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훔친 초등생들, 얼굴 방 붙인 무인점포 사장
“1차 절도 4/22(금) 오후 16:43 아이스가이 피치 4개, 미니멜츠 초코 2개, 청포도 1개, 딸기 1개 훔쳐감. 총합: 1만6000원.”
광주광역시의 한 초등학교 인근의 한 가게 출입문에는 이런 내용이 담긴 방이 붙어 있다. 학교와 학년까지 특정해 모자이크한 여아 얼굴 사진도 함께 내걸렸다. 아이스크림을 훔쳐 먹은 초등학생을 잡겠다며 무인점포 사장이 내건 것이다.
방을 내건 주인은 이 건과 관련해 경찰에 별도 신고는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겠다는 일종의 ‘사적(私的) 보복’을 택한 것인데, 일대 주민 사이에서는 이런 방법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9일 광주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시내 모 초등학교 인근 한 아파트단지의 아이스크림 무인점포에는 지난달 말부터 모자이크한 초등학생 여아 2명의 사진과 함께 ‘범죄사실’을 적시한 게시물이 내걸렸다. 방에 내걸린 학생들은 서광초 3학년과 1학년에 다니는 것으로 특정됐다. 이름도 마지막 음절만 빼고 그대로 밝혔다.
게시물에 따르면, 두 학생은 지난 22일 두 차례 이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훔쳤다. 오후 4시43분에 1만6000원어치 아이스크림을 각각 훔쳤고, 오후 6시53분에는 구슬아이스크림과 탕후루 딸기, 탕후루샤인머스캣 등 도합 1만2200원어치 제품을 훔쳤다. 두 번째 절도 행각 때 현장에서 주인에게 적발됐다고 한다.
두 학생 얼굴 사진은 6장이 붙었고, 이 외에도 ‘CCTV 상시 확인 중’ ‘물건 절도 적발시 50배 변상’ ‘즉시 경찰서 연행’ ‘절대 선처 및 용서 없음’ ‘다 확인하고 있음’ 같은 문구가 적힌 게시물도 내걸렸다. 방을 단 무인점포 주인은 아이들 부모와 변상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이런 경고문을 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주민들은 무인점포 점주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이런 조치는 과하다고 지적한다. 같은 상가에 입주해 있는 A씨는 “점포주는 자꾸 로스(손실)가 나는 것에 대해 분명히 짜증이 나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조금 안타깝다. ‘(점주의) 인성이 왜 저래’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어린아이들이고, 가르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도가 지나치다” “내가 부모였으면 화났을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게시물에서 밝힌 절도 행각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형사적 처벌은 사실상 어렵다. 이들이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이면 촉법소년(觸法少年)으로 형벌을 받지 않는다. 사회봉사 등 보호 처분이 내려진다. 만 10세 미만일 경우에는 ‘범법소년’으로 따로 분류돼 보호 처분도 면제된다. 문제의 방에서 아이들 나이는 초등학교 3학년, 1학년생으로 나온다.
광주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해당 건과 관련해 경찰에 절도 접수가 된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절도 자체가 친고죄나 반의사 불벌죄는 아니지만, 방에 내걸린 이 내용만으로 미뤄봤을 때 경찰이 먼저 나서서 조사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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