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문제 퇴행 장면 연속으로 보여줬던 '윤석열 시대' 1년

정철운 기자 2023. 5. 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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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1년 언론계엔 무슨 일이]MBC는 전용기 탑승 불허, KBS는 수신료 분리징수 흔들기, YTN은 민영화 작업, TBS는 고사 직전…법무부 장관은 이해충돌 우려에도 형사 고소, 문체부는 "가짜뉴스 퇴치 전면 강화"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지난해 6월 나토(NATO) 정상회담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전용기 안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대통령실

2022년 5월11일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 첫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을 가졌다.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을 '용산 시대' 대국민 소통의 상징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그해 11월21일 61회를 끝으로 도어스테핑을 중단했다. 11월18일 대통령실 비서관과 MBC 기자 간 설전이 벌어지고, MBC가 20일 밤 <스트레이트>에서 '천공은 누구인가'를 방송한 직후였다. 2023년 1월2일 윤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 대신 조선일보와 신년 인터뷰를 가졌다. 10일은 취임 1주년이지만 역시 기자회견은 없다. 신년 기자회견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모두 건너뛴 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유일했다.

윤 대통령은 초대 대변인에 강인선 전 조선일보 기자, 부대변인에 이재명 전 동아일보 기자, 국정홍보비서관에 강훈 전 조선일보 기자(법조팀장 출신), 홍보수석에 최영범 전 SBS 보도본부장을 임명했다.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는 '특수통' 전설 이종남 검찰총장 조카 박보균 전 중앙일보 편집인을 임명했다. 5월27일엔 이명박정부 '언론장악' 핵심 인사로 꼽혔던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전 동아일보 기자)을 대통령특보(장관급)로 임명했다. 8월21일엔 이명박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 김은혜 전 국민의힘 의원(전 MBC기자)을 홍보수석에 임명했다. MB정부 홍보라인의 '부활'이었다.

▲그래픽=안혜나 기자.
▲그래픽=안혜나 기자.

방통위는 지난 1년이 고난의 연속이었다. 6월17일 윤 대통령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향해 “(국무회의에) 굳이 올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말해 전임 정부가 임명한 장관급 인사의 거취를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7월25일 감사원은 방송통신위원회 감사에 돌입했다. 내부 직원들을 상대로 유례없는 하드디스크 포렌식까지 진행했고, 검찰은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점수 조작 의혹이 있다며 9월23일 방통위 직원들과 민간인 심사위원들을 상대로 초유의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듬해 2월20일엔 방통위 국장을, 3월8일엔 심사위원장이었던 현직 교수를 차례로 구속 기소했다.

이런 가운데 TV조선은 3월21일 역대 최고점으로 조건부 없이 방통위로부터 4년 재승인을 받았다. 다음날인 3월22일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14시간 검찰 조사를 받았고 3월29일 법원은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그리고 5월2일 검찰은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1년간 방통위를 둘러싼 전방위 압박의 목표는 한 위원장의 자진 사퇴였다.

지난 1년간 MBC는 정부여당과 대척점에 있는 상징적 언론사였다. 2022년 7월5일 <대통령 나토(NATO) 순방에 민간인 동행...1호기까지 탑승?> MBC 단독보도로 현 정부는 비선 논란에 휩싸이며 큰 타격을 받았다. 이후 8월22일 서울고등검찰청은 2020년 3월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보도로 채널A 기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방해를 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해 무혐의를 받은 MBC 기자들을 재수사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9월22일, MBC를 비롯해 100여 곳이 넘는 언론사가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대통령 발언을 보도했다. 발언 15시간 만에 가진 브리핑에서 김은혜 홍보수석은 대통령 발언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해명했다. 첫 보도를 했던 MBC뉴스 유튜브채널 영상은 조회수 619만회(9일 현재)를 기록했다. 9월26일 대통령실은 MBC에 “발음을 특정한 근거”를 묻는 질의서를 보내 보도 경위를 추궁했다. 9월28일엔 국민의힘 국회의원 10여명은 MBC를 항의방문했고, 9월29일 국민의힘은 MBC 사장 등 보도 관계자 4명을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발했다.

▲지난해 11월11일 해외순방길에 오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10월26일 고용노동부는 MBC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다. 11월9일엔 대통령실에서 “편파 방송에 대한 시정조치가 없다”며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 불가를 통보했다. 11월11일엔 국세청이 MBC에 520억원 추징금 부과를 통보했다. 11월17일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MBC 광고 제품 불매 운동”을 언급하며 광고주들을 압박했다. MBC를 본보기 삼아 언론을 통제하겠다는 정치권력의 의도가 담긴 일련의 장면들이었다.

