 발행과 태블릿 기반 에듀테크 서비스를 모두 제공 중이다.
규모가 작은 중·소 발행사 입장에서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은 에듀테크 기업과 협력이 불가피하다. 수십년 동안 서책형 교과서 개발을 주력으로 해왔던 일부 중소 발행사는 최근 디지털 기반 서비스 증가, 학생수 급감 등의 영향으로 시장 점유율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주요 과목 교과서 개발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왔다.
서책형-AI디지털교과서 개발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의 독과점이 우려되기도 한다. 이에 교육부에서는 발행사와 에듀테크 기업 간 컨소시엄을 유도하고 있으며,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가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을 위한 자문단을 구성 운영하고 공통 플랫폼 구축 지원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에듀테크 전문기업 입장에서도 방대한 학습 콘텐츠 확보를 위한 발행사와의 컨소시엄 구성이나 협력이 필수다. 실제로 세 번의 매칭데이에서 소수의 발행사를 대상으로 다양한 에듀테크 기업의 적극적 기술·서비스 소개와 협력 요청이 이어졌다.
에듀테크 기업, 특히 에듀테크 스타트업에 AI 디지털교과서는 새로운 도전과 기회의 장이다. 빅테크 기업이 사실상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외하면 민간 에듀테크 기업이 공교육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었다. 미국이나 영국 학교에서는 민간기업의 에듀테크 서비스를 자유롭게 구매해 이용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공교육 문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학교에 교육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해왔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도 발행사를 대상으로 물밑 협력 논의가 한창이다. 에듀테크 전문 기업이 아닌 AI, 클라우드 기술 전문기업도 발행사와 손잡고 교육시장에 뛰어들 기회로 보고 있다.
◇교과서 내용의 혁신은 교과서 개발 과정의 혁신
AI 디지털교과서의 혁신은 곧 교과서 개발 과정의 혁신을 의미한다. 그동안 서책형 교과서는 국정과 검정, 인정체제로 나눠 개발됐으며 AI 디지털교과서도 기본적으로 이를 따른다.
국정교과서는 국가가 직접적으로 교과서 저작에 관여하는 것이다. 검정교과서는 민간교과서 발행사가 개발한 도서를 교육부 장관 검정을 통과한 것을 말한다. 인정 교과서는 국정이나 검정교과서가 없는 경우 보충적으로 사용하는 교과서로 교육부 장관 인정을 사용할 수 있다. 이때 검정과정을 통과한 교과서를 각 학교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다.
교과서 개발은 세계적으로 국정에서 검·인정을 거쳐 민간자율 방향으로 가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교과서 다양화, 창의성 확대를 위해 2022년부터 초등 3·4학년 수학, 사회, 과학 과목이 검정으로 전환했다. 올해 초등 5·6학년 수학, 사회, 과학 국정교과서도 검정으로 전환됐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국가가 직접 개발에 관여해 만드는 방식보다 민간 발행사와 에듀테크 기업 참여 방식이 된 것도 이러한 흐름이 반영됐다. 기존 디지털교과서는 서책형 교과서를 선택하면 함께 제공되는 개념이었다.
교육부는 A발행사의 서책형 교과서를 선택한 경우에도 B발행사의 AI 디지털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학교에서 서책형 교과서와 AI 디지털교과서를 서로 다르게 선택할 수도 있게 해 교과서 시장의 자율성과 선택권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한다.
기존에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콘텐츠 심사만 이뤄졌지만, AI 디지털교과서는 기술과 시스템에 대한 수시 검정 심사 등을 염두에 뒀다.
검인정 심사과정을 통과해야 학교의 선택 대상이 된다. 2025년 전면 도입을 앞두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심사부터 학교 선택까지 일정을 고려하면 개발 기간이 무척 짧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5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계획을 발표하고 8월 AI 디지털교과서 개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과거 디지털교과서는 서책형 교과서 합격 발표 이후 개발부터 심사까지 약 6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 이뤄졌다”며 “올해 8월에 구분 고시를 하고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서책형 교과서 개발과 별도로 AI 디지털교과서를 독립적으로 검정심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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