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조국 상대로 진짜 전쟁 벌어져”…추가 동원령 나오나

전승기념식 연설서 ‘전쟁’으로 규정
“서방 엘리트의 목표, 우리 조국 패배”
추가 동원령 내릴 가능성도 배제 못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전승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전승기념식에서 “우리 조국을 상대로 진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전승기념식 연설에서 “러시아의 적들은 우리의 붕괴를 바란다. 그들은 우리나라를 파괴하려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특별군사작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전쟁’이라는 표현을 금기시해왔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2일 국무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목표는 가능한 한 빨리 이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고 말한 적은 있지만 전승기념식에서 ‘전쟁’으로 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방 측은 지난해 전승절을 앞두고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선포해 대대적 동원령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한 바 있다.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전쟁을 선포하면 대대적인 징집을 통해 부족한 병력을 충원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라인스카프라우다는 8일 우크라이나 남부의 러시아 점령지 마리우폴에서 징집절차가 시작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약 10분간 이어진 이날 연설에서 “우리조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전투는 언제나 애국적이고 성스러웠다”면서 붉은광장의 러시아군인들을 향해 “모두가 그대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국제 테러리즘을 물리쳤으며,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국민을 지키고 우리의 안보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명이 결정적인 전환점에 섰다.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우리도 평화와 자유, 안정의 미래를 바란다”고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소련 국민들이 나치 독일에 대한 승리에서 했던 역할을 기억한다”면서 “조국에 대한 사랑보다 강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누가 나치를 물리쳤는지 잊어버렸다”면서 “서방 엘리트들이 러시아에 대한 증오의 씨앗을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날 전승기념식에는 독립국가연합(CIS)의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벨라루스의 대통령과 아르메니아 총리가 참석했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과 함께 전승절 열병식을 참관하고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했다.

지난해 전승기념식에는 해외 정상들이 참석하지 않았다. 2021년 전승기념식에는 타지키스탄 대통령이 해외 정상으로서는 유일하게 참석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