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사력 다해 도주한 중국어선…순식간에 에워싼 해경 함정

송승윤 2023. 5. 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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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대청도 해역서 불법조업 단속 훈련…"포착부터 나포까지 20분"
실전 같은 불법조업 어선 단속 훈련 (인천=연합뉴스) 서해5도특별경비단 특수기동대 대원들이 9일 인천시 옹진군 대청도 인근 해상에서 불법조업 외국어선 단속 훈련을 하고 있다. 이날 훈련은 함정 12척과 항공기 3대가 참여했다. 2023.5.9 [사진공동취재단] tomatoyoon@yna.co.kr

(인천=연합뉴스) 송승윤 기자 = "대청도 서방 약 5해리. 중국어선 4척이 불법조업 중."

9일 오전 10시 30분께 인천시 옹진군 대청도 서방 9.26km 해상.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 조업하던 외국 어선이 해경 항공기의 레이더에 포착되자 날카로운 무전음이 현장 지휘관(OSC) 함정인 3008함(3천t급)에 전달됐다.

동시에 불법 어선 역시 해경 함정을 발견하고는 과격하게 선수를 돌리며 도주할 태세를 갖췄다.

자칫하면 순식간에 놓칠 수 있는 상황, 현장의 해경 3008함과 3005함은 기동성 있는 고속단정을 모함에서 내려 어선의 뒤를 바짝 따라붙으며 추격을 시작했다.

불법 어선이 최대 속력을 내면서 서쪽으로 사력을 다해 도주했지만, 거친 물보라를 일으키며 뒤를 쫓는 해경 고속단정 2척도 시속 약 74㎞(40노트)의 속도로 질주하며 거리를 쉽사리 내주지 않았다.

이때 또 다른 경비함인 520함, 526함 등 500t급 함정 2척은 남북 방향으로 도주 경로의 길목을 지키며 힘을 보탰다.

하늘에서는 AW139 헬기가 서서히 하강하면서 해수면을 뒤집을 정도의 강한 하강풍을 일으키며 어선의 질주에 제동을 가했다.

어선이 도주 기세가 주춤한 사이 고속단정을 어선 가까이 붙인 해경 대원들은 신속하고 기민하게 어선 위로 올라탔다.

외국 선원들은 죽창과 몽둥이 등을 휘두르며 거세게 저항했고, 육탄전이 벌어지는 사이 선장은 조타실 문을 걸어 잠그고 우리 EEZ 밖으로 도주를 계속 시도했다.

K-5권총, 섬광폭음탄 등으로 무장한 해경 대원들은 삼단봉 등을 활용해 선원들의 거센 저항을 제압했고, 다른 대원들도 금속 원형 톱으로 조타실 문을 개방하고 엔진을 멈춰 세웠다.

불법 조업 중인 어선 발견부터 나포까지 20분간의 숨 가쁜 작전이 종료된 순간이었다.

실전 같은 불법조업 어선 단속 훈련 (인천=연합뉴스) 서해5도특별경비단 특수기동대 대원들이 9일 인천시 옹진군 대청도 인근 해상에서 불법조업 외국어선 단속 훈련을 하고 있다. 이날 훈련은 함정 12척과 항공기 3대가 참여했다. 2023.5.9 [사진공동취재단] tomatoyoon@yna.co.kr

실전을 방불케 한 이날 상황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상황을 가정해 실시된 훈련이었다.

서해 NLL 해역 치안 상황을 점검하고 외국어선 단속 역량 증진을 위해 실시된 이날 훈련에는 함정 4척과 특수기동정 2척, 고속단정 6척, 헬기 2대, 고정익 항공기 1대 등 총 15개의 함정과 항공기가 참여했다.

김종욱 해양경찰청장도 이날 현장에서 훈련 전 과정을 참관하며 치안 현황을 점검했다.

최근 서해에서는 본격적인 꽃게철을 맞아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해경청에 따르면 봄철 꽃게 조업이 시작된 지난달 서해 NLL 해역에 나타난 불법 중국 어선은 하루 평균 141척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 하루 평균 116척과 비교해 21% 이상 늘어난 규모다. 휴어기인 올해 1월만 해도 하루 평균 19척 수준으로 나타나던 중국 어선은 2월 58척, 3월 110척 등 매달 2배 수준으로 출현 빈도를 늘렸다.

이달 현재까지도 하루 평균 100여척가량이 침범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자체 휴어기가 시작되면서 이달부터는 중국 어선의 불법 어업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같은 상황이 매년 반복되는 중이다.

대청도 해상서 펼쳐진 불법 외국어선 단속 훈련 (인천=연합뉴스) 서해5도특별경비단 특수기동대 대원들이 9일 인천시 옹진군 대청도 인근 해상에서 불법조업 외국어선 단속 훈련을 하고 있다. 이날 훈련은 함정 12척과 항공기 3대가 참여했다. 2023.5.9 [사진공동취재단] tomatoyoon@yna.co.kr

중국어선들은 실제로 조업 중 해경에 단속되면 흉기를 휘두르며 격렬하게 저항하기도 한다.

지난 3월 28일에도 서해 소청도 해역에서 중국어선 2척이 해경 정선 명령을 무시하고 도주했고, 나포 과정에서는 40대 중국인 선장이 해경 대원에게 발길질하고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했다.

특히 서해 NLL 인근 해역에서는 남북 접경 해역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중국어선들이 '치고 빠지기식' 조업을 하는 일도 잦다.

해경은 이러한 중국어선 불법 조업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최근 500t급 경비함 1척을 추가 투입하고 대청·연평도 특수진압대도 추가로 배치하고 있다.

70km 이상 고속 이동이 가능한 특수 기동정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조타실 개방 등 신속한 나포 작전을 위한 장비 연구 개발에도 힘쓸 방침이다.

김종욱 해경청장은 "서해5도는 접경 해역인 데다가 좋은 어장을 갖고 있어 외국 어선의 침범 사례가 많아 어민들의 피해가 클 수 있다"라며 "어민들의 안전한 어업을 위해 실전 같은 훈련을 토대로 해양영토 주권과 어족 자원을 완벽하게 지키겠다"고 말했다.

kaav@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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