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원순 미화 다큐 논란…김재련 “그들이 믿는 ‘우상’ 필요한 건가” 분노

권준영 2023. 5. 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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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원순 성폭력 피해자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 “2차 가해 중단 위한 단호한 동참 필요”
“대한민국 떠들썩하게 한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살펴보면 좋겠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피해자를 지원한 변호사에 대한 2차 가해가 끊임없어”
“누가 선뜻 성폭력 피해자 대리할 수 있겠나…피해자는 가해자 잘못에 대한 법적 판단 구하는 사람”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왼쪽)과 김재련 변호사. <디지털타임스 DB, 연합뉴스>
김재련 변호사. <디지털타임스 DB>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옹호하는 취지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오는 7월 개봉될 예정인 가운데, 피해 여성을 향한 '2차 가해'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2차 가해 중단을 위한 단호한 동참이 필요하다"면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살펴보면 좋겠다"고 분노를 표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9일 입장문을 내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피해자를 지원한 변호사에 대한 2차 가해가 끊임없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누가 감히 권력자의 성폭력을 고발할 수 있을 것이며, 누가 선뜻 피해자를 대리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자는 가해자의 잘못에 대한 법적 판단을 구하는 사람"이라며 "그런데 가해자가 엄청난 지지자들을 둔 권력자였을 경우 가해자를 두둔하는 지지자들에 의한 2차 가해는 마치 두더지 게임에서 끊임없이 튀어올라오는 두더지 머리통 같다"고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이어 "피해자 1명이 수없는 두더지들과 싸우도록 하면 어찌 되겠나.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피해자가 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목소리를 낸 이후 2차 가해에 맞서는 것은 피해자가 아닌 우리 공동체 구성원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피해자 대신 목소리 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믿음의 영역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라면서 "그들에게는 그들이 믿는 우상이 필요한 것이지, 사실이 무엇인지, 진실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실은 존재하는 것이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사실 또한 그들의 믿음을 토대로 만들어 버린다"고 박 전 시장을 미화하는 다큐 영화 제작 움직임을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공동체 시민들의 침묵은 2차 가해 행위자들이 무럭무럭 자라게 하는 토양이 된다. 2차 가해가 무럭무럭 자라도록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줄 것인지, '그것은 잘못된 행동이야', '멈추는 것이 좋겠어'라는 동참으로 2차가해의 자양분이 되는 토양을 없앨 것인지"라며 "그 선택은 보통의 상식을 가진 우리들의 용기와 실천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피해자를 위한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선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가해자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판단했다"며 "수사기관은 강제추행 등의 범행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했는데 그 이유는 가해자의 사망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행정법원은 국가인권위 결정이 정당했음을 인정하면서 가해자의 죽음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판단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가해자를 믿는다고 외치는 사람들. 그들의 믿음을 강화시키는 밑거름은 뭘까. 피해자를 위한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해자가 사망했지만 가해자의 핸드폰을 포렌식 하여 음란성 문자들을 복구해서 범행 사실은 사실대로 규명했어야 했다"며 "포렌식을 요청하는 피해자의 요청을 묵살하고 수사기관은 유족에게 봉인된 가해자의 핸드폰을 고스란히 돌려줬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핸드폰 비밀번호를 정확히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라고 박 전 시장이 사망한 뒤 고인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이어 "피해자의 손편지를 악의적으로 SNS에 공개한 대학 교수였던 자의 범죄 사실에 대해 1심 형사법원은 유죄 판결을 하면서도 집행유예의 관대한 처벌을 내렸다"며 "피해자에게 사과 한 마디 전하지 않았고, 범행 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을 사법기관이 용서해 준 것이다. 1심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이 사람은 항소심에 자신의 범행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가명으로 조사받은 피해자를 '잡초'라고 칭하며 조롱하기를 반복한 유족 측 대리인이었던 현직 변호사에 대한 고소 사건은 경찰로부터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이후 1년이 넘게 검찰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피해자는 단 한 명이다. 가해자는 1명으로 시작했으나, 무수한 지지자들이 2열, 3열, 4열…순서를 기다리며 피해자와의 싸움을 준비한다. 누군들 살아남을 수 있겠나"라면서 "이런 광경을 보고 누가 위력 성폭력 피해를 드러낼 수 있겠나. 이 모든 것이 피해자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인가"라고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쏠리는 상황에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또 그는 "가해자를 지지하는 자들이 보이고 있는 수년간에 걸친 일련의 행태는 피해자의 회복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2차 가해행위들"이라면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서는 2차 피해가 발생한 경우 국가, 지자체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적극적 의무를 취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두고 있다"고 짚었다.

끝으로 김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묻지 말고 2차 피해 방지 의무를 취할 법적 의무가 있는 관계 기관에 물어주기 바란다. 피해자를 위한 국가가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며 "피해자를 위해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피해자를 위한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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