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기업간 징검다리 놓는 정부···"국경 넘어선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

김병준 기자 2023. 5. 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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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신약 협력' 속도
韓 바이오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
日은 임상 능력 갖춘 빅파마 보유
'개방형 협력'으로 신약개발 역량 ↑
단순 MOU 넘어 컨소시엄도 거론
BMS, 공동 프로젝트 300개 넘어
"교류의 장 마련, 기술수출에 도움"
HK이노엔 연구원이 경기도 하남에 있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시설인 C&G개발센터에서 실험하고 있다. 사진 제공=HK이노엔
[서울경제]

그동안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의 경제협력은 제한적이지만 민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일동제약(249420)이 시오노기제약과 코로나19 치료제를 공동 개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시오노기제약은 싱가포르·베트남 등 글로벌 임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 임상을 일동제약에 맡겼다. 양사는 1960년대 후반 비타민 원료의약품 공급계약을 시작으로 품목 제휴, 의약품 공동 판매 등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JW중외제약(001060)은 일본 쥬가이제약과 C&C신약연구소를 공동 설립했다. 또 닛산화학·코와에서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리바로’를 기술도입해 연매출 1000억 원이 넘는 제품으로 키웠다.

이번에는 정부가 직접 나서 한일 제약·바이오 기업 간 징검다리 역할을 맡으면서 양국의 경제협력은 보다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이번 달 일본으로 건너가 제약·바이오 협력 강화를 추진하면서 단순한 업무협약(MOU) 형태를 넘어 컨소시엄을 꾸리는 등 보다 강화된 협력 체계가 구축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 관계자는 일본 방문 일정에서 다케다제약이 운영하는 쇼난이노베이션파크를 찾는 등 오픈이노베이션 방식의 신약 개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이노베이션, 연구개발(R&D) 한계 극복=글로벌 시장에서 오픈이노베이션 등의 개방형 협력은 이미 신약 개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오픈이노베이션은 기업이 외부 조직과 협업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는 자체적으로 후보 물질을 발굴해 모든 임상 과정을 거치며 신약을 출시했다. 현재 제약·바이오 업계 트렌드는 바이오텍이 후보 물질을 발굴하면 글로벌 제약사가 라이선스인(기술도입)하거나 기업 자체를 인수하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바이오텍은 ‘라이선스아웃(기술수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글로벌 제약사는 신약 개발 시간을 줄이는 시스템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 간 역량 규합이 신약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며 “오픈이노베이션은 신약 개발의 중요한 옵션 중 하나”라고 밝혔다.

글로벌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이 대표적인 사례다. BMS는 R&D 비용의 절반을 오픈이노베이션에 사용한다. BMS의 지난해 매출은 60조 원(462억 달러) 규모로 R&D에 13조 원(100억 달러)가량을 투자한다. 단순 계산으로도 오픈이노베이션에 7조 원 가까이 쏟아붓고 있다. 신약 후보 물질의 60%는 외부 기업에서 조달하며 오픈이노베이션으로 발생하는 매출은 전체 매출의 40%에 달한다. BMS는 300개 이상의 협력 프로젝트를 외부 기업들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픈이노베이션뿐만 아니라 인수합병(M&A)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화이자는 3월 암 치료제 개발사 시젠을 56조 원에 인수했다. 배샌트 내러시먼 노바티스 최고경영자(CEO)는 4조~6조 원 규모의 M&A 기회를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BMS는 2019년 세포유전자치료제(CGT) 개발 기업 셀진을 90조 원(740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모더나도 일본의 DNA 합성 기술 개발 기업 오리시로를 1000억 원에 인수했다. 모더나는 오리시로를 인수해 메신저리보핵산(mRNA) 의약품 제조 시간을 30% 이상 단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잰걸음=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오픈이노베이션과 M&A를 통해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LG화학(051910)은 지난해 10월 미국 나스닥 상장사 아베오파마슈티컬스 지분 100%를 5억 6600만 달러(약 8000억 원)에 인수했다. 동아에스티(170900)도 지난해 나스닥 상장사 뉴로보에 지분 투자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동아에스티는 뉴로보를 미국 시장 공략의 전진 기지로 삼고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임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삼성물산과 함께 조성한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로 차세대 의약품 모달리티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을 보유한 스위스 기업 아라리스에 투자했다. 국내 기업 간 오픈이노베이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셀트리온(068270)은 ADC 개발 기업인 피노바이오와 플랫폼 기술 실시 옵션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HK이노엔과 지씨셀(144510)은 양사가 보유한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차세대 세포치료제 개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조주현 중소기업벤처부 차관 주재로 규제 혁신 특구 조성 방안에 대해 CGT 기업 관계자들과 토론회를 진행했다. 강현구 차바이오그룹 전무, 남유준 입셀 연구소장, 유종상 아피셀테라퓨틱스 대표 등이 참여했다. 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한 규제 개선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 특구를 조성해 국경을 넘어선 바이오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조 차관은 “글로벌 혁신 특구는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 특례 적용부터 신속 허가까지 글로벌 기준에 맞는 제도를 적용하는 구역”이라며 “첨단바이오와 같은 신산업 분야에서 해외시장 진출 등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의 한 대표는 “정부가 글로벌 기업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것은 기술수출 등 바이오 기업들의 성장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병준 기자 econ_jun@sedaily.com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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