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측 "탄핵, 정치적 비난"…"재발 방지 위해 파면해야" 팽팽(종합)

탄핵심판 본격화…李 "국정 혼선 송구" 김도읍 "신속 결정해달라"
행안부·소방청·경찰청 공무원 증인채택…유족·생존자 보류

10·29 참사 부실 대응 논란으로 탄핵 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 심판 첫 변론 기일에 출석해 있다. (공동취재) 2023.5.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이태원 참사 대응 문제로 탄핵심판을 받게 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측이 부실한 참사대응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정치적 비난이라며 탄핵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국회 측은 헌법 질서 회복과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해 이 장관을 파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 장관 탄핵심판 1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 장관과 탄핵 소추위원인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양측 대리인들이 모두 참석했다.

앞선 2번의 변론준비기일은 수명(受命)재판관으로 지정된 이종석·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주관했지만 이날 변론기일부터는 헌법재판관 9명이 모두 참석한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됐다.

국회 측은 "이 장관은 재난안전관리라는 행안부 장관의 핵심 의무를 방임했다"며 "이태원 참사 발생 전후 이 장관의 대응은 헌법과 법률이 행안부 장관에게 요구한 수준보다 현저히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장관은 부적절한 언행으로 장관직을 수행할 역량과 자격이 없음을 드러냈다"며 "이 장관을 파면하더라도 국정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탄핵은 이 장관에게 정치적·도의적 책임이나 무능력을 묻는 것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에 의해 부여된 업무를 태만히 하고 방임한 중대 법률 위반행위를 묻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국회 측은 "이 장관을 파면하지 않으면 앞으로 참사 재발을 막을 수 없고 훼손된 헌법 질서도 회복할 수 없다"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도록 이 장관을 파면해달라"고 요청했다.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 심판 사건 첫 변론 기일에 소추위원 자격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5.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그러나 이 장관 측은 "헌법과 법률 위반 여부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다중밀집으로 갑자기 발생한 재난에 대해 국가시스템이 어떻게 대응하는 게 옳은지가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런데 국회 측은 총체적 시스템의 일반적 조항을 들어 '너 왜 이거 안했냐'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에서는 긴급구조가 가장 중요했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개입이 시급하지 않아 '그렇게 빨리 가동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인데, 이를 비판하는 것은 방법과 절차 면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 측은 "행안부 장관이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며 몰아붙이는 것은 정치적 비난"이라며 "행안부 장관이 과연 무엇을 해야 했는지를 정확히 해야 하는데, '이게 좀 미흡한데 전부 행안부 장관 잘못'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 측은 이태원 참사 생존자와 유족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에도 "장관으로서 책임을 다했는지에 대한 유의미한 진술을 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우선 재판부는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박용수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 엄준욱 소방청 119종합상황실장(현 인천소방본부장),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와 유족을 증인으로 부를지는 추후에 결정하기로 했다.

2차 변론기일은 오는 23일, 3차 변론기일은 다음달 13일에 열릴 예정이다. 양 변론기일에서는 증인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변론을 거친 후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출석해 6명 이상이 동의하는 것으로 파면 여부를 결정한다. 헌재가 파면을 결정하면 이 장관은 선고 후 5년 동안 공무원이 될 수 없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탄핵 심판은 사건 접수일부터 180일 이내에 결론을 내려야 하지만 강행규정은 아니다. 이 장관 탄핵 소추의결서는 지난 2월9일 헌재에 접수됐다.

김도읍 위원장은 "소추위원으로서 행안부 장관 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은 우려된다"며 "헌재가 집중심리로 신속한 결정을 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변론에 참석하기 전 "탄핵소추로 일부 국정에 혼선이나 차질이 발생하고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매우 송구하다"며 "모든 것이 원활히 돌아가도록 심리에 성심껏 임하겠다"고 했다.

par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