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조업 꼼짝마”...한번 뜨면 160km 해역이 해경 항공기 손바닥에

지홍구 기자(gigu@mk.co.kr) 2023. 5. 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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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불법조업 외국어선 단속훈련
첨단레이더로 100m 고도서 적발
김종욱 청장 “어민들 시름없도록
불법 조업 어선 엄정히 단속할것”
중국 어선 150척 이상 늘어나면
조업 동향 함정, ‘5척→7척’ 투입

“우리 어선 안전 등 특이사항 없습니까?”

9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대청도 서방 5해리 근방 서해특정해역 해상을 순찰하던 중부해양경찰청 항공대 소속 항공기(CN-235)에 김종욱 해양경찰청장 무전이 도착했다.

김민규 기장(경위)은 “중국어선 4척과 연합복합어선 10척, 닻자망 5척이 조업 중”이라면서 “현재까지 특이 사항은 없다”고 보고했다.

김 청장은 “안전 비행하고 특이사항 있으면 3008함으로 알려달라”고 지시했다.

바다 위 500m 상공을 비행하던 항공기는 고도를 100m 정도로 낮추고 서해특정해역 일대를 저인망식으로 훑기 시작했다.

고도의 해상 순찰 모드에 조성훈 부기장(경위)과 정창순 부기장(경위), 2명의 전탐사(김염광 경사·최진우 경장) 손길이 더욱 빨라졌다. 항공기의 눈 역할을 담당하는 전탐사 앞에는 반경 160km 까치 탐지가 가능한 레이더와 주야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HD급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플리어·FLIR) 장비가 있었다.

오전 10시 24분. 항공기 레이더에 수상한 어선 4척이 포착됐다. 전탐사가 플리어 줌 기능을 이용해 어선을 당겨 찍으니 한국 선박이 아니었다. 전탐사는 조업 기간이 아닌 해역에 외국 어선이 불법으로 침범해 조업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모든 상황을 녹화했다.

김 기장은 인근 해경 함정에 “어구를 끌고 있는 불법 조업 외국어선 4척을 발견해 채증을 완료했다”면서 단속 지원을 요청했다. 항공기로부터 단속 요청을 받은 함정과 헬기, 고속단정 등이 어선이 있는 곳으로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항공기는 불법 조업 외국 어선의 도주 경로를 선회하며 함정에 도주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경비함은 물대포, 헬기는 하강 풍(風)을 이용해 어선의 도주로를 차단했다.

어선이 주춤하는 사이 해상특수기동대원을 실은 고속 단정은 도주 어선을 빙그르르 돌며 ‘정선 명령’을 내렸다. 명령에 불응하자 특수기동대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어선에 탑승해 조타실을 장악하고 저항하는 선원을 제압했다. 불법 조업 어선 4척은 항공기에 최초 발각된 후 30분 만에 나포됐다.

해양경찰청이 서해 최북단 해양영토인 서해특정해역을 찾아 강도 높은 불법 외국 어선 단속훈련을 실시했다. 이 곳은 남북간 접경해역이란 지정학적 특성을 악용한 무허가 외국 어선이 밤낮으로 불법조업을 하고,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해역이다.

지난 1월 취임한 김종욱 청장이 가장 먼저 방문해 불법 조업 실태를 점검한 곳이기도 하다.

이날 해경은 함정 12척과 항공기 1대, 헬기 2대 등 가용 자원을 대거 동원해 불법 조업 외국 어선에 대한 강력한 단속 태세를 점검했다.

해상 훈련을 마친 김 청장은 대청도에서 만난 어민들에게 안전 조업을 당부하며 “불법 조업 외국 어선 때문에 우리 어민들이 시름하는 일이 없도록 엄정히 단속하겠다”고 했다.

해경에 따르면 서해 NLL 해역에서의 불법 조업은 중국어선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달에도 하루 평균 100여척이 출현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접경 해역 이란 지리적 특성을 악용해 고속보트를 이용해 게릴라식 조업을 하고, 흉기를 휘두르며 단속에 저항하는 등 날로 흉포화하고 있다. 해경은 올해 들어 서해 NLL에서 불법 조업을 일삼은 중국 어선 3척을 나포하고, 지난해에는 7척을 적발했다.

김 청장은 불법 조업 어선이 급증할 때를 대비해 단계별로 경비함을 추가로 배치, 초기 대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어선이 100척 이상 되면 조업 동향 함정을 기존 5척에서 6척으로, 150척 이상 되면 7척으로 늘리는 식이다. 우리 어민이 많이 거주하는 대청·연평도에 특수진압대를 추가 배치(2개팀 20명→3개팀 30명)하고, 시간당 70km 이동이 가능한 특수기동정(50t급)을 활용해 매복과 나포 작전 기동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첨단 장비로 광범위한 해역을 효율적으로 감시하는 항공대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포국제공항에 기지를 둔 중부해양경찰청 항공단 고정익 항공대는 매일 서해로 이동해 서해특정해역과 그 이남 해역을 3~5시간씩 순찰하고 있다. 지난달 1일 서해특정해역에서 적발한 불법 조업 낚시어선도 고정익 항공대가 최초로 발견해 단속이 이뤄졌다. 고정익 항공대는 불법 조업 어선 뿐만 아니라 어선 전복 등 사고와 인명 구조 업무도 함께 수행한다.

김염광 전탐사(경사)는 “순찰 중 발견된 불법 조업 어선이 합동 작전 하에 나포될 때마다 해양 경찰관으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어민 안전과 어족 자원 보호를 위해 한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민규 기장(경위)은 “불법 조업 외국 어선들로 인해 서해쪽 어족 자원이 씨가 마른다는 어민들의 하소연을 접할 때 마다 가슴이 아프다”면서 “비록 어민과 직접 대면하는 직업은 아니지만 숙명인 해양 주권 수호와 인명 구조에 빈틈이 없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경이 9일 오전 서해특정해역에서 불법 조업 외국어선 나포 훈련을 하고 있다. 지홍구기자
9일 오전 서해특정해역에서 중부해양경찰청 항공대 소속 전탐사인 김염광 경사(좌측)와 최진우 경장이 레이더와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해 불법 조업 어선을 탐지하고 있다. 지홍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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