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여행] 할랄 음식, 미국식 바비큐, 튀르키예 디저트… ‘이태원 클라쓰’ 세계 음식
이태원은 조선 시대 지방에 파견되는 관리나 길손들이 숙식을 해결하던 역원(驛院)이 있던 곳이다. 조선 팔도 사람 다 모이던 곳이 이제 세계인의 명소가 됐다. 광복 이후 용산 미군기지가 터를 잡은 후 각국 대사관저가 속속 들어섰고, 다양한 국가에서 온 외국인이 거주하며 이곳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음식을 한곳에서 접할 수 있다는 건 한국인에게도 매력이다. 서울관광재단이 추천하는 이태원의 특색 있는 음식점을 소개한다.
녹사평역 육교 인근에 아랍 식당 ‘페트라’가 있다. 이태원에서 20년째 영업 중인 음식점으로 요르단 출신 사장이 운영한다. 중동에서도 레반트 지역(요르단·레바논·팔레스타인·시리아)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데 재료 생산에서 조리까지 이슬람 율법에 맞게 만든 할랄 음식만 취급한다.
인기 메뉴는 레반트식 앙트레(주요리 전 또는 두 가지 요리 사이에 제공되는 음식)다. 아랍식 빵인 피타를 한입 크기로 찢은 다음 병아리콩과 올리브유, 레몬즙을 갈아 만든 후무스 소스에 병아리콩을 다져 튀긴 팔라펠을 얹는다. 취향에 따라 마늘과 감자를 으깬 토메야 소스나 칠리소스를 첨가해도 되고 마지막에 타볼리 샐러드를 얹어 먹는다. 꼬치에 구운 고기를 밥 위에 얹은 레반트식 케밥도 인기다.
이태원 시장 근처의 ‘라이너스 바비큐’는 미국 남부식 바비큐 요리 전문점이다. 현지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사장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는 미국인과 교포, 진짜 미국 음식을 맛보고 싶은 한국인이 즐겨 찾는다. 풀드포크(Pulled Pork·훈제해 찢은 돼지고기)로 직접 햄버거를 만들어 먹는 플래터가 유명하다.
이태원 시장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퀴논(Quy Nhơn)길’이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한국군이 주둔한 지역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호이안처럼 은은한 등이 달려 있어 밤에 더욱 운치 있다.
퀴논길 주변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각국 음식점과 식료품점이 몰려 있어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태국 음식점 ‘쏭타이’와 중국식 만둣집 ‘쟈니덤플링’이 이름난 식당이다. 쏭타이는 루프톱과 독특한 인테리어로 눈길을 끈다. 함께 운영하는 바는 식당 대기 손님을 상대로 간단한 맥주나 음료를 판매한다. 가볍게 술만 즐기고 싶은 이들도 즐겨 찾는다. 쟈니덤플링은 한때 이태원에만 3개 지점을 보유할 정도로 유명한 만둣집이다. 번호로 주문을 하는데 1번 새우물만두, 2번 반달군만두, 3번 홍합만둣국이 가장 잘 팔리는 메뉴다.
베트남 식당 ‘플러스84’는 하롱베이 출신 사장이 운영하는 쌀국수 식당이다. 상호는 베트남 국가번호인 +84에서 따왔고 직원도 모두 베트남 출신이다. 이 식당은 베트남에서 공수한 생면 쌀국수와 베트남 고추로 만든 양념장을 사용한다. 바게트에 고기와 채소를 넣어 만든 반미는 베트남에서 가장 대중적인 아침 메뉴다. 플러스84의 반미는 불 맛이 배인 얇은 돼지고기를 사용한다.
퀴논길에서 앤티크가구거리로 가는 길에 뉴욕식 피자를 판매하는 ‘매덕스피자’가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보다 직접 먹어본 외국인과 한국 손님의 입소문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두툼한 도우와 한 조각만 먹어도 배부를 만큼 큰 것이 특징이다. 모차렐라치즈와 페퍼로니 등을 가득 넣어 베이킹오븐에 구워낸다.
이태원소방서 위쪽에는 튀르키예식 디저트 전문점 ‘케르반 베이커리&카페’가 있다. 이태원에서만 10년이 넘게 장사하고 있는 가게로 얇은 밀가루 반죽과 버터를 겹겹이 쌓아 구운 뒤 설탕 시럽을 얹어 마무리한 바클라바가 대표 메뉴다.
10·29 참사의 아픔이 남아 있는 해밀턴 호텔 뒷골목은 세계음식거리로 다양한 국적의 레스토랑과 바가 밀집해 있다. 참사 이후 상권을 되살리기 위해 세계음식거리 상인회를 결성한 고병철 사장이 스페인 식당 ‘타파스 바’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 메뉴는 감바스 알 아히요와 샹그리아. 저온의 올리브유에 마늘과 새우를 끓여 빵과 함께 먹는 감바스 알 아히요는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음식이다. 샹그리아는 레드와인과 각종 과일, 향신료를 함께 끓인 후 식혀서 시원하게 마시는 음료다. 때로는 레드와인 대신 화이트와인을 사용해 청량한 맛을 내기도 한다.
인근의 ‘브라이 리퍼블릭’은 2011년 문을 연 남아공 바비큐 전문 식당으로 대표 메뉴는 양갈비다. 예전에는 외국인과 한국인 손님 비율이 8대 2 정도였지만 현재는 한국인이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고기에 진심인 사람이 즐겨 찾는 곳으로 남아공식 미트플래터와 미트파이 등도 판매한다. 아마룰라 치즈케이크는 가장 남아공다운 디저트다. 아마룰라는 망고와 비슷한 과일인 마룰라로 만든 리큐르(알코올 음료), 아마룰라 치즈케이크는 이를 활용해 만든 디저트다.
서울가스트로투어(seoulgastrotour.com)에 문의하면 이태원의 여러 나라 음식을 한번에 맛볼 수 있다. 최소 2인 이상 참가 신청을 받아 약 3시간 동안 4, 5개 음식점의 대표 메뉴를 조금씩 맛보는 형식이다.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국을 하얗게"에 당한 한국계 부부, '이민가족의 꿈과 희망'으로 불렸다
- 김남국은 한탕 노린 '공격형 투자자'? 왜 하필 위믹스를...
- "체감온도 50도니까 외출 금지"...'괴물 폭염'에 실신한 아시아
- 여학생 4명 하의 벗고 운동하게 한 뒤 촬영까지...30대 태권도 관장 징역 6년
- 대통령실 출신 변호사, 대낮에 접촉사고 후 도주
- 한화 셋째 아들은 왜 홍콩으로 햄버거 유학 갔나
- 푸틴 "'진짜 전쟁' 벌어졌다"… 우크라 수도엔 '최대 규모' 드론 공격
- 尹 취임 1년 국정지지율 34.7%... 부정평가는 60% 육박
- 모텔 통째로 빌려 땅굴 파서 송유관 기름 훔치려다 덜미
- "아이 옷 바꾸려다"...미국 총기난사로 한인 세 가족 참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