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주주의 지분 매도는 악행이 아니다

장윤서 기자 2023. 5. 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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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이 '내부자 거래 사전 공시제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오너와 임원 등 대주주가 주식을 매도하면 주가가 떨어지는데, 이를 사전에 알리지 않아 일반 주주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잇따르자 금융위원회가 국회와 관련법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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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금융당국, 내부자 거래 사전 공시제도 입법 속도
장윤서 기자./조선DB

금융 당국이 ‘내부자 거래 사전 공시제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오너와 임원 등 대주주가 주식을 매도하면 주가가 떨어지는데, 이를 사전에 알리지 않아 일반 주주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잇따르자 금융위원회가 국회와 관련법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제도 도입은 카카오페이 경영진 ‘먹튀’ 논란이 불거지면서 본격화됐다. 류영준 전 카카오 대표는 2021년 11월 카카오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됐고, 같은 해 12월 10일 카카오페이 임원들과 함께 카카오페이 주식 900억원어치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들은 최대 수백억원의 시세 차익을 봤다. 임원들의 주식 매도 이후 주가가 폭락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당시 정부와 국회에서 ‘카카오페이 먹튀 방지법’을 논의할 만큼 여론이 악화됐다.

카카오페이 임원 주식 매각 논란에 이어 올해 SG증권 발 주가 폭락 사태가 발생하자, 금융당국과 국회는 더 이상 ‘내부자 거래 사전 공시 입법화’를 늦출 수 없다며 입법화에 힘을 내고 있다. 내부자 거래 사전 공시란 말 그대로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오너, 임원 등이 회사 주식을 거래할 때 최소 30일 전 매매 계획을 공시하는 것이다.

이 제도 도입 취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찬성하는 분위기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들은 대주주가 주식을 대량 매도한 이후에야 그러한 사실을 뒤늦게 알 수 있어 피해가 막심하다”면서 “지배주주의 경우 회사 정보에 밝을 수밖에 없고 정보에 있어 우월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와는 정보 비대칭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내부자 거래 사전공시제를 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사전 공시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대주주의 지분 변동을 마치 규제해야 하는 행위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부자 거래 사전 공시제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대주주 매매와 관련해 사전에 인지하고 투자 판단의 선택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투자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태와 통상적인 대주주의 필요에 의한 지분 매도 행위는 구분해야 한다. 주가 하락을 야기한다고 해서 대주주의 대량 지분 매도가 ‘비도덕적’ 매매 행위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에서의 시장 원리는 각자의 이익에 의해 움직인다. 이를 개인투자자와 대주주 간 갈등으로 본다거나, ‘도덕성’과 결부시켜 바라보는 시각은 적절하지 않다. 주가 조작 세력 소탕, 한탕을 노리는 작전꾼에 의한 피해 방지 등을 위한 법 제도는 필요하나, 기업을 운영하면서 필요에 의한 대주주의 지분 매각 행위를 전적으로 투자자 피해를 야기하는 세력으로 싸잡아선 안 된다. 내부자 사전 공시 제도가 대주주, 기관 및 외인, 개인 투자자 모두에게 공정한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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