11월18일 윤 대통령은 MBC 기자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를 두고 “헌법수호의 일환”이라고 밝혀 논란은 더 거세졌다. 이후 11월23일 국경없는기자회가 윤 대통령을 향해 “MBC 전용기 탑승 불허 철회”를 요구했고, 12월5일 한 번 더 성명을 내고 “MBC를 향한 공세와 차별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이듬해인 1월12일 대통령실이 “통 크게 결정했다”며 MBC 기자를 전용기에 태웠다.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은 지난 1년이 수난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8월29일 서울시는 TBS 출연금으로 전년 대비 88억원 감액한 232억원을 편성했다. 법적으로 상업광고가 금지된 상황에서 재원의 70%를 차지하던 출연금 감액은 사실상의 사망선고였다. 11월15일엔 TBS에 서울시 지원금을 없애는 'TBS 조례 폐지 조례안'이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2월30일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TBS 주요 시사프로그램들은 마지막 방송을 내보내고 편성표에서 사라졌다.

여권은 지난해 7월14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KBS라디오에 출연해 “KBSMBC는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좌지우지한다”고 말한 것을 신호탄으로 공영방송 흔들기를 본격화했다. 감사원은 9월14일 KBS 감사에 돌입했고, 3월9일 대통령실은 '국민제안'을 통해 KBS 수신료 전기요금 분리 징수 여론 수렴을 시작했다. 5월1일 감사원은 KBS 감사를 세 번이나 연장한 끝에 '청구항목 위법 없음' 판단을 내렸다. 지난해 10월11일 한전KDN 사장은 국정감사에서 YTN 주식 21.43%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후 YTN 지분 9.52%를 가진 마사회까지 매각을 공식화하며 공공기관의 지분매각에 의한 YTN 민영화 작업이 시작됐다. 정부의 매각 명분은 '공공기관 자산 효율화'가 사실상 전부였다. 당장 YTN을 압박하기 위한 졸속 매각이란 비판이 나왔다.

지난해 9월3일 윤 대통령은 방송의날 행사에 불참했고 축사도 없었다. 이를 두고 KBS MBC YTN TBS 등을 향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이던 4월6일 신문의날 행사에는 참석했다. 그리고 12월12일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창립준비위 축사에서 KBS·MBC 이사진을 가리켜 “KBS 7대4, (우리가) 여당 7 하나도 못 먹고 있다. MBC 6대3, (여당 몫) 하나도 못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사진을 장악해 공영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비판이 거셌다.

퇴행의 장면은 또 있었다. 지난해 8월25일 경찰은 “대선후보 검증을 빌미로 악의적 방송”에 나섰다며 더탐사를 압수수색했다. 9월28일 한동훈 법무부장관측은 더탐사 취재진을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12월2일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이해충돌 우려에도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더탐사 취재진을 형사 고소했다. 12월7일 경찰은 한동훈 법무부장관 주거침입 혐의로 더탐사를 압수수색했다. 12월29일 법원은 검찰의 더탐사 기자·PD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고, 올해 2월22일에는 더탐사 기자의 두 번째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지난해 11월18일 대검찰청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기자실 기자회견'을 요청하자 출입구를 봉쇄했다. 이에 기자실 기자회견을 받아들였던 검찰 기자단이 반발했다. 2월3일 대통령실은 '천공 관저 이전 개입' 의혹을 보도한 뉴스토마토와 한국일보 기자를 형사 고발했다. 지난 2월15일 법원은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동부산업 대표를 취재했던 UPI뉴스 기자들에게 주거침입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4일 고교생이 그린 '윤석열차'를 전시한 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경고” 조치했던 문체부는 이듬해 4월20일 “가짜뉴스 퇴치 전면 강화”를 언급하며 범정부적 대응을 예고했고, 언론재단은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만들었다. 4월12일 언론재단은 '윤 대통령 일장기 경례' 오보를 낸 KBS 기자의 해외 연수를 취소하는 유례없는 결정에 나서며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같은날 검찰은 최승호·박성제 전 MBC 사장 등을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12월19일 “한미동맹을 위태롭게 했다”며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소송은 5월 중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국민도 언론계의 퇴행을 인식하고 있다. 경향신문 새해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자유가 축소된 분야'로 응답자의 71.5%가 '언론'을 꼽았다. 뉴스토마토의 2월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9.3%가 현 정부 들어 '언론자유가 후퇴했다'고 답했다. 5월3일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도 한국은 47위로 전년(43위)보다 하락했다.

그럼에도 지난 1년 동안 퇴행이 아닌 언론계의 유의미한 진보적 성과가 있다면 4월27일 '공영방송 정치독립'을 위한 방송법 등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사건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18일 시민 5만 명이 언론자유와 공영방송 독립을 위한 법률개정 국민동의 청원에 나섰고, 12월2일 국회 과방위가 거대 양당의 이사 추천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방송법 등 개정안을 의결했다. 한국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확보할 법개정안이 본회의에 오른 것은 1987년 방송법 제정 이후 36년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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