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정선하라" 중국어선에 '섬광탄'·메탈톱으로 강제개방 진입

정진욱 기자 2023. 5. 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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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최북단 대청도 해역서 대규모 불법조업 어선 단속훈련
대청도 주민들 "중국 불법조업 어선 막은 해경 고맙다"
서해5도특별경비단 특수기동대 대원들이 9일 인천시 옹진군 대청도 일대에서 불법 외국어선 단속 훈련을 하고 있다. 이날 훈련은 함정 12척과 항공기 3대가 참여했다. 2023.5.9/뉴스1 정진욱 기자

(대청도=뉴스1) 정진욱 기자 = "우리 대한민국 해역을 침범했다. 정선하라."

9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대청도 서방 5해리. 해양경찰 함정과 항공, 단정은 해양경찰 AW-139항공기가 우리 해역을 침범한 불법조업 어선 채증을 마치고 나포작전 지원을 요청하자 파도를 가르며 일제히 기동했다.

불법조업을 하고 있던 어선 2척은 해양경찰이 다가오자 20노트(시속 40km/h)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불법조업 어선 나포작전을 총괄 지휘하는 3008함은 500톤 경비함정과 특수기동정에 무전을 보내 나포작전을 지시했다.

특수기동정 진압대와 경비함정 해상특수기동 대원들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불법조업 외국어선 나포를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특수기동정은 작전 시작 20초 만에 불법조업 외국어선에 근접했다. 특수기동정이 붙은 걸 알게 된 불법조업 어선들은 해경대원들의 등선을 방해하기 위해 지그재그로 운항하며 단속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특수기동정 진압대원들은 불법조업 외국어선 주변을 2바퀴 선회하며, 정선명령을 했다. 진압대원들이 불법조업 외국어선 주변을 선회한 이유는 해당 어선의 승선인원, 선박특성 및 등선 가능여부를 가늠하기 위해서다.

특수기동대원들이 불법조업 어선 단속을 위해 등선을 시도하고 있다. 2023.5.9/뉴스1 정진욱 기자

파도가 높게 일 경우 불법조업 외국 어선과 단정의 높이 차이가 크게 나 특수기동대원 등선시 위험할 수 있다. 이 순간이 특수기동대원들이 가장 긴장하는 순간이다. 자칫 잘못하면 해상으로 추락해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날 훈련에 임한 특수기동대원들은 정확한 등선시점에 맞춰 불법조업 외국어선에 올라탔으며, 선장이 있는 조타실과 기관실을 동시에 장악하기 위해 섬광탄을 이용해 이들의 도주 의지를 무력화했다.

불법조업 외국어선 선장실 문이 잠겨 있는 것을 확인한 특수기동대원들은 원형 메탈톱을 이용해 조타실 현관문 강제 개방을 시도했다.

해경이 지름 30cm 간격 삼각형 구멍을 내는 데 걸린 시간은 1분 30초, 특수기동대원들은 구멍에 손을 넣어 조타실 문을 개방하고 흉기를 휘두르며 강하게 저항한 선원들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특수기동대원들은 또 불법 조업선에서 총기나 흉기 등 위해물품을 검색한 뒤 마약류를 은닉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선장실이나 선원침실을 수색하며, 불법 외국어선 단속훈련을 마쳤다.

불법조업 외국어선 발견부터 나포까지 걸린 시간은 30분. 이처럼 해경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불법조업 어선이 NLL(북방한계선)을 넘어가면 단속이 어렵기 때문이다.

NLL을 넘어간 불법조업 어선은 다시 우리 해역을 넘어 조업을 하기 때문에 해경의 강력한 단속만이 우리 바다를 지킬 수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해역은 남북간 접경지역이라는 지정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무허가 외국어선 불법조업이 많은 곳이다. 아울러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서해5도특별경비단 특수기동대 대원들이 9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대청도 인근 해상에서 가상의 불법조업 외국어선 단속 훈련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2023.5.9/뉴스1

해경의 강력한 단속에도 NLL 불법조업 어선은 늘고 있어 지역주민들은 해경의 강력한 단속을 요구하고 있다.

해경청에 따르면 올해 4월 서해 NLL 인근 불법 외국어선 출현 건수는 14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보다 25건 많다.

올해 나포된 불법조업 어선은 29척(4월 기준)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42척이 나포됐는데, 올해 가을철 꽃게 성어기가 다가오면 불법조업 어선 나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해경대원들의 훈련 모습을 바라본 대청도 어민들은 기뻐했다.

배복봉 대청도 선주협회장은 "해경이 있어야 중국 불법조업을 막을 수 있다"며 "해경대원들이 대청도로 넘어오는 불법조업 어선을 강력히 단속해 최근 광어 어획량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번 훈련은 윤석열 정부 1주년을 맞아 해양경찰청 중점추진 과제인 '해양주권수호'의지를 다지기 위해 마련됐으며, 김종욱 해양경찰청장은 훈련 후 대청도 어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어민들의 고충을 청취했다.

gut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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