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1년 사회] 첫 발만 뗀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野 철벽 반대에 갈길 ‘첩첩산중’
불법파업 조장하는 노란봉투법도 강행 처리 전망
연금개혁, 말로만 “필요하다”…정부에 책임 미뤄
학령인구 줄어도 예산은 증가하는 이상한 구조…野, 개편 반대
“기득권유지와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같이 말하며 3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1년간 3대 개혁은 첫 발 정도만 뗀 수준이다. 개혁을 하려면 대부분 입법이 필요한데,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하게 반대해서다. 윤 대통령도 9일 국무회의에서 “거야(巨野) 입법에 가로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던 점도 솔직히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결국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성공 여부는 내년 총선 결과에 달려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힘든 노동개혁…野, 대놓고 노조 ‘불법파업’ 조장법 추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의 핵심은 ‘노사 법치주의’ 확립이다. 노조와 회사 모두 법과 원칙을 지키며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불법적인 파업을 벌이지 않고, 회사도 근로자에게 ‘공짜 야근’이나 ‘갑질’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다.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 강화도 이 같은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추진됐다. 정부는 노동조합법에 따라 조합원 1000명 이상인 노조 334곳에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을 비치·보존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증빙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으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산하 노조에 거부하는 지침을 내렸고, 51곳은 끝까지 자료를 내지 않았다. 양대노총은 정부의 현장조사도 막았다.
민주당은 한국노총과 손잡고 정부가 노조에 회계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없도록 아예 노조법을 고치겠다고 했다. 한국노총 출신인 이수진(비례) 의원은 노조법의 관련 근거 규정을 삭제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불법파업을 조장할 것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른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하청업체 근로자가 원청업체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벌일 수 있도록 하고, 불법 파업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곧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뒤 표결을 강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지난 3월 내놓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은 주52시간제의 틀은 유지하면서 근로시간 관리단위를 확대하고, 실근로시간은 줄인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주 최대 69시간’이라는 야권의 공세에 좌초됐고, 정부는 새로운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
◇연금개혁, 필요하다고 말은 하지만…국회, 손 놓고 정부에 미뤄
국민연금 기금은 현재 흑자가 계속되고 있지만, 앞으로 18년 후인 2041년까지만 흑자가 유지된다. 그로부터 불과 14년 뒤인 2055년에는 기금이 고갈된다. 쌓아 둔 기금을 다 써버린 뒤에도 정부는 계속 연금을 지급한다. 그 뒤에는 일을 하는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낸 돈으로 노인들을 부양해야 한다.
연금 역사가 오래된 선진국은 대부분 이 ‘부과식’으로 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한국은 저출산이 세계 최악 수준이라는 게 문제다. 초저출산이 계속되면 2070년에는 버는 돈의 42%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야 한다. 연금개혁은 보험료를 올려 현행 ‘적립식’ 구조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국민연금(노령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을 65세보다 높이거나, 국민연금에 65세까지 의무 가입하게 해 보험료를 더 긴 시간 내게 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는 시점은 이미 나와 있기 때문에, 연금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여야가 뜻을 같이한다. 그러나 준조세인 연금을 더 내라는 게 핵심이기 때문에 연금개혁을 추진하면 국민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게 된다. 연금개혁을 밀어붙이자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프랑스가 대표적 사례다.
이 때문에 국회는 사실상 눈치만 보는 모습을 보였다. 당초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개혁안을 내놓으면, 정부는 국민 의견을 수렴해 오는 10월 정부안을 수립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었다. 국회 여야가 추천한 전문가들은 의견을 모으지 못했고, 국회 연금특위는 ‘공적연금 구조개혁부터 다시 논의한다’며 사실상 정부에 연금개혁안 마련을 떠넘겼다.
◇초중고는 예산 남아돌고 대학은 재정난에 교육 부실화…임시방편 ‘반쪽’ 개혁
윤석열 정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유보통합과 초등학교에서 아침 7시부터 밤 8시까지 학생에게 돌봄과 방과 후 교육을 제공하는 늘봄학교, 디지털 전환 등의 교육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유보통합은 학령인구 자체가 줄면서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반발이 덜하다.
내국세에 연동되어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구조를 고치는 과제는 미완이다. 국민들이 납부하는 내국세수 중 20.79%가 유치원과 초·중·고 교육에 쓰이는 교육교부금으로 자동 배정된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세수도 늘어 교육교부금도 증가하는데, 이 돈을 써야 할 학령인구는 저출산 현상으로 감소해 문제가 됐다. 이런 구조 때문에 초·중·고에 쓸 돈은 넘쳐나는데, 정부가 대학교육에 쓸 예산은 부족하다는 문제도 있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학령인구 감소를 반영해 내국세 20.79%를 교육교부금으로 자동으로 배정하는 방식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초·중등 교육에 쓸 예산을 줄이지 말고, 별도 재원을 마련해 고등교육을 지원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었다.
정부는 대안으로 교육교부금 중 일부를 활용해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했다. 당초 정부안은 특별회계에 교육세가 3조원 전입되는 내용이었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절반 수준인 1조5200억원으로 줄었다. 또 특별회계는 3년 한시로 설치됐다.
윤석열 정부는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지방선거에서 각 정당의 시·도지사 후보와 교육감 후보가 러닝메이트를 이뤄 출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역시 민주당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이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똑똑한 증여] “돌아가신 아버지 채무 6억”… 3개월 내 ‘이것’ 안 하면 빚더미
- 신익현號 LIG넥스원, 투자 속도… 생산·R&D 잇단 확장
- TSMC, 내년 역대 최대 설비투자 전망… 53조원 쏟아부어 삼성전자와 격차 벌린다
- 국민주의 배신… 삼성전자 미보유자 수익률이 보유자의 3배
- 특급호텔 멤버십 힘주는데... 한화, 객실 줄인 더플라자 유료 멤버십도 폐지
- “진짜 겨울은 내년”… 세계 반도체 장비 공룡들, 대중 반도체 제재에 직격타
- 오세훈의 ‘미리 내 집’ 경쟁률 50대 1 넘어… 내년 ‘청담르엘·잠래아’ 등 3500가구 공급
- 中 5세대 스텔스 전투기 공개… 韓 ‘보라매’와 맞붙는다
- 배터리 열폭주 막을 열쇠, 부부 교수 손에 달렸다
- '첨단 반도체 자립' 갈망하는 中, 12인치 웨이퍼 시설 설립에 6조원 투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