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1년 사회] ‘검수완박’ 족쇄 채웠지만…검찰, 마약·증권 전담부 신설 등 대대적 복원

김종용 기자 2023. 5. 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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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검찰 수사권 박탈은 법치 말살이자 민주주의의 퇴보, 헌법 정신의 파괴다.”

지난 2021년 3월,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시도에 맞서다 총장직까지 내려놓았던 윤 대통령은 결국 ‘검찰과 경찰 수사 단계의 책임 수사 체제 확립’을 공약으로 내걸고 대권 출사표를 던졌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검찰은 검수완박으로 인해 무너진 수사 사각지대를 메우는데 주력해왔다. 전 정부에서 대폭 축소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시행령 개정’이라는 절묘한 한 수를 통해 복원하는가 하면,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마약 범죄나 대규모 금융·증권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전담 부서를 설치하기도 했다.

지난 1년 간 나타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검찰이 직접 인지해 수사한 사건 수가 대폭 늘었다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후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여겨진 범죄수익은닉 및 마약·위증 범죄 사건에 대한 수사가 급증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사건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검찰의 인지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438건이나 증가했다. 특정범죄가중법 위반(향정)과 위증 사건 수도 크게 늘었다.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될 처지에 놓였던 검찰은 그렇게 본연의 역할을 되찾아가고 있다.

◇文정부서 축소된 검찰 수사권…검수원복으로 되살려

전 정부와 민주당이 기치로 내건 ‘검찰 개혁’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020년 1월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개 범죄로 못 박은 데 이어, 작년 4~5월에는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부패와 경제 범죄로 대폭 축소했다. 그 결과 검찰이 마약 수출입 범죄만 수사할 수 있게 되면서 밀거래 현장에서 체포한 마약 투약자를 풀어주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 결과 문 전 대통령 임기였던 2017년~2022년 국내 마약사범 수는 그 전 5년과 비교해 30%나 늘었다. 청소년 마약사범 수는 304%나 폭증했다.

결국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법무부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복원)’이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위를 대폭 늘린 것이다. 법무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부패·경제범죄에 포함되는 범죄 유형을 확대했다. 예를 들어 직권남용죄는 공직자범죄로 분류됐지만, 시행령 개정안은 부패범죄에 넣는 식이었다.

당시 법무부의 검찰 수사권 복원은 ‘신의 한 수’로 평가됐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고 규정한다. 그런데 법무부는 국회 입법과정에서 포함된 ‘등’이라는 한 글자에 주목해 기존에 검찰이 수사할 수 없었던 마약 유통과 사기 범죄 등을 ‘중요 범죄’의 범주에 넣은 것이다.

법무부는 “현행 대통령령은 합리적 기준 없이 과도하게 수사 개시 범위를 제한했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정비한 것”이라며 “하나의 범죄가 여러 유형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어 기존에는 공직자범죄 등에 포함되더라도 부패·경제범죄에도 해당하는 범죄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뉴스1

◇금융·증권범죄합수부 정식 직제화…전담수사부도 부활

법무부는 전 정부에서 축소·폐지됐던 검찰의 직접 수사 부서를 되살리는데도 치중했다. 한동훈 장관은 취임 이튿날 서울남부지검에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부활시켰다. 추미애 전 장관에 의해 폐지된 지 2년 4개월 만이었다.

이외에도 법무부는 검찰청 조직개편을 통해 추 전 장관 시절 사라진 전담 수사 부서를 개편했다. 검찰의 인지 수사 기능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추 전 장관은 지난 2020년 1월 검찰의 직접 수사 부서 13개를 축소·조정해 그중 10개 부서를 형사부로, 나머지 3개 부를 공판부로 전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수사부서 4개가 2개로 축소됐으며 반부패수사3부는 형사부로, 4부는 공판부로 전환됐다.

최근에는 대검찰청 내 반부패강력부를 반부패부와 마약·조직범죄부로 분리해 마약 및 강력 범죄 전담 지휘 조직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 반부패강력부로 통합된 이후 약 5년 만에 조직이 다시 분리되는 것이다. 검찰은 또 전문화하는 금융·증권 범죄 대응 강화를 위해 남부지검에 설치한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정식 직제화한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를 신설하기로 했다.

검찰은 또 대검 내에 차장검사급 직책인 기획관 제도도 부활시키기로 했다. 반부패기획관, 공공수사기획관, 범죄정보기획관(범정) 등을 만들기로 했다. 그동안 이 자리는 선임연구관 등 비공식 직제로 운영됐다. 특히 반부패부의 경우 과거 수사기획관격인 반부패기획관이 정식 직제화되고, 반부패 1∼3과가 배치돼 과거 중앙수사부 시절 못지않은 진용을 갖추게 됐다.

범정이 부활하면서 그 밑에 범죄정보1담당관, 범죄정보2담당관을 두게 됐다. 문 정부가 범정을 축소·격하하며 남겨둔 조직인 범죄정보담당관은 폐지된다. 새 범정과 기존 범죄정보담당관은 다루는 정보 종류에 있어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범정은 ‘범죄 정보’ 전반에 대해 분석·관리를 하게 된다. 범정은 과거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렸던 조직이지만, 지금의 정보관리담당관은 범죄에 관한 ‘수사 정보’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전 정부에서 검찰권을 대폭 축소하면서 일선의 혼란과 더불어 범죄 대응 역량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왔다”며 “검찰 비대화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지만 수사권 복원과 이에 따른 조직 개편은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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