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국가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상민 책임 어디까지

송주원 2023. 5. 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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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행안부 장관 탄핵심판 본격화
"국민 보호 의무 위반" vs "강제 해소가 기본권 침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사건 첫 변론에 출석했다. /뉴시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국회가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헌법상 국민 보호 의무를 저버려 "헌법 국가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라며 파면을 촉구했다. 이 장관 측은 군중의 자유로운 밀집을 강제 해소하는 것이 오히려 국민 기본권 침해라고 맞섰다.

헌재는 9일 오후 대심판정에서 이 장관 탄핵 심판 사건 첫 변론기일을 열고 탄핵 심판 청구인 국회 소추위원과 심판 당사자 이 장관을 불러 양측의 의견을 들었다.

국회 측은 "우리 헌법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무를 규정하고, 재난안전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과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라며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는 재난 발생 시 초동 조치 및 지휘 등의 업무 수행을 위해 상시 재난안전상황실을 설치·운영할 의무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는) 헌법이 예정한 국가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국회 측 대리인은 "성실 의무는 공무원에게 부과된 가장 기본적인 의무로 국민의 봉사자로서 전인격과 양심을 바쳐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의무"라며 "이 장관은 사전 예방 의무와 사후 대응 의무를 위반하는 등 현저하게 불성실했고 중대한 결과를 가져왔다"라고 설명했다.

사전 예방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매년 정해진 날, 매년 정해진 장소에서 개최되는 핼러윈 축제와 관련한 어떤 위기 징후를 파악하거나 대비하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이날 국회 측에 따르면, 이태원을 담당하는 서울 용산경찰서는 참사 이틀 전 △코로나19 규제 완화로 인한 축제 열기 고조 △'핼러윈', '이태원' 검색량 폭증 △약 10만 명 인원 모일 것으로 예상 △시민 불편 가중 등 상황을 예측했다. 행정안전부에서도 2005년 상주 압사 사고, 2015년 메카 성지순례자 충돌 사고, 2022년 인도네시아 경기장 압사 사고 등 국내외 각종 압사 사고 사례를 정리해 왔다.

사후 대응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참사 직후 85분 동안 한 차례 비서관에게 전화해 현장 방문을 제안했을 뿐 아무런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참사 당일인 지난해 10월 29일 오후 11시 20분 처음으로 보고받았고, 다음 날 밤 12시 45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국회 측 대리인은 "이 장관은 대통령보다 참사 사실을 늦게 인지했고 운전기사가 올 때까지 85분 동안 자택에서 기다리며 시간을 허비했다. 이 85분 동안 아무런 직무도 수행하지 않았다"라며 "이 장관이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전 국민의 봉사자로서 전인격과 양심을 바쳐 직무를 수행했다고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해 12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기관 보고에서 '85분 지각' 지적을 받고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시간이었다"고 해명해 논란을 키웠다. 국회 측 대리인은 이런 부적절한 해명을 놓고 공무원의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대리인은 "이 장관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경찰이나 소방청에 책임을 전가하는 언행을 하는 등 참사 발생 직후부터 참사를 수습하고 애도하는 기간,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기간 전반에 걸쳐 부적절하고 섣부른 언행으로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이 일로 단 한 차례의 수사나 조사를 받지 않았고, 공무원으로서 징계대상자도 아니다. 여기에 바로 이 장관의 탄핵이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며 파면을 촉구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 /이새롬 기자

이 장관 측은 자발적 의사에 따라 군중이 밀집한 점을 들어 사전 예방 조치는 더 큰 혼란을 야기했을 것이라고 맞섰다. 이 장관 측 대리인은 "이태원 참사는 수많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모여 즐기다가 좁고 경사진 골목에 지나치게 많은 군중이 밀집해 발생한 참사"라며 "재난안전법상 군중 밀집은 재난 자체로 인식되지 않고, 실제로 참사가 발생한 뒤에야 재난으로 인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군중 밀집 자체는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행복추구권의 한 형태로 특별히 문제로 삼을 수 없다"며 "대규모 밀집은 압사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만으로 강제로 군중 밀집을 해소하는 건 안전 조치라 해도 국민 기본권 침해로 직결될 위험이 있다"고 반박했다.

사후 대응에 대해서도 "최초 사고 3시간 35분 만에, 사망자 최초 확인 1시간 30여 분 만에 재난을 관리할 주관기관이 정해졌고 그로부터 40분 후 중앙안전재난안전대책본부가 설치 및 운영됐다"며 "(대응이) 늦었다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난 현장 관리는 경찰청과 소방청의 소관 업무라고도 주장했다. 대리인은 "경찰청과 소방청은 정부조직법상 행정안전부 소속청이지만, 행정기관장은 중요 정책 수립에 대해서만 소속청의 장을 지휘할 수 있을 뿐 그 밖에는 경찰·소방청장의 직접 지휘·통제·감독을 허용한다"며 "법무부장관이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과 대비된다"라고 강조했다.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는 "골든타임 발언의 경우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그 발언 직후 성급한 발언이었다고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고 거듭 해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소속 의원 176명은 이태원 참사 당시 이 장관이 재난 예방 및 대응과 관련해 헌법과 재난안전법,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며 지난 2월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현행법상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 국회는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국회는 이 장관이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해 재난 예방 대책을 수립·시행해야 하는데도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재난안전법상 사전재난예방 조치의무를 위반하고, 헌법상 국가의 기본적 인권 보장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와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유도 들었다.

변론을 거친 뒤 헌법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출석해 6명 이상이 동의하면 파면이 결정된다. 파면 선고 후 5년 동안 공무원이 될 수 없다.

2차 변론기일은 5월 23일 오후 2시, 3차는 6월 13일 오후 2시 열리며 증인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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