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B의 韓 최고위직 엄우종 사무총장 “내 성공 비결은 소통, 호기심, 리더십”
“국제기구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한국의 위상’이 얼마나 변했는지 정말 실감합니다. 밖에서 보면 보입니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외국 손님들이 와이파이 잘 터지는 지하철, 깨끗한 빌딩이 빼곡한 송도의 풍경을 보고 ‘미라클(기적)’이라고 한마디씩 하더군요.”
아시아개발은행(ADB) 최고위급 한국인 인사인 엄우종(59) 사무총장은 5일 ADB 연차총회가 열린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ADB 도움으로 경인고속도로를 깔았던 나라가, 이제는 전 세계에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나라로 탈바꿈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엄 사무총장은 지난 2021년 ADB 사무총장에 올랐다. 사무총장은 총재·부총재와 함께 6인의 경영진 회의의 참석하는 최고위 핵심 보직. 한국인이 ADB 최고위급에 진출한 것은 2006년 이영회 전 사무총장 이후 15년 만이다.
특히 이번엔 한국이 코로나 이후 첫 전면 ADB 연차총회를 열면서 지역 내 한국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ADB 주최국(한국) 행사에서 한국의 스마트시티, 친환경 에너지, 미래 모빌리티에 이어 디지털 금융 기술까지 선보이자 다들 깜짝 놀랐어요.” 그는 “한국이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한 과거의 개발 경험을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디지털 중심의 ‘미래 희망’까지 보여주는 나라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했다.
ADB는 아시아와 태평양 인근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협력을 촉진할 목적으로 1966년 창립됐고, 한국은 ‘원조를 받는 나라’로 처음 가입했다. 그러다 1988년 수혜국 지위를 졸업하고, 35주년을 맞아 연차 총회를 유치해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나라로 성장했다.
엄 사무총장은 이번에 한국과 ADB가 기후기술허브(K-Hub)를 설립하기로 합의한 것은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라고 소개했다. 한국의 스마트 그리드나 전기차 등의 선진 기술을 개도국에 소개하면 ADB와 개도국에만 이로운 게 아니라, 이 같은 기술을 지닌 한국 기업들의 시장도 넓힐 수 있어 일거양득이란 설명이다.
엄 사무총장은 1993년 ADB에 입행해 21년 만에 ADB 최연소 국장에 오르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는 정글 같은 국제기구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세 가지였다고 소개했다. 우선은 ‘소통’ 능력이다. 그는 “국제기구에선 영어로 여러 문화적 배경을 가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능력이 필수”라고 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호기심’이라고 했다. 예컨대 “도로 설계 업무를 맡았다면 이 업무의 재원은 어디에서 오고,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탄소 감축 효과는 어떻게 낼 수 있을까 등 끊임없이 궁금해해야 한다”는 것. 그는 “자기 분야 외에 다른 분야까지 이해해야 외골수로 남지 않고 여러 업무를 이해하는 직급에 오를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은 리더십. “직원들과 일할 때 왜 우리 일이 중요한지 끊임없이 상기시켜주고, 동기부여를 해줘야 합니다. 그게 바로 일터에서의 리더십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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