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가 귀찮아’...교통사고 수사기록 조작한 제주경찰, 징역형
사람이 다친 교통사고 10여 건을 물적 피해만 있는 것처럼 교통사고 수사 기록을 조작했다가 적발된 제주의 한 경찰관이 징역형을 받았다.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오창훈 부장판사)는 공전자기록등위작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집행유예 3년을 받은 서귀포경찰서 소속 A 경장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9일 밝혔다. A 경장은 서귀포경찰서 교통사고조사팀에 근무한 2020년 5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11개월 동안 14건(중상 4명·경상 10명)의 인적 피해 사고를 물적 피해 사고로 조작한 혐의다.
사람들이 다친 ‘인피(人被) 사건’은 경찰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관련자 조사 내용 등이 포함된 사건기록을 만들고 결재권자의 결재를 받아 송치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A 경장은 사무실 컴퓨터를 이용해 수사보고서 피해사항에 ‘인적 피해 없음’이라고 작성했다.
사고처리 내용에도 ‘인적 피해가 없어 물적 피해 사고로 종결하겠다’고 허위 기재했다. A 경장은 또 조작한 수사보고서를 종결 처리하기 위해 교통경찰업무관리시스템(TCS)에 접속해 허위 정보가 입력된 전자기록을 만들고 이를 팀장과 과장에게 전송해 사건을 처리했다.
특히 A 경장이 조작한 수사기록 중 3건은 무보험이거나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사건이었다. 어린이 교통사고도 있었다.
제주경찰청은 이 같은 사실을 자체 인지해 감찰에 나섰고, 결국 기록 조작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뒤늦게나마 A 경장이 조작한 사건을 재수사해 교통사고 가해자들을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경장은 자신의 업무 처리를 편하게 하기 위해 수사기록을 조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감찰 결과 범행이 발각되지 않았다면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경찰 조사조차 받지 않았을 것이다.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손상돼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경찰은 사건 직후 A 경장의 직위를 해제했다. 아울러 징계위원회를 열어 정직 1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징역형이 확정되면 A 경장은 경찰공무원법에 따라 퇴직 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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