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은 왜 레이더-초계기 갈등을 언급하지 않았나

유새슬 기자 2023. 5. 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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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입장 좁혀지지 않는 사안
굳이 부각할 필요 없다고 판단한듯
6월 한·일 국방장관 회담 가능성
“공동 대응 지침 정도는 나와야 실효적”
윤석열 대통령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란히 걷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정상이 ‘관계 개선을 통한 안보 협력’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가운데 정작 국방당국 간 협력의 주요 변수가 되어온 ‘레이더-초계기 갈등’은 언급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9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양국은 정상회담에서 다진 신뢰를 기반으로 실무 단계 협의를 통해 초계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 7일 정상회담 후 진행한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언론 기자는 “전 징용공(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레이더 조사(照射) 문제를 비롯한 양국 현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전달했나”라고 질문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폭넓은 분야에 관해서 흉금을 터놓고 의견 교환을 했다”고 답하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정상회담에서 초계기 갈등이 논의됐는지 여부에 대해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공동기자회견이 끝난 뒤 일본언론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레이더 조사(照射)에 대한 얘기도 있었다. 여러 현안에 대해 이번에 각각의 입장에서 서로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진 외교부 장관은 전날 YTN에 출연해 “제가 기억하는 한 독도나 초계기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화를 통해 다양한 이슈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나가자’는 정도의 원론적인 얘기가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계기 갈등은 2018년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대잠초계기 P-1이 우리 광개토대왕함을 향해 고도 150m 비행한 사건으로 촉발됐다. 일본은 한국 측이 먼저 사격통제 레이더를 쐈다고 주장했고 한국은 레이더를 쏘지 않았으며 오히려 초계기가 저공 위협 비행을 했다는 입장이다. 양국은 사건 당시 영상을 공개하면서까지 진실공방에 나섰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양국 국내 여론에도 큰 영향을 미친 이 사건은 국방당국 간 교류에 큰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양국 정부 입장은 지금까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일 정상이 초계기 갈등에 대한 직접 언급을 피한 것은 양국 관계 해빙 분위기에서 굳이 이견을 좁히기 힘든 사안을 부각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과거사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타협안을 발표하고 큰 외교적 성과라고 자평했다. 정부 관계자는 “레이더-초계기 갈등은 한·일 정상회담에서 정식 의제로 다뤄지기는 힘든 이슈였다. 정상들이 논의해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위에서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구체적인 해법은 실무진 단계에서 도출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오는 6월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한·일 국방장관이 회담을 한다면 레이더-초계기 갈등이 본격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달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정상이 진전된 군사협력안을 도출하면 한·일 국방장관은 그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싱가포르에서 마주앉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샹그릴라 대화에서 양국 국방장관 회담을 하면 2019년 11월 이후 약 3년6개월 만이 된다.

관건은 해법이 레이더-초계기 갈등의 재현 가능성을 얼마큼 차단할 수 있을지다. 최근 한·일 정부는 초계기 이슈에 대해 ‘신뢰’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정부가 바뀌거나 안보 상황이 변해도 적용될 수 있는 “단단하고 불가역적인” 재발방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양국이 합의한 공동 대응지침 정도는 나와야 실효적인 재발방지책으로 기능할 것”이라며 “해상초계기는 인근에서 호위기들이 같이 기동하는데 2018년과 비슷한 상황이 수위를 높여 반복될 경우 실제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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